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 『자칭 씨의 오지 입문기』 펴낸 조미희 시인

사진 제공 / 조미희 시인

 

버렸던 귀 찾아오기

조미희

 

버렸던 귀를 찾을 수 있을까

 

유물처럼, 혹은 화석처럼

귀가 발견되는 곳마다

엄마 말씀 듬뿍 들어 있네

 

잘못했던 선택과

그래도 그리운 그날들의 오보(誤報)같이

내밀었던 수많은 손들

그때 엄마는 내 귀에

얼토당토않은 말을 넣으며

훗날을 예언하실 때

 

손가락 두 개에 박혀 있는

‘네 눈깔’이

흐릿하게 발견되네

 

눈깔은 삐끗 삐기도 하고

스스로 찌르는 곳이기도 하지만

엄마는 늘 악다구니 치는 마녀였네

언제나 내 앞길에 연막을 치는

성실한 공무원이었네

 

생판 모르는 놈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달리던 그날

엄마는 무서운 악담을 했지

 

딱, 너 같은 딸 낳으라고

 

버렸던 귀를 찾을 수 있다면

달라질 수 있을까

 

한 뭉치 봉인됐던 기억이 들어 있는

나의 귀는 이교도가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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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미(아비)노릇을 해 나가는 삶이란 어쩌면 뼈가 아리는 참회록을 계속 써 나가는 길인지도 모른다. 시인의 시집 속을 황홀하게 유영노라니, 앗, 심장을 찌르는 한 장 참회록 한 장 앞에서 내 어머니 얼굴 그려진다. 나 역시 들었던 말 ‘딱 더도 말고 너 같은 딸 하나만 낳아보라’는 ...이 흔하고 쉬운(?) 독설 아닌 독설이 씁쓸하고 슬픈 일갈! 흔한 자식들의 귀에 상흔이 되어 남아있는 훗날의 문장이다. 어쩌면 저주 같지만 어머니의 한탄이요. 딸이 가야할 어미의 길이란 것이 그토록 험난한 길임을 미리 가르쳐주는 예방주사였음을 이 나이에야 가슴 치며 깨닫는다. 담담히 진술한 듯 하지만 찌르듯 아픈 한 행 한 행이 늦은 참회의 눈물이다. 시인의 아픈 고해 앞에서 잠잠히 나도 반성문을 기록해 보았다. 아! 엄마아! 어머니 아버지! 저를 보시나요?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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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희 시인 /

서울 출생

2015 《시인수첩》 등단

시집 『자칭 씨의 오지 입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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