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여론은 안티 손학규가 대세?
손학규 대표 체제와의 결론
패스트트랙 법안 정리
공수처법과 선거제도 문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항상 주류는 국민의당계였는데 드디어 바른정당계가 선출을 통해 당 지도부에 입성했다. 오신환 의원이 바른미래당의 신임 원내대표가 됐다.

오 원내대표는 15일 김성식 의원과의 원내대표 선거에서 의원들의 선택을 받았다. 투표권을 행사한 의원들은 총 24명으로 당적만 갖고 활동하지 않는 4명(박선숙·박주현·이상돈·장정숙)을 제외한 전원이 참석했다. 득표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4.3 재보궐 선거 참패(이재환 후보)와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을 거쳐서 바른미래당 원내 여론이 손학규 대표 체제로부터 돌아섰다는 게 공식 확인됐다. 손 대표 퇴진을 내건 오 원내대표가 최소 13표 이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신환 신임 원내대표가 손학규 대표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오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을 통해 “당선됐음에도 불구하고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없는 것은 의원들과 똑같은 심정”이라며 꽉 막힌 국회 상황과 관련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문제 △2020년 최저임금 결정 체계 입법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5대 1 회동 또는 1대 1 연쇄 회동 뭐든 가능) 등을 언급했고 꼭 정상화를 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무엇보다 오 원내대표는 “통합 과정에서 소위 바른정당 출신 진영의 대리인으로서 한 번도 의사결정을 하고 판단을 한 적이 없다”며 계파를 초월해서 활동할 것임을 강조했고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당 변화의 첫걸음은 현 지도부 체제 전환이라 생각한다.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 (손 대표 체제를 끌어내리겠다는) 약속대로 가장 이른 시일 내에 의원단 워크숍을 개최하고 거기서 총의를 모아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원내대표와 손 대표는 바로 매일 열리는 아침 회의에서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불편한 동거는 오래 가지 않고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손 대표가 추석(9월 중순)까지 지지율 10% 안 나오면 사퇴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때까지 가지 않고 △압박에 의한 자진 사퇴 △총 당원 투표로 재신임 묻기 등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 정당은 아무래도 원외 당원들의 입김보다 원내 여론이 주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내훈 바른미래당 전국청년위원회 공동수석부위원장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예전에 국민의당 때 박지원 의원께서 당은 국회의원들이 결정하는 대로 가는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당원이 뽑은 (손) 대표를 의원이 뽑는 (오) 원내대표가 끌어내리겠다는 약속을 보고 박 의원 말씀이 생각나 씁쓸하다. 당원이 국회의원들 병풍인거야 일찍이 깨달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분께 그 말을 다시 듣고 나니 슬퍼진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창당에 여러 역할을 한 장진영 변호사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오 원내대표의 당선에 두 가지 의미가 있다면서 △세대교체 신호탄(원내 교섭단체 정당 중 최초로 70년대생 원내대표 선출) △당내 본격적인 노선 경쟁의 신호탄(개혁보수 단일 노선과 실용개혁 노선) 등을 거론했다. 

장 변호사는 “이제 (두 노선이) 치열하고도 투명한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됐다. 각자의 노선을 내세우고 세게 붙어서 당원과 국민들의 평가를 받고 그 결과에 승복하든지 짐을 싸든지 결판을 지어야 한다. 그렇게 선명하게 갈 수만 할 수 있다면 내년 총선에서 (2016년 국민의당처럼) 대박은 예고돼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오 원내대표가 유승민 전 대표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도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마침 오 원내대표를 비롯 더불어민주당(이인영)과 민주평화당(유성엽)도 원내대표가 교체됐는데 당장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경수사권 조정법 △선거제도 개정안 등이 본회의에서 어떤 결론을 맺을지 또는 어떤 수정이 가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 원내대표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이었고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사보임(사임과 보임) 이슈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오 원내대표를 비롯 바른정당계는 선거제도가 게임의 룰이기 때문에 여야 완전한 합의가 아닌 패스트트랙으로 개정하는 것 자체에 기본적인 반감이 있는 데다 △4당(민주당·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 정치개혁특위 위원들이 합의해서 만든 선거제도 개정안(전국 권역별 준연동 비례대표제)의 불완전성 △공수처법의 기소권 문제(수사권만 부여) 등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현재 공수처법은 국민의당계 김관영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4당 협상으로 성안한 △수사권과 기소권(판사·검사·경무관급 이상 경찰 등 일부 고위직에 한정) 부여 법안 △권은희 의원이 급하게 발의한 기소심의위원회 골자 법안 2개가 동시에 패스트트랙에 올려져 있다.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자체에 결사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의 힘겨루기가 치열할 것으로 점쳐진다.

패스트트랙은 3가지 법안이 세트로 연동돼 있기 때문에 만약 공수처 문제로 4당이 완전한 합의를 이루지 못 하고 입장차만 부각된 상태로 본회의 표결을 하게 된다면 3당(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선거제도 개정안도 통과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바른미래당의 미래를 상징해서 보여주는 그림. 왼쪽의 김관영 전 원내대표와 오른쪽의 손학규 대표의 표정이 씁쓸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선거제도 개정안 자체에 대한 내용 문제로도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예측된다. 3당은 작년부터 선거제도 개혁을 외치면서 △현재 지역구 수(253석) 축소없이 의원정수 360~330석까지 증원 △ 정당 득표율의 50%만 할당해주는 준연동이 아닌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을 주장해왔다.

이미 유성엽 원내대표는 지역구 축소 불가를 천명하면서 그게 아니라면 부결시켜야 한다고 공공공연히 말했다. 문제는 민주당 입장에서 의원정수를 늘리면 100% 연동형 도입의 명분이 될까봐 손사레를 치고 있다. 지역구 당선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는 민주당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확보할 수 없다는 계산법에 따라 정수 증원에 반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의원정수 확대 문제는 분명히 300인이 넘지 않는 것으로 당론으로 정리했다. 세비를 줄여서 의원 수를 늘리자고 하는데 지금 국민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세비를 줄이라는 게 아니라 권한있는 의원 숫자를 늘리지 말라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오 원내대표도 100% 연동형 쟁취를 명분으로 반쪽짜리 준연동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앞으로 당내외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나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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