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엽 의원 신임 원내대표 당선
정동영 대표와 경제 정책 차이 커
선거제도 개정안도 전면 재검토 천명
유 원내대표의 제3지대론
정의당과의 교섭단체 없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민주평화당의 색채가 좀 더 보수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3선의 유성엽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평화당 내부에는 원래부터 경제 정책에 관해서 진보와 보수가 공존했었는데 의원들 다수의 선택이 유 원내대표에게 향했다. 

유 원내대표는 13일 오전 열린 평화당 신임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당선됐다. 이로써 당권을 잡고 있는 정동영 대표의 진보적 노선에 견제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견 발표를 하고 있는 유성엽 원내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평화당 내부 사정을 꿰뚫고 있는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원래 정 대표만 왼쪽에 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정치와 사회 분야를 비롯 대북 문제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지만 경제 정책으로 따져보면 상당히 이질적이다. 정 대표와 천정배 의원을 비롯 소위 진보파(박주현·김광수 등)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포함해서 △최저임금 인상 기조의 불가피성 △부동산 자산화에 대한 강력 비판 △은산분리 완화(인터넷전문은행에 예외적으로) 반대 등의 관점을 견지하지만, 유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 보수파(장병완·박지원·최경환 등)는 대체적으로 산업 정책을 중시하고 경제 활성화를 위시한 규제 혁신(완화)에 방점을 찍고 있는 편이다. 

매번 아침 회의가 열릴 때마다 정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지만 장병완 전 원내대표나 유 원내대표는 선명하게 비판하는 경우가 많다. 

유 원내대표는 △정견 발표 △당선 소감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크게 5가지를 공언했다.

①정의당과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않겠다.
②더불어민주당 2중대 소리를 듣지 않도록 만들겠다.
③한 쪽(진보적)으로 기울어진 당 운영을 하지 않겠다.
④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으로 지정된 선거제도 개정안은 반쪽자리 준연동 비례대표제(정당 득표율의 50%만 의석수로 확보)라서 100% 연동형으로 관철시키려고 노력하되 그게 아니라면 본회의에서 부결시키겠다. 
⑤내년 총선에서의 생존을 위해 제3지대를 추진하겠다.

정동영 대표와 유성엽 원내대표 간에 노선 투쟁에 예상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동영 대표와 유 원내대표 간에 노선 투쟁에 예상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①②③은 모두 보수적 경제 노선을 견지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읽혀진다.

정 대표는 용산참사(2009년 1월)와 한진중공업 사태(2010년 12월) 이후 사회적 약자의 권익 상승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고 작년 8월 당대표에 선출된 뒤 △선거제도 개혁 △백년가게법(자영업자가 건물주에 의해 쫓겨나지 않을 권리 대폭 강화) △부동산 분양 3법(원가 공개·상한제·후분양제) 등 진보적인 화두를 전면에 내걸었었다. 아마 유 원내대표 체제에서는 정 대표의 이러한 정책 행보가 어느정도 수정 및 견제될 것으로 보인다. 

장 전 원내대표도 경제통으로서 보수적인 편이지만 유 원내대표가 선명함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좀 더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유 원내대표는 “당은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 한 쪽으로 기울어져서는 절대 안 된다. 형식적인 일사분란함은 당을 죽이는 일이다. (정 대표가 내세우는 의제에 대해 치열하게 내부 토론하고 합의한 이후라면 모를까 그게 아닌) 당이 한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①⑤과 관련 유 원내대표는 “정의당은 교섭단체가 아니고 우리보다 숫자가 적은 6명인데도 지지율이 높지 않나. 그러니까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한다고 해서 우리 평화당의 지지율이 자동적으로 올라가지 않는다”며 “교섭단체 구성에 나서더라도 정의당과의 교섭단체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고 본다.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면 더더욱 그런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섭단체가 필요하더라도 제3지대 조금 어렵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3지대에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지 정의당과의 교섭단체는 가서는 안 될 방향으로 우리가 (진보적으로) 기울어지는 것이고 그 길은 내년 총선에서 필패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유 원내대표는 2020년 4월 총선이 다가올수록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강해질 것이기 때문에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강력 견제하는 노선으로 가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정의당 보다는 바른미래당 이탈 세력과의 제3지대를 대안으로 밀고 있는 것이다. 

즉 “지금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경제까지 망쳤다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경제를 더 망쳤다.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로 이어지는 경제난의 원인을 밝혀서 제대로 처방하는 정책을 우리가 정리해서 국민들께 제시하면 제3정당이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요지이고 간명하게 보면 소득주도성장 정책과는 반대 방향에서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으로 읽혀진다.

(사진=박효영 기자)
향후 평화당의 행보가 주목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유 원내대표는 좀 더 구체적으로 ⑤에 대해 “제3지대 신당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다음 총선에서 바른미래당도 전멸이다. 우리 평화당도 거의 전멸 수준일 것”이라며 여권의 연이은 실정이 있었지만 민주당의 지지율이 많이 빠지지 않았고 오히려 한국당의 지지율은 오름세인 상황을 전제하고 “제3세력 정당이 지리멸렬해서 그렇다. 사분오열해서 그렇다”고 진단했다. 

④에 대해서는 “자유한국당까지 끌어들여서 원포인트 분권형 개헌을 이뤄내면서 완벽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끌어가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이 반쪽짜리 연동형 특히 우리가 호남이 기반인데 지역구 축소가 불가피한 이 방식의 선거제도 개정안을 처리하는 것에 절대 반대한다. 이러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합의를 원천으로 돌려서 분권형 개헌과 함께 완벽한 연동형이 도입되도록 노력하고 그게 안 되면 선거제도 개혁은 일단 보류할 수밖에 없다”고 천명했다. 

허나 문제는 이런 거다. 

한국당은 분권형 개헌에 솔깃할 수 있지만 민주당은 100% 연동형이나 분권형 개헌 모두 거대 정당이자 여당으로서 손해를 보는 지점이라고 여긴다. 특히 대통령제를 고수하기 때문에 민주당을 설득할 복안을 찾아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 둘 다 쟁취하겠다는 목표가 비현실적인 측면이 있다. 더 나아가 둘 다 이뤄내지 못 할 경우 유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준연동을 부결시키겠다고 했지만 그렇게 되면 현행 승자독식 선거제도로 총선을 치러야 하는 생존의 문제가 발생한다.  

유 원내대표는 “(국회 예산을) 동결하더라도 의석수를 늘리는 게 현실적인 대안인데 그게 이뤄지지 않으면 반쪽짜리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처리해선 안 된다”고 못박았다.

3당(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 입장에서 Ⓐ의원정수 증원을 통한 100% 연동형 →Ⓑ의원정수 증원을 통한 준연동형 →Ⓒ의원정수를 현행으로 유지하고 지역구 의석수를 축소하는 준연동형 중에서 당연히 Ⓐ가 베스트다. 유 원내대표는 Ⓑ까지는 모르겠지만 Ⓒ라면 차라리 현행 승자독식 선거제도로 가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 원내대표는 원내 당직 인선에 대해 “전북 출신이 지도부를 선점하고 있다. 당대표(전주)·사무총장(전주)·원내대표(전북 정읍고창)가 선점하고 있으니 수석원내부대표라든지 대변인이라든지 정책위의장 등은 광주전남 의원들께 맡기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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