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방문 자주 있을 것
푸틴 회담에서 어떤 내용 오가나
대미 협상력 강화
전통적인 북러 관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공동 성명을 발표하거나 합의를 하진 않더라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는 여러 의미가 있다. 

김 위원장이 우리 시간으로 24일 17시 전용 열차를 타고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했다. 그 전에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하산역 플랫폼에 다다랐고 러시아 인사들(올렉 코줴먀코 연해주 주지사·알렉산드르 코즐로프 극동북극개발부 장관·이고리 모르굴로프 외무차관·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대사)의 환영 인사를 받았다. 

김정은 위원장이 마중 나온 올렉 코줴먀코 연해주 주지사 등 러시아 인사들과 대화를 하면서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코즐로프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이번 방문이 좋은 추억으로 가슴에 남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고 김 위원장은 “이번 방러가 마지막이 아닐 것이다. 첫 번째 행보일 뿐”이라고 화답했다. 이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3번이나 정상회담을 한 만큼 향후 푸틴 대통령과의 우호적 관계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취지다. 

이어서 마련된 면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국가를 통치하기 시작한지 7년이 지났는데 이제야 러시아를 방문할 수 있게 됐다”며 “푸틴 대통령과의 우호적 관계에 기반을 둬 앞으로도 러시아를 더 방문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 국영 TV <로시야>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정세를 안정적으로 유지 관리하고 공동으로 조정해나가는 데에 매우 유익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25일 정오 블라디보스톡 극동연방대학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다. 일정은 ‘단독 회담→확대 회담→만찬’으로 진행될 계획이고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빈틈없는 대북 제재 기조에서 푸틴 대통령의 도움을 받아 돌파구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해서 이번 회담에는 미국통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김 위원장을 보좌한다. 

김 위원장이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극동북극개발부 장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위원장이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극동북극개발부 장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일각에서는 북미 교착 국면을 타파하기 위해 푸틴 대통령이 2008년 12월 이후 멈춰있는 6자 회담(한국·북한·미국·일본·중국·러시아)을 다시 제안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더불어 북방 경제 협력 차원에서 교통, 철도, 에너지, 극동 개발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故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 2001년 8월4일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북러 모스크바 선언 8개항을 발표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은 △군사 안보 △경제 협력 등인데 8항에 보면 “북한은 주한 미군 철수가 초미의 문제라고 설명하고 러시아는 이해를 표명한다”고 돼 있다. 이처럼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외교 전략상 타국을 견제하기 위한 역할을 해왔는데 이번에도 대미 협상력 강화의 목적이 깃들어있다. 

1945년 북한 정권의 수립 과정에서부터 소련(소비에트연방)은 강력한 후견 국가로서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왔고 소련 해체 이후에도 중국이나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정국 변화에 따라 북러 관계는 냉온탕을 반복했다. 김정일 위원장 사후 김 위원장이 첫 번째 방러 테이프를 끊은 만큼 향후 북중러 라인을 좀 더 견고하게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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