오신환 의원 반대 표결 입장 밝혀
손학규 대표는 사보임해달라는 신호로 해석
김관영 원내대표는 일단 설득하겠다
사보임 전례 있고 임시국회 때 가능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그건 원내대표 사항이긴 하지만 오늘 아침에 오신환 의원이 당의 뜻을 따를테니 사보임을 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본다”면서 사실상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에 승부수를 던졌다.
손 대표는 24일 아침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어제 당의 의원총회에서 비밀 투표를 거쳐서 당의 입장을 정했다. 4당 원내대표의 합의문을 당의 입장으로 확인한 것이다. 그러면 당을 대표해서 나간 사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이 당의 입장을 의결에 반영하는 것이 책무”라며 “소신이 있어서 반대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당에서 나를 바꿔달라는 요청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개특위 소속 위원 18명 중 11명(5분의 3)이 공수처 설치법(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 대한 패스트트랙 지정에 찬성표를 던져야 22일 발표된 4당 원내대표의 합의문(선거제도 개정안·공수처법·검경수사권조정법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이 이행될 수 있다. 즉 바른미래당의 사개특위 위원인 오 의원과 권은희 의원에게 캐스팅보트가 달렸다. 모든 시선이 두 의원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 의원은 24일 아침 페이스북을 통해 “당의 분열을 막고 소신을 지키기 위해 사개특위 위원으로서 여야 4당이 합의한 공수처 설치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사보임에 힘을 실어주는 셈이 된 것이고 연이어 기자들 앞에 선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오늘 중으로 오 의원을 만나서 진의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어제 의총에서 어렵게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추인된 만큼 합의안대로 추진하는 것이 당에 소속된 의원의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점을 다시 한 번 설명하고 설득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김수민 정치 평론가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손 대표의 정치적 해석과 결단에 동조했다.
김 평론가는 “오 의원은 아마 공수처 절충안도 그리 반대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당이 안 깨지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러는 것 같다. 글의 문구, 어조, 올린 시점을 봤을 때 사보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 위원장은 “(김 원내대표 입장에서) 다른 당들과 합의한 게 있는데 불확심함을 안고 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패스트트랙 지정은 무기명 투표라서 신뢰관계가 없으면 투표하기가 쉽지 않다. 권 의원도 솔직히 신뢰하기 어렵다. 오 의원이 들어가서 (무기명이라서 누구인지도 불확실해서) 반대표 던지면 되는데 굳이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본인을 사보임시켜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정치적으로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정도 얘기(일부 이탈표를 감안한 사보임 시나리오)가 안 돼 있다면 민주당이 추인해줬겠는가. 김 원내대표도 정치적 결단을 해야할 문제”라며 “오 의원이 공개적으로 반대표를 던지는 것은 본인도 부담스러우니 차라리 사보임시켜달라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정치인의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오 의원은 기자들에게 단체 문자를 발송해 “단연코 사보임을 거부한다. 내 글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강행한다면 그것은 당내 독재다. 김 원내대표는 사보임을 안 하겠다고 약속했었다”고 재차 의지를 피력했다.
사보임을 안 하는 것을 전제로 의총 표결에 들어갔다는 바른정당계의 주장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그쪽(바른정당계)의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오 의원에게 그대로 패스트트랙의 운명을 맡기면 불안하니 사보임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그걸 차단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주장에 대해 김 평론가는 “(개인 의원이 사개특위에서) 자유 투표만 가능하게 하면 당의 입장을 정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고 김 원내대표도 “(당론을) 정한다고 할지라도 본인의 소신에 따라서 투표할 수 있다. 의원들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본인이 소신을 끝까지 굽히지 않는다면 그걸 존중할 수밖에 없는 사정들이 있는 건데 당에 합의안이 추인돼서 총의를 모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추인된 결과로 집행해야 할 책임도 원내대표에게 있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오 의원이 사보임을 원하고 있다는 해석에 대해) 그렇게 많은 분들이 해석을 하실 것이지만 원내대표로서는 사개특위에서 오 의원이 그동안 이 일에 계속 기여하고 관여해왔기 때문에 마지막 매듭을 짓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설득하겠다”며 “(페북 글을 올리기 전에) 교감은 없었고 어제 만나서 합의안이 추인됐기 때문에 잘 협조해달라고 부탁을 드렸지만 (오 의원은) 굉장히 많은 고민이 있었다. 내일(24일) 만나서 말해주겠다고 했는데 직접 만나는 대신에 글을 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자유한국당은 4당의 패스트트랙 공조에 강력 투쟁하는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국회법 48조 6항에 따라 임시국회 때 사보임 불가 조항을 부각했고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사보임을 허가하지 말아달라고 강력한 요구를 하기 위해 의장실을 점거했다.
특히 한국당 의원들은 다음 일정으로 빠져나가려는 문 의장을 둘러쌌고 경호를 받으며 나가던 중 임이자 의원과의 신체 접촉 논란으로 성추행 주장까지 일었다. 한국당은 문 의장에게 성추행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퇴까지 촉구한 상황이다. 머니투데이 the 300의 보도에 따르면 이계성 국회 대변인은 “문 의장이 이동하는데 임 의원께서 정면으로 막아서서 신체 접촉이 있었지만 이를 성추행이라고 주장하는 건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어찌됐든 사보임에 대한 법적 요건이 관건인데 하 위원장은 “예전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이 사보임을 많이 시켰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판례도 있다. 예전에 한나라당이 김홍신 전 의원(작가)을 사보임시킨 전례가 있는데 2017년에도 김현아 의원을 박근혜 탄핵에 동조(하고 비례대표 신분임에도 대놓고 바른정당 활동을) 했다고 사보임시켰다. 사보임은 원내대표가 제출하고 국회의장이 결재해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임시국회 때도 사보임시킨 전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당이 문 의장에게 허가 불가를 촉구한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6항에는 “위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라는 단서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해석에 따라 충분히 사보임 단행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권 의원은 이날 연석회의에서 “(25일 예정된) 사개특위를 열어 실질적인 견제가 필요한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기소대배심제(일반 시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해 범죄 피의자의 기소 여부를 결정) 등을 논의하도록 하겠다. 이러한 방안은 바른미래당 사개특위 위원인 오 의원과 내가 함께 동의해서 논의하고 있는 안이라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즉 권 의원은 사개특위에서 공수처에 대한 4당의 합의안을 큰 틀로 삼아 바른미래당의 입장을 최대한 많이 반영해서 구체적인 법안을 성안한다면 패스트트랙 표결에 오 의원과 함께 찬성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평론가는 “만약 내가 김 원내대표라면 일단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걸 전제로 사보임하지 않을테니 향후 두 의원에게 기소대배심제를 관철할 기회를 주겠다고 제안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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