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총장의 출근길
검경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자치경찰은 지방 정부 산하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공론의 장이 마련돼 오로지 국민을 위한 법안이 충실하게 논의되길 기대한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7일 아침 대검찰청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건넨 메시지의 핵심은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 △수사 개시권과 종결권의 분리 2가지다. 

검찰 조직이 아래로는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위로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문 총장의 고심이 깊은데 무엇보다 조직 이기주의로 비치면 여론전에서 불리하다. 당연히 대전제는 국민 기본권이다. 

문무일 총장은 7일 아침 대검으로 출근하면서 국민 기본권을 전제한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무일 총장은 7일 아침 대검으로 출근하면서 국민 기본권을 전제한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 총장은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와 더불어 수사의 개시 그리고 종결이 구분되어야 국민의 기본권이 온전히 보호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문 총장이 보낸 시그널을 살펴보면 △국회 법안 논의에 참여 △검찰의 과오를 반영한 대안 마련 등인데 이날 열린 대검 검사장급 간부회의에서도 이같은 입장이 재확인됐다. 이번주 안에 검찰의 입장을 최종적으로 정해서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간부회의에서는 경찰의 중앙집권을 분산하는 자치경찰제 시행 문제에 대해서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치경찰제는 직선제로 뽑인 지방 정부의 장 아래에 자치 경찰 조직을 설치하는 것이다. 예컨대 서울시장이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임명하고 사정에 맞게 충원 조정을 할 수 있다. 국가 경찰은 큰 사건을 주로 맡고 자치경찰은 주민 밀착형 이슈에 집중한다는 취지인데 무엇보다 비대한 경찰 권력을 분산하는 의미가 있다.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는 작년 11월 자치경찰에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교통사고, 음주운전, 공무수행 방해 등의 특정 분야에 한해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지방 경찰 조직 전부를 지방 정부 산하에 두는 게 아니라 몇몇 치안 분야만 떼서 두는 것이 핵심이다.

관련해서 문 총장은 작년 11월9일 열린 사개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해서 “앞으로 실효적인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자치 경찰의 수사에 대해서는 민주적 주민 통제를 우선하고 검찰의 사법 통제는 필요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중앙집권적이고 민주적 통제가 약한 국가 사법 경찰에 대해서는 검사의 사법 통제를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자치경찰제로 중앙집권화된 경찰 권력의 힘을 빼는 것을 전제로 검경수사권 조정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국 검찰은 △수사권 △수사 지휘권 △기소 독점권 △영장 청구권 등 막강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데 보통 선진국에서의 검찰은 기소권과 영장 청구권만 행사하고 수사권에 대해서는 권한만 갖고 아주 예외적으로 행사한다. 

문 총장은 공수처 설치에 대해 원론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한 만큼 기소 독점권이 깨지는 것 보다 수사권 폐지 문제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국제적인 검찰 스탠다드에 따라 기소와 수사의 분리 원칙을 마냥 거부할 수는 없으니 자치경찰제의 시행을 통한 경찰 권력 분산을 조건부로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문 총장의 이런 전략은 현재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에 명시된 검찰의 경찰 견제 권한을 좀 더 늘리려는 의도로 분석되는데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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