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취재 국민 알권리도 보장 되어야 한다

박광원 기자
박광원 기자

[중앙뉴스=박광원 기자]최근 법무부가 검찰 개혁 차원에서 마련해 발표한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에 균형감을 잃은 내용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법무부가 12월1일부터 시행할 예정인 이 훈령은 피의사실 공표를 엄격히 금지하는 게 핵심이다. 내사·피의사실, 수사상황 등 사건 관련 내용은 원칙적으로 공개를 금한다.

또한 공개소환과 포토라인 촬영도 금지하게 된다. 법원 판결을 거쳐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 검찰수사 단계에서 마치 사실인 것처럼 알려져 피의자 인권을 훼손하는 일을 없애자는 것이다. 범죄 사실을 놓고 무죄 추정원칙에 비춰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뜻에 공감하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검찰이나 경찰 수사 과정에서 노출되어 애꿎은 피해를 보는 일이 셀 수 없이 많았던 전례를 상기하면 더욱더 그렇다. 하지만 법무부 훈령을 들여다보면 우려되는 내용도 적지 않다.

일반 형사사건 피의자뿐 아니라 고위 공직자나 대기업 총수 등에 관한 수사 정보도 비공개로 하기로 한 점 등을 꼽을 수 있겠다. 검찰 수사와 권력에 대한 언론의 감시 역할을 위축시킬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언론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곧바로 국민의 알 권리 침해로 이어진다.

따라서 언론 오보를 보는 시각은 달리 보았으면 한다. 언론의 눈을 피해 피의자 인권을 내세워 '밀실수사'가 이뤄질 개연성도 있다. 기소 때도 제한된 정보만 공개하기로 한 부분은 공개심리주의를 채택한 우리 사법체계에서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법무부 훈령 가운데 특히 우려스러운 대목은 오보를 낸 언론인의 취재를 막겠다는 발상이다. 지난달 공개된 초안에는 없었다가 수정안에 새로 들어간 내용이다. 이 규정 33조를 보면 '사건관계인, 검사, 수사업무 종사자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한 기자 등 언론 종사자에 대해서는 검찰청 출입제한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오보나 인권 침해 기준이 무엇인지, 이런 문제를 누가 판단하는지에 관한 규정은 없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법무부는 논란의 여지가 큰 조항을 추가하면서 의견 수렴 절차는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언론의 의견을 듣지 않았을 뿐 아니라 검찰의 의사도 반영하지 않았다고 한다. 출입 제한 조치와 관련해 반대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게 대검찰청 설명이다.

어느 정도는 수사의 밀행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해도 검찰 수사가 아무런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고 진행되는 건 국민들에게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러지 않아도 검찰 취재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오보를 이유로 접근 자체를 막겠다는 건 마음에 안 드는 언론인을 솎아내려 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자초할 수도 있다. 

현재 법무부와 검찰이 추진하는 개혁 작업을 두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진작부터 있었다. 두 기관은 이른바 '조국 사태'를 계기로 앞다퉈 혁신안을 쏟아냈다. 최근 한 달 새 법무부 6번, 검찰 7번 등 모두 13번의 개혁안이 발표되면서 그 빠른 속도로 인해 놓치는 것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무·검찰 모두 개혁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쇄신에 나섰다는 점을 의심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제 차분하게 각론을 살펴볼 때가 됐다. 그동안 내놓은 개혁안 가운데 비효율적이거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건 없는지, 부족하거나 정도가 지나친 부분이 있지 않은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혁의 진정성이다. 정치적 상황이나 조직 이기주의에 따라 일관성 없이 기준을 달리하면 다수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처벌 위기에 직면한 피해자는 일반인보다 인권 보호의 필요성이 훨씬 더 절박하다. 하지만 이런 점이 법무부나 검찰의 이해관계에 이용돼서는 안 된다. 잘못이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그대로 강행하면 그 피해는 사건관계인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돌아간다.

이제 국민의 눈은 법무부 훈령 검찰개혁을 살피고 감시할 것이다. 무었보다 무죄추정 원칙을 잘 지키면서 범죄인도 인권은 존중이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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