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이해찬 체제 강화에 쓴소리 하겠다
구체적인 공약은 없어
여유 넘치는 김태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출마선언과 질의응답을 모두 듣고 기자들이 “지나치게 여유롭다”고 말한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자칭 타칭 유력 주자로서 여유가 넘쳤기 때문이다. 특히 이해찬 대표 출범 직전 정책위의장을 사퇴했다가 급작스레 유임되는 등 친문재인계 이해찬 체제의 강화로 비춰질 수 있다.

김 의원은 3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의 압도적 승리로 정치 지형을 바꾸지 않고는 국민이 바라는 개혁의 완성도 어렵고 새로운 시대, 새로운 대한민국의 길로 나아갈 수 없다”며 “국민과 최일선에서 만나는 정당이 중심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년 의원은 직전까지 당 정책위의장으로 이해찬 대표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의원은 구체적인 공약을 내세우기 보다는 큰 틀의 케치프레이즈를 제시했는데 △당 중심의 민주당 정부 구현 △국민 관점의 국회 운영 △혁신성장 이끌어가기 △포용 정책 적극 추진 △지역 경제 활성화 △사회적 대타협 강화 등이다. 

특히 “경제 체질을 혁신하고 산업 생태계를 바꾸는 일이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라며 시장에서의 규제 완화를 암시했지만 “당이 중심에 서서 포용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기초생활보장을 넘어 기본생활보장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포용 성장) 정책과 혁신성장의 두 기조 간에 밸런스를 맞추는 게 어렵듯이 김 의원도 뾰족한 묘수가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로서 국민의 삶을 지키는 포용국가의 정책 패키지를 국민에게 선보이겠다”고 공언했다. 

김 의원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2003년 개혁국민정당 활동을 같이 했고 이후 열린우리당에 흡수되는 등 친문으로 불린다. 이와 관련 이 대표와 가까워서 친정 체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친문 맞다. 그리고 우리 당 의원들은 다 친문이다. 원내대표도 당 지도부의 일원일텐데 당 지도부는 강화돼야 한다”면서 일반론으로 응수했다.

정론관을 나서면서 따라붙은 한 기자가 “(이 대표 체제 강화와 관련) 뭘 물어본지 알지 않느냐”고 말하자 김 의원은 “질문을 정확하게 했어야지”라며 “당 지도부가 신뢰가 높아서 더 긴밀하게 소통하고 그러면 좋은 거지. (이 대표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지) 내 전공이다”고 밝혔다. 

당장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 정국 이후 자유한국당은 극렬 투쟁 모드인데 김 의원은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취임 후에 고생 많으셨다. 파트너가 바뀌게 되는데 국민들께서 국회가 일을 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국회는 늘 대화하고 협상해서 합리적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그런 곳이기 때문에 협상 거부하지 말고 투쟁만 하지 말고 함께 손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무엇보다 여야 경색 국면에서 정부의 추경안(추가경정예산)이 제출됐고 여당 원내대표는 이것을 무사히 통과시키는 게 가장 중요한 임무다.
 
김 의원은 “추경에 안전 대책과 관련한 예산도 담겨 있고. 산업위기지역, 고용위기지역에 대한 예산 다 담겨져 있다. 세계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우리 경제도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경제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고 추경은 타이밍이 생명이다. 지금 국민들께서 간절히 원하고 있기 때문에 야당도 추경 심사를 언제까지 미루지는 못 할 것이다. 원내대표 선거가 끝나고 나면 야당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협상해서 추경 심사가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한국당을 끌어들일 거의 유일한 카드로 분권형 개헌이 거론되고 있는데 김 의원은 “지난번에 개헌하자고 했는데 한국당이 안 한다고 했다. 우리는 (개헌이) 공약사항이다. 개헌은 지난번에 우리의 원안(4년 연임 대통령제)이 마련됐다. 대선 때 공약이기도 하니까 다시 한 번 국민의 판단에 여쭤보겠다”며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기자들과 가벼운 환담을 나눈 김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기자들과 가벼운 환담을 나눈 김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김 의원은 당정청 관계에 대해 “한 팀이다. 그러나 이제 당이 민심에 가장 가까이 있다. 국민의 목소리를 가장 일선에서 빨리 가깝게 듣는 그런 역할이기 때문에 당이 중심에 서서 당정청의 정책을 만들고 집행을 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논의 과정에서 매우 치열하게 (토론을) 해야 된다. (여권이지만 판단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결정하게 되면 일사분란하게 국민들께 한 목소리로 말씀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4.3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이 민심의 엄중한 심판 대상이었다는 관측도 있는데 김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 때보다는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더 긴장하고 더 단결해서 내년 총선에서는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기자들과 가벼운 환담을 나누던 중 “내가 늘 얘기하는 게 야당의 반대 때문에 계류되어 있는 것들(법안)만 보지 말고 얼마나 많은 것들이 집행되고 있는 걸 봐달라. (기자들은) 잘 되고 있는 것은 안 보려고 하고 안 되는 것만 보려고 한다. (기자들과 정례 오찬은 하는 건가) 하는 거 봐서. 언론 프렌들리할게”라고 말했다.   

한편, 다음달 8일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고 현재 김 의원을 비롯 노웅래·이인영 의원으로 3파전이다. 셋 다 3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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