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 요구말고 바로 복귀하자는 장제원
한국당 패싱하고 그냥 하자는 윤소하
“사과없다”는 민주당과 “패스트트랙 철회”하라는 한국당
민주당 의총 분위기 악화
한국당도 유감 정도로는 안 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회가 꽉 막혀 있는 상황에서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게 유감 표명을 요구하지 말고 바로 국회에 복귀하자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민주당과의 관계를 차치하고 자체적으로 민생을 챙기자는 차원으로 국회 복귀를 강조한 것이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국회법에 따라 한국당을 패싱해서라도 국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하다 보면 국민 여론에 비춰 한국당만 압박감을 느낀다는 취지다.

장제원 의원과 윤소하 원내대표가 각각 다른 맥락에서 조건없는 국회 정상화를 제안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장 의원은 21일 방송된 KBS <사사건건>에서 “가장 큰 명분은 민생이라고 본다. 이렇게 어정쩡하게 있을 바에는 깔끔하게 민생을 위해서 등원하겠다. 조건없이 등원하는 게 맞고 민주당으로부터 유감 표명(을 받자)? 구차하게 유감 표명 같은 걸 받아서 뭐 어쩌자는 건가”라며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양당은 20일 3당(바른미래당 포함) 원내대표(이인영·나경원·오신환)의 호프 미팅 이후 뭔가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는가 싶었지만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 정국에서 겪은 감정적 앙금이 갈수록 부각되는 모양새다.

장 의원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간사로서 선거제도 개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기 위해 격렬하게 저항했고 그런 만큼 황교안 대표의 장외투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과 대화를 시도하고 뭔가 타결되면 국회에 복귀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 자체에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3월4일 국회 보이콧 중이었다가 민주당으로부터 그 어떤 양보를 얻어내지 못 하고 자발적으로 등원을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나 원내대표는 김태우·신재민·손혜원 등 여권발 스캔들에 대해 특별검사든 국정조사든 뭐라도 해서 강하게 견제하고자 했지만 홍영표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혀 응하지 않았다. 

장 의원은 △황 대표의 장외투쟁 △나 원내대표의 대화 시도 및 조건부 복귀 등 투트랙 전략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투쟁은 투쟁대로 하고 민주당에게 뭘 요구하지 말고 바로 국회로 들어가 민생을 챙겨야 한다는 요지다.

이를테면 장 의원은 “요즘 정치를 하면 무척 답답하다. 이게 장외투쟁을 확실히 하는 건지 아니면 국회 보이콧을 하는 건지. 지금 민생 문제라든지 이런 것들이 과연 이렇게 호프를 하면서 저렇게 만연에 웃음을 띠는 것이 옳은 것인지 생각(의문)이 든다. 나는 그렇다. 이런 상황 정도면 지금 우리 한국당이 국민들한테 주는 메시지가 뭔가. 투쟁인가? 국회 보이콧인가? 아니면 민생인가? 아무런 메시지를 안 주고 있지 않는가”라며 지도부에게 고언했다. 

더 나아가 장 의원은 “우리가 갑이다. 저희가 마음을 먹고 들어가면 국회가 정상화되는 거다. 그래서 민주당에게 그냥 명분으로 우리한테 유감을 표해달라? 그 유감 표명을 받으면 또 뭐가 대단해지는가?”라며 “꼭 그 의총을 열어서 무슨 유감 표명을 어떻게 할 것이냐. 그 강도는 어떻게 할 것이냐. 나는 좀 그거는 구차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조건없이 국회에 복귀해서 여러 민생 현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캡처사진=KBS)

