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새 주인 찾기 속도 낸다
아시아나 자리 노리는 저비용 항공사(LCC)…제주항공, 영업이익 이미 아시아나 제쳐
항공객들 “불편 감수하더라도 LCC 타겠다”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 제주항공 여객기 (사진=각 사)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 제주항공 여객기 (사진=각 사)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아시아나 항공 매각이 항공업계 최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기업 매각 절차가 상반기 중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호산업은 조만간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고,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실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인수 후보군은 매각 결정 당시와 비슷하게 SK와 한화, CJ, 신세계 등 자금 여력이 높은 대기업이 거론되고 있다.

당장 이들은 "인수에 관심이 없다"거나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섣불리 인수 의사를 밝혀서 아시아나항공의 몸값을 높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성장하며 국내항공 업계 2위 아시아나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항공사 영업이익 순위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1·2위 체제가 무너졌다.

한편 여행객들 역시 항공료에 많은 비용을 쓰기보다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저렴한 항공사를 택하는 비율이 늘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우정호 기자)
(사진=우정호 기자)

아시아나항공 새 주인 찾기 속도 낸다

23일 채권단의 통 큰 지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은 '유동성 위기'라는 급한 불을 끄고 새 주인 찾기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올해까지를 목표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절차는 상반기 중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호산업은 조만간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고,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실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실사 기간이 1~2개월임을 감안하면 입찰공고는 6월 중으로 예상된다. 7~8월 중 예비입찰, 이후 우선협상대상자의 실사 등 과정을 거치면 이르면 연말께 본계약이 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채권단이 시장의 기대보다 훨씬 큰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매력은 더 높아졌다. 인수자가 떠안아야 할 부채가 부분적으로 해소된 덕분이다.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하기로 한 1억6000억원은 당초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요구했던 5000억원의 3배가 넘는 금액이다. 채권단은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최대한 여유있게 지원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총 지원금 중 영구채 5000억원은 발행회사 결정에 따라 만기를 연장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된다.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선 자본 확충 효과를 얻게 된 것이다.

채권단이 5000억원의 영구채를 매입해주면 당초 100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됐던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700%대로 내려간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가격은 최소 1조원에서 최대 2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3조6000억원대 부채의 일부 변제 및 금호그룹 측의 구주 매각 대금, 경영권 프리미엄 등이 고려된 가격이다.

인수 후보군은 매각 결정 당시와 비슷하게 SK와 한화, CJ, 신세계 등 자금 여력이 높은 대기업이 거론되고 있다. 당장 이들은 "인수에 관심이 없다"거나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섣불리 인수 의사를 밝혀서 아시아나항공의 몸값을 높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선 한화그룹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카드 인수에 공을 들였던 한화가 막판에 발을 빼면서다. 롯데카드 인수는 지난해 연말부터 6개월 가까이 이어진 작업이었기 때문에 아시아나 인수로 방향을 튼 게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한화는 주력 방산산업이 항공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잠재적 인수 후보로 꼽혀왔다.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기 엔진과 부품을 제작한다.

한화는 또 2017년 항공운송면허 취득에 나선 저비용항공사인 에어로케이에 160억원을 투자하는 등 항공업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새 주인을 맞이하기에 앞서 자체적인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은 기존 39개 부문, 224개팀 체제로 운영하던 조직을 38개 부문, 221개팀 체제로 개편했으며, 비수익 노선에 대한 구조조정도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나는 올해 우선 인천발 하바로프스크·사할린 및 인천~시카고 노선에 대해 운휴를 시행할 계획이다. 2020년 이후의 노선 구조개선 계획은 매각주간사 및 채권단과의 협조를 통해 신중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매각절차를 완료할 수 있도록 금호산업과 협조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국적항공사로서의 소임에 더욱 충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시아나 자리 노리는 저비용 항공사(LCC)…제주항공, 영업이익 이미 아시아나 제쳐
 
이 가운데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성장하며 국내항공 업계 2위 아시아나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항공사 영업이익 순위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1·2위 체제가 무너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6402억원으로 1위 자리를 지켰지만 2위는 영업이익 1012억원을 거둔 저비용 항공사(LCC) 제주항공에 돌아갔다.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은 282억원으로 진에어(629억원)와 티웨이항공(478억원)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주도했던 국내 항공업계의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특히 2000년대부터 등장한 LCC는 국내 항공 시장의 변화를 이끈 주역으로 꼽힌다. 해외여행객의 증가와 공격적 노선 확대로 성장해 온 LCC는 올해 3개의 사업자가 추가 면허를 획득하며 총 9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국내 항공 시장에서 갈수록 LCC의 영향력이 커질 것은 분명하다.


