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선거법 협상에서 비례성 확대라는 본래 취지를 벗어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오태양 미래당 공동대표는 13일 저녁 기자와의 통화에서 “(선거법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지역구가 많이 줄어드니까 (자유한국당 외에 여야가 합의한 비례대표 의석수) 75석을 (50석으로) 조정하자고 하는데 그건 단순히 비례 의석수가 15석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 권역별 준연동 비례대표제의 개혁 입법 취지를 전부 조정하고 흔드는 수이기 때문에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오태양 대표는 원외에서 시민사회와 함께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해왔다. (사진=박효영 기자) 

지난 4월29일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 보장)으로 지정된 선거법과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검찰청법)이 12월3일 이후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민주당은 의원들의 이탈표를 관리하고 여야 공조를 유지하기 위해 법안 내용 조정을 카드로 제시하고 있는 모양새다. 

당초 4당(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합의해서 패스트트랙으로 올린 선거법 원안은 ①정당 득표율의 절반을 확보 의석수로 픽스(준연동) ②현행 지역구 253석 대 비례대표 47석 →225석 대 75석(지역구 28석 감소) ③확보 의석수를 6개 권역별(서울/경기인천/충청강원/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호남)로 배분 등이 핵심이다. 

하지만 현재 △2020년도 예산안 심사 정국 △전체 지역구 재조정으로 인한 의원들의 이탈표 우려 △공수처 기소권을 놓고 바른미래당과의 줄다리기 등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타협 가능성이 희박한 한국당을 아예 배제할 단계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문희상 국회의장이 주도하는 정치협상회의 실무단 차원의 4당 공조에 힘쓰고 있다. 사실상 4당이 한국당 없이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물밑에서 조정하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민주당은 지난 12일 경향신문의 단독 보도와 이후 흐름을 봤을 때 사실상 240석 대 60석 안을 바른미래당 등에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②을 후퇴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오 대표는 민주당에 개혁 의지를 촉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오 대표는 “해결책은 지역구 의석 감소에 대한 현역 의원들의 불신을 없애려면 지역구를 보존해주면서 준연동을 도입하려면 의원 정수를 늘려야 하는데 만약 (정의당과 진보진영에서 제안하고 있는) 330석까지는 안 되더라도 316석의 박주현 의원 안(민주평화당 활동)이 있다”며 “300에서 330 사이에서 적정한 수를 선택하는 방향이 개혁 입법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오 대표는 “민주당이 의원정수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 왜 기겁을 하느냐”라며 “말로는 국민 여론을 명분으로 삼지만 실제로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하는 것의 전제가 되는 게 국회의원이 가진 여러가지 특권을 내려놓는 것이다. 이거 하기 싫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즉 “쉽게 말하면 민주당이 갖고 있는 집권여당의 프리미엄과 국회의원 프리미엄을 내려놓지 않겠다.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개혁을 하겠다고 하는 이 모순된 두 가지를 추구하려고 하다 보니 말 바꾸기 꼼수가 나온다”는 것이다.

아래는 오 대표와 일문일답이다. 

Q: 민주당이 ②을 후퇴시키는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A:
결국 민주당이 출구전략을 쓰는 건데 바른미래당과의 교섭 포인트를 잡는 것 같다. 바른미래당이 요구하는 것은 공수처에서 기소권을 빼자고 하는 권은희 의원 안을 관철하는 것이고. 민주당은 양보하기 어렵지만 그걸 받아주는 대신 의석수 조정 관련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에 그걸 무마하기 위해 의석수 조정을 하자라고 해서. 두 가지를 먼저 교환하고 바른미래당과의 협상안을 만들어서 최종적으로 자유한국당과도 논의를 좀 해보자는 단계 전략을 쓰는 것 같다. 

Q: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바꿔보자고 했다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타협됐는데 그게 또 후퇴될 우려가 있는 것 아닌가?
A:
나는 그렇게 보고 있는데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법안이 여야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개혁 법안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을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 이걸 1차 협상에서 의석수 조정이나 공수처 기소권 배제 등을 후퇴시키고 그러면 만약 한국당과 교섭에 들어가면 또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 벌써부터 후퇴를 시작하는 것은 껍데기만 개혁 법안이 되어 버린다. 실제 내용에서는 기존의 선거제도나 검찰 제도와는 큰 차이가 없는 무늬만 개혁 법안이자 맹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뭐 개악까지는 아니지만 그걸 굳이 문재인 정부와 20대 국회의 개혁 법안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너무 부끄러운 법안으로 조정되는 것은 굉장히 우려스럽다. 