윤 원내대표는 22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민주당에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 호프도 좋은데 지금 국회법 53조에 보면 3월과 5월 셋째 주부터는 상임위원회를 열어야 한다고 돼 있다”며 “이번주 같은 경우 (한국당이) 들어오든 말든 상관 없다. 자기들이 놀든 말든. (한국당과 상관없이 국회로 들어)와서 상임위 현안은 빨리 다뤄야 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런 것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서 달래기나 하고 있는 것이 나는 이해가 되지 않고 4분의 1이면 국회 소집 요구를 할 수 있다. 나는 그런 것부터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국회에서 뭔가 일을 하면 자기들은 놀고 있고 땡깡 놓고 있다가 그게 국민 앞에 대비된다. 그러면 들어올 수밖에 없다. 호프를 마신다고 들어오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도 장 의원과는 다른 맥락에서 한국당을 개의치 말고 국회 공식 의사일정을 진행시키자는 지점을 부각했다. 기본적으로 윤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을 저지하기 위한 한국당의 육탄전에 매우 비판적이고 민주당도 마찬가지였으면서 이인영 원내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과하게 한국당에 얽매인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윤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패싱하고 국회를 열면 된다고 강조했다. (캡처사진=tbs)

이 원내대표는 22일 아침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과도한 요구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바란다. 시간은 결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여야 충돌 과정에서 있었던 반목을 털어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그렇지만 일방적인 역지사지는 가능하지도 않고 진실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열린 의총에서는 △한국당에 국회 복귀 명분 먼저 주면 안 됨 △패스트트랙에 대한 사과·철회·고소고발 취하 불가 △한국당 설득하려는 강박으로부터 탈피 △어차피 한국당이 먼저 복귀할 수밖에 없는 상황 진단 등 더욱 강경한 당내 여론이 확인됐다. 

이 원내대표는 이러한 당내 여론을 체크했는데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에게 “고소 취하는 절대 안 되고 사과도 안 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한국당이) 조건없이 (국회 복귀에) 응한다면 적절한 (유감) 표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사과를 전제로 하는 (여러 요구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브리핑했다.

물론 이 원내대표 입장에서 취임 이후 △추경(추가경정예산) 심의 및 의결 △경제 회복 관련 입법(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데이터 3법) 등 성과를 남겨 2020년 총선 승리를 도모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마냥 한국당에게 강경 대응을 할 수만은 없다.

민주당은 한국당에 △5월 임시국회 소집 △27일 이낙연 국무총리의 추경 시정연설 △6월12일까지 추경안 의결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당선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지만 나 원내대표는 22일 아침 열린 회의에서 “패스트트랙은 불법 무효가 자명하다. 절차와 내용과 방향이 모두 틀렸다. 이 상태에서 국회를 연다고 한들 어떤 진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 대충 국회만 열면 된다고 유야무야 할 생각 말고 패스트트랙에 대한 분명한 사과와 원천 무효 입장을 밝혀주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21일 3당 원내수석부대표(이원욱·정양석·이동섭) 간에 실무 협상이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에 대한 사과와 철회 이외에도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및 정개특위 활동 기간 연장없이 6월 해산 △문재인 대통령과 황 대표의 1대 1 회동 △국민부담경감 3법(부동산 가격 공시법/조세특례제한법/지방세법) 처리 등 요구사항 보따리를 풀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러한 한국당의 태도에 손사레를 쳤고 이 원내대표에게 부정적인 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뭔가 요구조건을 내걸면서 소통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나경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뭔가 요구조건을 내걸면서 소통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장 의원의 조언대로 나 원내대표가 조건없이 국회에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4월15일 3당의 원내 사령탑 진용(홍영표·나경원·김관영)이 교체되기 이전 회동했을 때 △소득주도성장 폐지 3법(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연장/최저임금제 개선/주휴수당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제외) △드루킹 방지 5법(신문진흥법/정보통신망법/방송통신발전법/전기통신사업법) △국민부담경감 3법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한미 무기 거래 점검 △북한의 석탄 거래 문제 점검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비롯 여러 국조와 특검법 논의 △추경은 재해 추경과 비재해 추경으로 분리 △선거제도 개정 관련 정수 270명 축소안을 포함 정개특위에서 논의 △사법 개혁 이슈들도 자체적으로 제시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비롯 사개특위에서 논의 등 수많은 현안에 대해 논의할 의사가 있음을 피력했다.

한편, 호프 미팅을 주선했던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임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1대 1 연쇄 영수 회담을 해야 한다”며 “막힌 정국을 풀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선 5당 대표 회동(또는 5당 원내대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재가동) 후 1대 1 회동을 역제안했고 한국당은 선 1대 1 회동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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