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필수 대림대 교수

[중앙뉴스=김필수] 우리나라의 징용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불만으로 그 동안 언급되었던 경제보복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우리의 주력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중 가장 핵심이 되는 3가지 원료의 수출 제한조치가 취해지면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소재는 일본이 90% 이상을 공급하는 우리의 의존도가 가장 높은 소재다. 일본의 치졸한 경제보복은 우리 기업뿐만 아니라 일본 재계에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의 수출제약으로 해당기업의 한국 수출은 물론 일본이 수입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메랑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가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면서 애플 등 다른 글로벌 기업에도 큰 주름살을 줄 수 있다. 즉 우리와 더불어 일본은 말할 필요가 없고 글로벌 시장에도 기하급수적으로 손실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국가 간의 글로벌화는 한쪽만의 손해가 아닌 서로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 특히 한중일의 문화적 공감대가 아닌 정치적인 이유로 문제가 발생한 만큼 양국 정부의 책임은 가장 심각하다. 정경유착의 사례가 각 국가에서 일고 있고 보호주의와 자국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면초가의 형국이다. 외교적으로도 고립되어가고 있지만 무엇보다 안팎으로 얻어맞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동맹국인 미국의 경우도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로 철강재를 시작으로 각종 제품에 대한 관세가 무작위로 부가되면서 심지어 주한미국 방위비 부담 문제까지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 시장에 수입되는 외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 25% 부과를 6개월 연장하면서 아직 우리나라는 안심의 단계가 아니다. 국내 시장에서 최대 80만대에 이르는 완성차 수출이 관세부과로 가로막힌다면 언급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는 제외될 것이라고 안심하기에는 우려사항이 큰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중국은 화풀이식의 사드 문제를 부각시키면서 우리의 중국 시장이 반토막 나는 심각한 후유증을 안고 있으며, 이러한 대국답지 않은 행위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관광객의 입국 금지는 아직도 진행형이고 특히 며칠 전에는 베이징 시내의 광고 전광판을 2025년까지 베이징시와 계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철거를 당하면서 심각한 재산피해를 받고 있다.
이유도 없이 일반 글로벌 시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중국 내에서는 일방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여 심각한 재산적 피해를 받고 있는 만큼, 일반 글로벌 시장과 중국 시장은 별도로 판단하고 운영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이번에는 일본까지 우리에게 경제보복을 하면서, 강대국의 다양한 경제적 심적 피해를 동네북식으로 사방에서 당하는 약소국의 비애를 느끼고 있다. 동시에 강대국의 논리가 글로벌 사회를 지배하는 현명하지 못한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각자 능력껏 알아서 살아야 하는 시대로 돌입했다. 

  현 시점에서는 현명한 정부의 판단과 철저하고 냉철한 실행이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으나 현재까지는 정부의 대책은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은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반도체 장비나 철강 원자재는 물론 심지어 자동차 분야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도 전기차의 모터나 컨트롤러 시스템은 물론 배터리 전해질막이나 수소 탱크용 소재, 자율주행차용 센서와 시스템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의 제재도 고민된다.
현재로서는 일본은 자국의 독점적 우월성을 가지면서도 우리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독과점 소재나 원료는 물론 장비에 대한 규제 대상 분석이 끝난 만큼 후속조차가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리지 않고 더욱 다양한 경제보복을 시행하여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겠다는 것이고 우리의 항복을 받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도 WTO 제소 등 강력한 대응방안을 생각하고 있으나 기간이 1년 넘게 걸리고 효과도 반감될 수 있어서 할 수 있는 대책이 없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그래도 의미가 있는 것은 제소 결과도 중요하지만 우선적으로 국제적 관심을 높이고 일본의 경제보복이 자신들이 선언한 자유무역 체제에 반한다는 문제의식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즉 국제 사회에 일본의 심각성을 호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만큼 지금이라도 준비해야 한다.

  우선 수출 및 수입 다변화가 필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원천기술 확보이나 수요도 없는 원천기술은 낭비성이 큰 만큼 사안에 따라 수출과 수입 다변화를 꾀하여 지역별 위험성을 낮추어야 한다. 특히 일본의 경우 앞으로도 얼마든지 각종 사안을 핑계 삼아 우리를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즉 대일본 수출 및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필요하면 국산화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이 방법은 늦기도 하였고 시간이 오래 소요되겠지만 지금이라도 챙겨야 하는 사안이다.                                              

  그리고 강대강의 대책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특히 여러 면에서 약한 우리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정치인들은 쉽게 국민적 감정을 이용할 수 있으나 기업인에게는 한번 어그러진 틀은 다시 회복하기 힘든 만큼 함부로 활용하지 말아야 한다. 즉 정치적인 문제가 이렇게 커진 책임은 정부가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로남불식으로 책임지지 않는 정책은 결국 기업들과 국민들이 고스란히 받기 때문이다. 정부 등 지도자들의 업그레이드 된 의식이 필요하다. 더욱 일이 커지기 전에 외교적으로 해소하고 철회시킬 수 있는 정치적 결단을 촉구한다. 말만 하지 말고 해결의지와 실질적인 조치를 촉구한다.

  고슴도치 전략도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 강대국에 비하여 약소국이라도 한방을 가진 고슴도치 전략을 키워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의 피해가 커질 수 있으나 너희들도 무사하지 못하다는 고슴도치 전략을 국방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상대방이 함부로 접근하고 장난치지 못하는 예방적 조차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강대강 전략으로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는 일본 수입차의 불매운동 등을 시민운동 식으로 전개하자는 의견도 있고 유니클로 같은 일본의 패션브랜드의 불매운동 등을 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 판단된다.
예전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 열도 문제로 중국의 희토류 원료 수출제한은 물론 일본차 불매와 폭력까지 나타난 양상을 흉내 내는 것에 불과하다. 주변의 치졸한 방법보다는 우리는 크게 보고 크게 생각하는 대처가 더욱 중요하다. 같은 부류로 전락하는 것은 물론 해결하기 힘든 최악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현재는 냉정하고 크게 보는 시각으로 한중일의 역사적 문화적 공감대를 다시 찾아 냉정해져야 하는 시기다. 특히 정부가 강대강으로 부추기기 보다는 국민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외교력을 키우면서 일본을 설득해야 한다.
이 상태가 계속 진행된다면 모두가 피해자가 될 것이고 국민적 감정까지 다치는 심각한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일본의 경우도 치졸한 경제보복은 선진국답지 않은 행위임을 인지하고 일본 기업과 지식인의 현명한 움직임을 촉구한다. 지금은 침착하게 흥분을 가라앉히고 하나하나 다시 정리해야 하는 시기이다. 냉철하고 현명해져야 한다.

▲ 김 필 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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