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에서 기본소득 박람회 개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큰 의미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기본소득 
이 지사의 기본소득 전국화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주권자 자격으로 누구나 조건없이 일정 소득을 누릴 수 있다면 어떨까. 누가 더 가난하고 불쌍한지 보여주기 경쟁을 하지 않아도 국가가 보편적 복지 철학에 기반해 일정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 참석해 “기본소득은 한 사회의 공유자산으로부터 나오는 이익을 공유한다는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국가가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아무 조건없이 일정 금액을 지급한다면 누구나 공평한 기회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고 개회사를 통해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운데)는 정성호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 유승희 의원(오른쪽)과 함께 박람회 부스 곳곳을 돌아보고 체험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지사는 기본소득 전도사로 성남시장 재임 시절 정책적 효능감을 느낀 바 있다. 소위 3대 무상복지 시리즈(교복비·산후조리비·청년 배당)를 통해 시민들의 만족을 이끌어낸 것인데 핵심은 특정 계층에 전제조건을 달지 않고 현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즉 기본소득(Basic income)은 국가 공동체가 국민 모두에게 재산이나 소득 보유 정도, 노동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 금액을 현금 형태로 지급해주는 것인데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가 세운 원칙은 △보편성(주권자라면 국민 누구나) △무조건(노동을 하든 안 하든 돈이 많든 적든) △개별성(가구 단위가 아닌 개인에게 각각 지급) △정기성(매달 규칙적 지급) 등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여러 유형의 정책으로 시행되고 있는 기본소득. (사진=박효영 기자)

물론 기본소득이 정책으로 구현될 때는 모든 국민을 하나의 대상으로 상정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청소년 수당 △청년 수당 △장애인 수당 △임산부 수당 △비수도권 거주자 수당 △노인 연금 △50대 퇴직자 지원금 등 커다란 특성으로 구분하되 그 안에 있는 모든 주체에게 차별없이 지급할 뿐이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은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의 수단이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며 함께 사는 대동세상을 만들기 위한 혁신적이고 유력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의 전국화를 도모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지사는 기본소득의 전국화를 도모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경기 불황 시대에는 일종의 ‘불황 사이클’이 작동하는데 이런 거다. 

①안정적인 가처분소득이 확보되기 어렵고 →②그래서 소비가 늘지 않고 →③매출이 안 오르니 기업 형편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④당연히 기업의 일자리는 줄고 →⑤다시 가계의 소득이 감소세에 접어든다. 

특히 기업은 여러모로 어려워서 고용을 줄이겠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최첨단 자동화 시스템이 확산되면 구조적으로 고용량 자체가 전폭 감소될 위험성이 있다. 일자리와 노동을 전제한 소득과 그에 따른 경제 정책이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상반기 국정 지지율 80%를 찍고 갈수록 하향세를 면치 못 하는 원인도 결국 경제 문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포용 성장’으로 구호가 전환됐지만 핵심은 아래로부터의 소득 증가를 통한 소비 활성화로 경제 성장을 도모한다는 게 골자다. 기존의 한국 경제 발전 전략은 수출 대기업 위주의 낙수효과를 노리는 것이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전국적으로 지방 정부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각종 기본소득 정책 사례들. (사진=박효영 기자)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주중대사)이 천명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골자는 △가계 소득을 높이고 △가계 생계비를 줄이고 △사회안전망과 복지를 확충하는 것이다. 

①②③을 차례대로 높여주는 것인데 경로의존성이 구조적으로 축적돼온 한국 경제의 틀을 한 번에 바꾸기 어렵고 불황 여파가 지속되자 문재인 정부는 보수 진영과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의 거센 비판에 직면해서 사실상 ③④에 주목하는 쪽으로 경제 정책의 방향을 전환했다고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기업 경제를 활성화시켜서 일자리를 창출해서 가계 소득을 늘려주는 방식으로만 가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안산시에서 운용하는 안산사랑상품권 '다온' 지역화폐. (사진=박효영 기자)
지역 화폐와 연계된 기본소득 정책으로 골목 상권이 살아난 사례들이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사진=박효영 기자)
종이 화폐 형태의 지역 화폐. (사진=박효영 기자)

이런 상황에서 이 지사는 지방 정부에서의 기본소득 성공 경험을 전국으로 확대하고자 경기도 차원의 박람회를 개최한 것이다. 이 지사가 확립해놓은 기본소득의 특징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직결돼 있다. 기본소득의 수혜자에게 지역 화폐(종이 지폐 또는 카드) 형태로 지급해주고 지역 자영업자들의 매출 증대로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박람회는 29일~30일 이틀 동안 △기본소득 국제 콘퍼런스 △기본소득 및 지역 화폐 전시회 △기본소득 지방정부 협의회 출범 선언식 △경기도 농민기본소득 추진 운동본부 결성식 등으로 진행된다.

콘퍼런스에서는 기본소득 정책을 추진해봤거나 준비 중인 국내외 지방 정부 실무자들이 직접 발표와 토론을 하게 되고, 전시회에서는 경기도를 비롯 전국 지방 정부에서 시행 중인 지역 화폐와 기본소득 정책을 소개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