국내에서는 제주항공의 성장이 눈에 띈다. 지난해 제주항공의 영업이익은 1012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앞질렀다. 당기순이익도 708억원으로 각각 1857억원, 1958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앞질렀다.

빠른 속도로 국내 LCC 1위 사업자에 오른 제주항공은 매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의 격차를 줄여 왔다. 올해부터는 중장거리 노선의 취항을 결정하며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7월 4일부터 김해국제공항에서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으로 가는 노선을 운항한다. 이는 제주항공이 처음으로 도전하는 중장거리 노선으로 비행거리만 4500km가 넘는다.

새로운 도전자도 등장했다. 지난 4월 3곳의 신생 항공사가 추가로 항공운송 면허를 발급받았다. 강원도 양양공항을 거점 공항으로 둔 ‘플라이강원’, 충북 청주 기반의 ‘에어로케이항공’, 중장거리 특화 항공사를 앞세운 ‘에어프레미아다’. 이에 따라 국내 LCC는 총 9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업계에서는 당초 1~2개 업체가 신규 면허를 발급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3개 업체에 면허가 주어지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커졌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측은 “차별화된 사업 계획으로 신규 서비스를 창출해 소비자 편익을 증대시키고 전반적인 항공운송 산업의 경쟁력을 넓힐 수 있다면 신규 사업자들의 진입을 허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2014년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태 이후 기존 대형 항공사에 대한 비판 여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신규 LCC 면허 심사 당시 고려 사안이었던 과당경쟁 항목이 제외된 점도 눈에 띈다.

LCC 시장은 아직 공급과잉을 우려할 단계가 아니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대신증권은 LCC의 공급 좌석이 2019년 3만3971석으로 2018년 2만8158석에 비해 20.6%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014~2018년 5년간 평균 공급 좌석 증가율인 25.7%에 비하면 높지 않은 수치다

인천공항을 찾은 여행객들 (사진=중앙뉴스 DB)
인천공항을 찾은 여행객들 (사진=중앙뉴스 DB)

여행객들 “불편 감수하더라도 LCC 타겠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 여객은 전년 대비 7.5% 증가한 1억1753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의 급격한 등락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제재의 여파가 남아 있었지만 항공 여객 1억 명 돌파 시점도 2017년에 비해 17일 일러졌다. 지방 공항의 해외 노선 확대와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가 역대 최고 실적에 힘을 더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여객 수송 향상의 일등 공신은 ‘LCC’였다. 국토교통부는 LCC의 항공 노선 다변화가 지난해 여객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LCC의 항공 시장점유율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적 대형 항공사의 여객 수송치가 전년 대비 4.7% 증가한 반면 국적 LCC는 전년 대비 23%나 성장했다.

한국 항공업계에서 LCC 시대가 본격화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2003년 티웨이항공(옛 한성항공)을 시작으로 2005년 제주항공, 2007년 이스타항공이 설립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각각 자회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을 통해 2008년 LCC 시장에 진출했다. 그 후 LCC의 수송 분담률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2014년 11.5%였던 국적 LCC의 수송 분담률은 지난해 29.2%로 높아졌다.

특히 국제선에서 LCC의 높아진 영향력이 눈에 띈다. 지난 1분기 LCC의 국제선 점유율은 32.2%로 이제 양대 국적사와의 점유율 차이는 4.4%포인트에 불과하다.

국내 LCC 사업자들은 2009년 제주항공의 인천~오사카 노선을 시작으로 일본과 중국 등 단거리 노선에서 하와이 등 중장거리 노선까지 하늘 길을 넓혔다.

단거리부터 중장거리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지자 가격이 저렴한 LCC로 소비자의 발길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소득수준 증가로 여행은 특별한 경험이 아닌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여행 경험 횟수가 증가하자 항공료에 많은 비용을 쓰기보다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저렴한 항공사를 택하는 비율이 늘어난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의 ‘2018 아웃바운드 현황 및 트렌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 사이 해외여행을 다녀 온 18세 이상 1000명의 응답자 중 66.2%가 저가 항공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해외 여행지를 선택할 때 ‘저렴한 경비’를 먼저 고려한다는 응답도 49.1%를 차지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저렴한 경비’를 고려한다는 응답은 매년 증가하고 있어 여행 소비에서도 ‘가성비’를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LCC는 여행객의 선택지를 넓힌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동시에 항공 여객 시장 전체의 성장을 이끌기도 한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58.3%가 저가 항공 때문에 해외여행 빈도에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저렴한 가격의 LCC가 공급을 늘리고 노선을 다변화하자 해외여행의 접근성이 낮아졌고 새로운 수요층을 창출한 것이다.

LCC 관계자는 “LCC는 기존 대형 항공사(FSC)의 여행객 수요를 잠식하기보다 여행에 관심이 없던 소비자층도 여행객으로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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