(사진=박효영 기자)
오 대표는 선거법 개정안의 취지를 훼손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Q: 결국 민주당의 의지 문제로 수렴되는 것인가?
A:
민주당이 개혁 의제를 확실히 관철시킬 의지가 있다면 여야 4당이 합의한 패스트트랙 안을 가지고 적어도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대안신당(평화당에서 집단 탈당한 세력)까지 포괄해서 여기에 힘을 모으면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킬 수 있는 150석을 확보할 수 있다.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분당 수순에 들어간 ‘변화와혁신을위한비상행동’ 없이도) 충분히 본회의 의결정족수를 모을 수 있는데 이런 적극적인 노력을 안 한다는 것은 민주당 지도부가 정말로 선거법을 개정할 의지를 갖고 있느냐. 또 그냥 제스처만 취하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Q: 선거법의 취지를 살리는 마지노선이란 게 있다면 어떤 것인가?
A:
240석 대 60석 안이 나오고 항간에서 250석 대 50석 안까지 나오고 있다. 지역구를 줄이기 어렵기 때문에 250대 50으로 가자는 얘기가 나오는데 둘 다 권역별 배분이라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지는 안이다. 준연동형도 의미가 굉장히 퇴색되고 권역별 배분도 많이 퇴색된다. 쉽게 말하면 선거법 개정에는 단순히 그것만 있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정치적 비례성과 대표성을 더 확보하느냐라는 대의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지금 비례 의석을 확장하면서 권역별로 가면서 준연동형을 같이 지금 논의해서 타협하기 위해 75석 안이 나온 것이다. 그 이후에도 민주당은 굉장히 단순하고 산술적으로만 계산하는 것이다. 지역구가 많이 줄어드니까 75석을 조정하자고 하는데 그건 단순히 비례 의석수가 15석이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 권역별 준연동 비례대표제의 개혁 입법 취지를 전부 조정하고 흔드는 수이기 때문에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Q: 민주당이 기득권을 놓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인가?
A:
예를 들면 진짜 개혁 입법 차원에서 추진하는 정의당과 민주평화당 같은 경우에는 심상정 대표가 국회의원 세비를 최저임금 5배 이내로 제한하자고 했다. 정동영 대표는 국회의원 세비 50% 삭감에 동의한다고 했다. 그만큼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먼저 내려놓을테니 의원정수 확대라는 개혁 방안에 대해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것이 일치하는데 민주당은 여기서 모순이 있다. 국민들이 실제 체감하는 것은 국회 운영 방식을 어떻게 개선(국회 선진화법 체제와 법제사법위원회의 상원 갑질 개선 등)할 것이냐도 필요하지만 그건 체감이 안 되는 거다. 국민이 원하는 국회 개혁은 국회 운영 절차에 대한 개선도 있지만 현재 국회의원이 가지고 있는 특권을 과감하게 줄이고 할 때 국회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보내주는 것이다. 

Q: 이후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고 보고 있는가? 
A:
작년에 국회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보여줬던 거대 양당의 결탁이 있지 않는가? 이게 재현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다. 지금 패스트트랙 두 가지 법안과 예산안 세 가지가 맞물려 있다. 이게 남은 상태에서 20대 마지막 국회를 앞두고 있는데. 민주당이 세 가지를 조정하는 것에 있어서 원내 다른 정당들과의 교섭이 어렵다고 하면 한국당과 또 결탁해서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패스트트랙 법안들을 후퇴시켜서 통과시키지는 않을지. 이런 부분들도 우려가 된다. 중요한 것은 민주당의 개혁 의지는 계속 의심받고 있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너무 당리당략적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절반을 넘은 상황에서 20대 국회 최소한의 개혁 성과인데 이것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과 평가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여겨야 한다. 여기서 꼼수부리거나 너무 정략적으로 사고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Q: 한국당의 저항 수위는 어떻게 예상하고 있는가? 
A:
11월달 내내 이게 쉽지 않을 것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오늘 검찰 출두를 하면서 공수처법과 선거법이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고 의회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고.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이 총사퇴를 거론하고 있는데. 물론 4월 동물 국회처럼은 안 되겠지만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확실한 개혁 연대의 입장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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