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스포츠와 같은 취미·여가 문화 중 하나일 뿐
의학계...도박 중독, 알코올 중독 등과 같이 뇌에 생기는 이상 질환

(사진=신현지 기자)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세계보건기구 WHO가 최근 공식적으로 게임중독(게임사용 장애)을 질병으로 분류했다.제 72차 제네바에서 열린 WHO의 게임중독에 대한 진단 기준에 따르면 ‘게임을 절제할 수 없고’, ‘일상보다 게임에 우선순위를 두며’, ‘부정적 결과가 발생해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상황’ 3가지가 함께 일어나는 경우이다. 

이 같은 이유를 들어 게임 이용 장애 ‘6C51’이라는 코드를 부여한 WHO의 결정에 한국 정부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특히 게임 산업계의 파장을 우려한 문화부는 게임질병 코드 도입에 지난 27일 장관 주재의 대책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WHO의 총회 의결사항을 번복시킬 수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향후 업계에 미칠 파장에 경계을 주시했다.    

이에 국내 정신건강의학계에서는 과도한 게임 이용은 도박 중독, 알코올 중독 등과 같이 뇌에서 이상이 생긴 질환이라는 의견을 내놓았고 국내 게임업계는 이에 맞서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게임학회·협회·기관 등 88개 단체는 게임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는 “아직 충분한 연구와 데이터 등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성급하게 판단을 내렸다”며“ 게임산업 종사자들을 '질병 유발 물질 생산자로 낙인찍어선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사진=신현지 기자)

직장인들 절반 이상 게임 질병 분류에 ‘반대’

이런 가운데 직장인 절반 이상이 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것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커리어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335명을 대상으로 ‘WHO 게임 중독 질병 분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반대한다’ 54.6%, ‘찬성한다’ 45.4%로 나타났다.

특히 직장인 10명 중 4명인 40.9%는 게임을 즐겨하는 편이었으며 이 중 56.2%가 ‘가끔 본인이 게임 중독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에 이어. ‘거의 없다’ 37.2%, ‘매우 자주 있다’ 3.7%, ‘자주 있다’ 2.9%순으로 나타났다. 

게임 중독의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서는  ‘다른 관심사나 일상생활보다 게임하는 것을 우선시한다(46%)’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게임으로 인해 삶에 문제가 생겨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한다(36.4%)’, ‘게임을 하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한다(15.5%)’, ‘게임 중독의 증상이 12개월(1년) 이상 지속된다(2.1%)’ 순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9일 오전 10시, 본지는 서울 중심의 한 게임업소를 방문했다. 2층의 40평 규모의 게임업소는  생각 이외로 빈자리가 많았다. 특히 실내 흡연이 금지되어 밀폐된 공간에도 탁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날 게임업소의 종업원 A양은 “24시간 운영으로 지금이 가장 한가한 시간이고 평일 퇴근시간이 가장 붐비는 시간이다.”며 “이 시간에 있는 손님들은 전날 밤을 샌 사람들이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그 때문인지 출입문 주위로 간밤에 이용한 빈 식기들이 수북했다. 음식은 얼마든 주문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방 주위 식당들도 이들의 음식 주문을 위해 24시간 운영하는 곳이 많다는 A양의 설명이 뒤를 따랐다. 

이날 이용객 중 초등학교 4학년 두 남학생은 “아침 8시에 나와 이제 2시간밖에 안됐다”며 “ 친구들과 가장 많이 하는 놀이가 게임이다.” 라는 답이었다. 또한 게임을 잘 하지 못하면 친구들이 놀아주지 않아 따로 놀아야 한다는 답도 나왔다. 게임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거나 우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지만 게임을 못하게 하면 화가 난다고 답했다.

이날 이곳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던 이용객 중 직장인 K씨는 WHO가 공식적으로 밝힌 게임중독 질병 분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현대인들은 과도한 업무와 대인들 간의 문제로 쌓인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나 역시도 그렇다. 일주일 내내 받은 스트레스를 주말에 게임으로 풀어낸다. 

1주일에 한번 게임을 즐기는  이런 재미도 없으면 세상 무슨 재미로 살겠는가. 그래서 게임을 하다보면 어느 때는 밤을 새기도 한다. 하지만 업무에 지장이 있거나 생활을 소홀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하면 부작용이 더 생길지도 모른다.”라고 게임 질병 부여에 난색을 표했다. 

게임 중독성 강해...학업스트레스 많은 청소년들 절제 더욱 어려워

반면, 중학교 학부형이라고 밝힌 B씨는 “정도를 지키면 문제될 게 없지만 한번 게임에 빠져들면 점점 더 깊이 빠져든다.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학업 스트레스가 많은 청소년일수록 이 중독에 취약하다.

우리 애도 처음엔 큰 문제없을 거라는 생각에 방치했다가 수업까지 빠지는 바람에 아이와 큰 갈등을 겪고 있다. 지금도 아이와 사이가 좋지 않다. 그러니 국가가 나서 이를 철저히 막아줘야 한다.”라고 게임중독 장애 분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1주일에 4번 이상은 게임을 한다는 M씨는 “ 솔직히 게임을 자제하기 어렵다. 게임을 안 하려고 맘을 먹는데 잘 안 된다. 부끄럽지만 게임방에서 밤을 새우는 날이 많다. 그 때문에 가족들과 별로 사이가 좋지 않다.”며 “하지만 게임 중독 환자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게임업계...국민 67% 이용하는 게임 스포츠와 같은 취미·여가 문화 중 하나일 뿐

한편 10일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인디게임협회, 넥슨 노동조합,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스마트폰게임개발자그룹 등 게임업계 종사자 단체는 보건복지부와 의학계의 게임 질병코드 국내 도입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성명서에는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연구논문들은 한쪽으로 편향되었으며 낡은 인터넷 중독 진단 척도에 기반하고 있다”며 “게임 행위와 중독 간 인과요인에 대한 의약학 연구 이외 사회과학 연구가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학계 내의 합의조차 부족한 일방적인 주장에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낭비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체 국민 중 67%가 이용하는 게임은 건전한 놀이이자 영화나 TV, 인터넷, 쇼핑 같은 취미 중 하나로 개인의 건전한 놀이나 취미 활동이 과하다고 질병으로 취급하면 제2, 제3의 게임 질병코드가 개인의 취미 생활을 제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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