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 / 소설가
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 / 소설가

[중앙뉴스=이재인] 여기저기에서 단풍소식이 전해질 무렵이면 스웨덴 한림원에서 노벨문학상 소식이 전해지곤 했다. 이에 이때쯤이면 나와 비슷한 연대 또래들은 노벨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작가의 작품집을 사려고 너도나도 어김없이 서점을 찾아갔다.

그 때문에 서점 주인은 노벨상 수상작으로 호황을 누리는 시대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독자들도 가슴을 설레면서 호기심으로 책장을 넘겼다. 지금처럼 출판물이 인터넷 매체나 오락매체에게 침식당하지 않은 시절의 이야기다. 말하자면 벌써 슬픈 전설이 된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다.

돌아보면 우리나라는 내용상으로 금속활자를 발명한 세계최초의 문화국가이면서도 우수한 출판물의 생산 국가였다. 그런데도 어쩌다가 지금까지 노벨문학상 하나도 탈 수가  없는지 이 가을에 한 번 쯤 생각해 볼만하다는 뜻이다.

이에 이 문제를 직시하면 첫째로는 작가들이 마음 놓고 글을 쓸 수 없는 경제적 환경일 것이고 둘째로는 작가들의 치열한 작가정신의 부족함이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셋째로는 국가적인 정책의 부족함에도 있다. 우수한 금속활자로 책을 출간했던 그 지혜를 살릴 수 있는 문화적 투자가 미흡하지 않았는가라는 사실이다. 사실 우수한 출판물이 생산된 시대에는 정치적 사회적 안정을 누렸다.

세종 때가 그랬고 정조시대가 그랬다. ‘월인천강지곡’이나 ‘동국정운’이 그 산물이었다. 이로 인하여 귀족과 승려들의 전유물로 되었던 독서문화가 일반 대중화되는 기폭제가 되었다. 그게 바로 딱지본 소설류였다.

이렇게 시장을 개척하여 한국문학의 위상도 차츰 세계에 알려지기도 했다. ‘한국문학번역원’에 의하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해외에서 발간된 우리문학도 690종이다. 그러니 이런 기회에 문화관계당국에서는 범국가적 지원제도를 대폭 확장하는 것도 국위 선양은 물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원인도 될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한국인의 독서시장은 형편없다. 이 문제를 정부는 한번 쯤 생각해 볼일이다. 제 4차 산업 운운하지만 우리의 독서시장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으니. 선진국의 국민들 독서는 책시장을 촉진하는데 기여한다고 한다.

거두절미하고 내 생애에 한국의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차지했다는 소식을 듣고 싶은 것이 꿈이 아닌 현실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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