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의 마지막 제안
나경원도 총리추천제에 솔깃
민주당의 결단 가능하나
이인영은 어떤 생각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 정국 이후 국회가 꽉 막혀 있지만 분권형 개헌이 키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래 전부터 자유한국당은 선거제도 개혁과 분권형 개헌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나경원 원내대표 체제에서는 분권형 개헌없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할 수 없다는 말까지 공식화 됐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9일 오후 국회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한국당을 조속히 국회로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서 개헌 논의도 같이 병행해서 선거법과 같이 협상 테이블로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나 원내대표도 개헌 논의를 하면 선거법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이 부분에 관해서 민주당이 통 큰 결단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관영 원내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만나서 개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다음주에 물러나게 되는 김 원내대표가 마지막 메시지로 개헌 카드를 던진 것이다. 특히 현재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이전에 설치됐던 헌정특위(헌법개정 및 정개특위)에서 이 원내대표와 함께 일했던 기억을 되살리면서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즉 “당시 개헌을 위해서 머리를 맞대고 주말마다 만났던 기억들이 있는데 그러한 것들이 이번에 포괄적으로 열매를 잘 맺을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해주셨으면 하는 생각”이라며 “촛불 민심의 결론은 정치개혁 중에서도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을 이번에 20대 국회가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큰 지혜와 정치력을 발휘해주실 것을 기대한다”는 맥락이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김 원내대표와 헌정특위에서) 개헌을 성사시키기 위해 접점을 찾기 위해서 수많은 노력을 했었다”며 “뒷날 (패스트트랙을 성사시키기 위해 4당 합의안 당내 추인을 밀어붙이고 사보임을 하는 등) 김 원내대표의 결단이 반드시 존중되고 평가받는 그런 시간이 오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정상화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선거법 개혁과 개헌 논의를 어떻게 병행할 수 있는 건지 그런 점을 충분히 고민하고 (이해찬 대표 등 당내 의원들에게) 상의 말씀을 드려보겠다”고 밝혔다.

비공개로 전환되기 직전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 원내대표는 교착 상태가 돼야 바뀌는가 보다. 작년에 김성태 전 원내대표(한국당)가 단식해서 홍영표 원내대표(민주당)가 풀고. 이번에도 이런 상황에서 이 원내대표가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 새로운 원내대표가 선출되고 큰 정치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나 싶다”면서 재차 개헌에 대한 결단을 주문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미 총리추천제에 대한 호감을 드러낸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원내대표는 작년 6.13 지방선거 직전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개헌 공조를 통해 양당에 총리추천제를 절충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정권 교체 이후 민주당은 권력 분산에 소극적이라 ‘4년 중임·연임 대통령제’를 고수하고 있고, 한국당은 국회에 권한을 최대한 많이 끌어오기 위해 ‘분권 대통령 책임총리제(대통령이 외치를 담당하고 국무총리가 내치를 담당)’를 당론으로 정한 바 있다. 총리추천제는 국회에서 야권의 입김이 반영된 총리가 대통령을 견제한다는 의미에서 분권형 개헌의 마지노선으로 부각됐다. 

나 원내대표는 기본적으로 의원내각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지난 1월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의 총리추천제를 받아들인다면 그 다음에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를 논의하겠다”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시정하는 내각제적 (권력구조 개편) 요소의 도입없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한 마디로 제도의 정합성을 파괴하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작년 개헌 정국 때 우원식 전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 전 원내대표가 총리추천제를 중심으로 조금씩 근접했지만 끝내 당리당략에 따라 무산됐던 전례에 비하면 나 원내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진일보 한 측면이 있다. 

같은 날 천정배 평화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나 원내대표의 제안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께 간곡히 요청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가진 한국당을 설득할 방안이 있어야 한다”며 “당초 국회의 총리선출제(여야 합의로 특정 인사를 추대하는 추천제를 넘어 표결을 통한 총리 선출로 권위를 좀 더 높이는 방안)를 고수하던 한국당의 입장이 총리추천제를 전제로 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바뀐 것은 전향적이다. 최소한의 권력 분산을 위한 총리추천제 정도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작년 지방선거 전까지 3당은 개헌 공조를 해왔다. (사진=박효영 기자)

선거제도 개혁에 사활을 걸었던 3당이 작년 12월 단식까지 감행하면서 5당 합의문을 쟁취했었는데 거기 6항을 보면 ‘선 선거법 통과 후 원포인트 권력구조 개헌 논의’로 선후관계를 명시하고 있다. 아직 선거제도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 했지만 한국당이 강경한 장외투쟁에 나선 이상 설득 전략으로 민주당이 분권형 개헌 카드에 관심을 보일지 주목된다. 

이 원내대표는 작년 4월8일 개헌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1차적으로는 한국당과 민주당의 기본적인 합의선이 너무 멀다.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 정의당과 평화당이 이야기하는 대통령 중심제에 입각한 추천제 이런 게 한국당이 이야기하는 것(책임총리제)과 똑같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당이 이야기하는 선출제 그것이 단정적으로 100%로 내각제였던 것이 지금 조금 외치와 내치를 구분해서 발표하면서 마치 50대 50으로 분점한 것처럼 말하는데 그것은 겸상 차린 게 아닌 독상 차린 것이다. 현행 정부조직체계에 있어서 장관 3명, 원장 1명, 처장 2명 이걸 제외하고 거의 다 총리가 14개 장관 그 다음에 3개 위원장, 14개 내외청장, 3개 처장 이런 걸 다 임명하면 이걸 누가 이원집정제라고 하나 사실상 의원내각제 독상 차린 총리”고 비판했다.

분명 대통령제를 디폴트 값으로 두고 한국당의 분권적 제안에 거부감을 보인 바 있는데 이 원내대표가 전향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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