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시인/수필가
박종민 시인/수필가

[중앙뉴스=박종민] 때는 바야흐로 엄동지절에 들어섰다. 어느덧 24절기의 막바지를 얼마쯤만 남겨놓고 있다. 소설 대설 즈음이니 말이다. 칩거(蟄居)의 계절이며 한편으로는 안거(安居)의 계절이기도하다.

신문언론방송에 김장얘기와 관련된 일화와 화면이 자주 등장한다. 삼동(三冬)겨우내 먹고 살 문제 중에서 기본적인 부식반찬을 갖추는 일이다. 김장은 상부상조와 상호부조로 이뤄진다.

그러면서 서로 나눠먹으며 삼동겨울을 날 어려운 이웃에게 고루 베푸는 중대한 연례행사이기도 하다.미리 미리 겨울을 준비하면서 지나온 1년을 갈무리하여 정리하고 마무리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맘때가 되면 생각이 깊어지고 사려(思慮)의 폭을 더욱 넓혀 다듬어나가야 할 즈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는 과연 어찌하여야 하며 무엇을 하는 무엇이어야 할까?나의 영육(靈肉)을 들여다본다. 가슴이 뛴다, 골격이 움직인다. 움직여야 산다.

생각이나 감성이나 행동거지나 온 육신을 움직이며 때론 뛰고 때때로 천천히 걷기도 하면서 부단히 움직여야한다. 멈추면 녹이 슨다. 지체하거나 정체를 하면 나태해지고 나태하다보면 몸이 느슨히 게을러진다.

몸과 마음이 고단하도록 활동해야하고 무엇이던 하고자하는 일에서 활약해야 한다. 그런 맘으로 난 날마다 차디찬 새벽공기를 가르며 뛰고 걷는다. 냇둑에 새로 조성된 산책길이다. 작은 들판 논두렁을 곁에 두고 시냇물이 흐른다.

여명을 앞둔 동녘 중천에 하현 새벽달이 흐릿하게 구름사이에 끼어있다. 아직은 땅거미마냥 어둠이 어둑어둑하다. 들판도 개천도 냇둑의 갈대숲도 어스름에 채여 어리어리하다. 주변이 으슥하나 조용하며 아늑하고 신선하다.

걷고 뒤며 생각해본다.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 나는 과연 무슨 생각으로 냇둑 길을 걷고 뛰고 있는 걸까? 사방팔방이 희미하고 불투명하다. 난 나의 갈 길과 행방을 찾으며 나를 다듬는다.

주변이 온통 거뭇거뭇하고 그러다가 히 멀건 하다. 걸어가고 있으나 행방이 묘연하고 앞을 향해 나가고 있으나 언제 어디로 가야만 한다는 목적과 목표가 전혀 없음을 인지하기도 한다. 정신이 번쩍 든다. 깨어 있어야 한다. 목적 목표를 인지하지 못한 걸음걸음이가 무모한 것이 아니던가?

생각의 길이며 사색이의 길이다. 탐색의 마당이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 내 삶을 업그레이드해나간다. 삶의 길들이기이다. 자세를 가다듬고 생각을 바꿔나가며 행동에 옮겨 나를 길들이기 하는 것이다. 둬 시간 남짓 걸어가노라면 때론 마음이 어둠침침하고 암울하기도 하다. 걸어가면서도 나의 흔적과 표시가 나타나질 않는 길이니 말이다.

그냥 무심으로 지나쳐가는 길이기도 하지만 흔적과 자취를 남기지 않는 걸음걸음이다. 무상무념으로 아무런 생각도 뜻과 의미도 없이 걸어도 보고 그러다가 깊은 상념에 사로잡혀도 본다. 동녘에 빛이 인다. 새 희망의 하루를 여는 여명이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속의 걸음걸음이 목적과 목표와 의미와 자취가 새롭게 튀어난다. 살아있기에 살아서 행동하고 있기에 행동에 따른 행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곳에서 의미를 찾고 의미를 심어 놓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작은 것부터가 사람과 사람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내 삶이기에 삶의 길들이기가 아닌가싶다. 나를 길들이며 나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가족과 이웃과 친지와 친구들에 이르기까지  내 삶의 길들이기를 한다. 못된 버릇 잘못된 행실 성격성품을 길들이는 길들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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