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에 사후 관리에 대한 사회적 책임 있어
연초박 자체를 재활용 가능 물질에서 제외해야
환경부의 무책임한 태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99명이 살아가는 작은 마을에서 33명이 암에 걸렸고 17명이 사망했다. 장점마을(전라북도 익산시 함라면 신등리)의 비극에는 기업과 정부의 무책임이 자리잡고 있다.

권태홍 정의당 사무총장은 18일 오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환경부가 주민들의 호소를 무시하기도 하고 이것 저것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현실을 호도한 것”이라며 “장점마을 같은 경우는 지역에 좋은 전문가들이 붙어서 열심히 헌신적으로 활동해줘서 그나마 넘어왔지만 그 이전에 다른 마을들은 주민들만 움직이다 보니까 환경부가 말하는 과학성과 전문성 앞에 다 깨졌다”고 밝혔다.

권태홍 사무총장은 정의당 전북도당위원장으로 재임할 때 장점마을 사태를 접하고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 해결에 기여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2001년 7월 장점마을 위쪽 산기슭에 비료를 생산하는 기업 ‘(유)금강농산’이 들어왔다. 금강농산은 피자마박, 연초박, 폐사료 등 폐기물을 재활용해서 하루 138.4톤의 혼합 유기물 비료를 제조해왔다. 그러나 금강농산이 비료를 만들면서 배출한 폐기물 연기로 인해 마을에서는 △물고기가 저수지 떼죽음을 당하거나 △악취가 풍기거나 △암 발병 및 사망 등 극심한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이에 주민들은 2016년부터 비상대책회의(주민대책위원회)를 꾸렸고 2017년 환경보건법상의 ‘주민건강영향조사’를 신청했다. 그 결과 지난 14일 환경부가 토양, 지하수, 공기 중에 오염물이 쌓인 먼지가 있었고 그 오염물에는 PAHs(다환방향족탄화수소)가 들어 있었다고 인정하게 됐다. 

하지만 환경부는 사실상 그동안 무책임했고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결과를 발표하게 된 것도 등 떠밀려서 한 측면이 크다. 

권 사무총장은 “2017년 4월25일 공장 가동이 중지됐다. 그 다음 2018년 1월부터 조사를 시작했으니까 8개월만에 한 것이다. 근데 저희가 일관되게 요구한 것이 공장 내부 조사를 해야 한다는 건데 그곳이 사유재산이라 들어가기 어렵다는 것이 환경부가 하던 이야기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렇게 밀고 당기다가 2018년 10월에 들어가서 조사했으니까 공장 문 닫고 1년 6개월 만에 조사한 것”이라며 “1년 6개월 만에 조사했는데도 공장 인근에서 그런 게 나왔다는 것은 그 이전에 실제 가동했을 때는 엄청난 고농도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통계 데이터가 얼마 안 나와서 조사 결과를 해석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면서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 것에 대해 권 사무총장은 “한국역학회에 자문을 구하고 토론회도 열고 해서 최종적으로 환경부가 인정을 하게 되는 과정인데”라며 “환경부 내 조사자문위원 중에 역학 전문가가 없고 전부 환경 전문가만 있다”고 꼬집었다.

아래는 권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KT&G(한국담배인삼공사)가 금강농산에 연초박을 팔았는데 그런 식으로 처리할줄 몰랐다고 면피성으로 나오게 되면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 같다? 
A:
책임에 대한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의 문제다. KT&G는 법적으로 이게 재활용 물질로 돼 있고 그쪽이 퇴비를 만드는 조건으로 금강농산에 팔았다. 사실 퇴비를 전혀 만들지 않았다. 퇴비를 만든다는 것은 가열하지 않고 그것 자체를 무엇과 섞어서 퇴비로 쓴다는 말이다. 근데 그것을 가열 건조해서 비료의 원료로 썼다. 그 과정에서 이런 사단이 난 것인데 사실 이게 가열하게 되면 매우 유해성이 심한 폐기물이기 때문에 원래 KT&G가 책임지고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근데 그것을 퇴비로 쓴다는 조건으로 넘겼다고 하는 건데 그렇게 따지면 모든 사업장의 유해 폐기물에 대해 최종 책임은 어디에다 넘기는 순간 다 면제될 수 있는 것인가. 거꾸로 보면 그걸 통해서 기업이 여러 가지 이익을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최종 사회적 책임은 KT&G에 있다. 그냥 넘기는 것으로 끝난 게 아니고 그게 제대로 처리되고 있는지 관리감독을 KT&G에서 해야 한다. 그런데 사회적 책임을 떠넘겼다. KT&G가 비용 부담을 해서 처리해야 할 문제를 오히려 돈을 받고 사회적 유해성이 강한 것을 떠넘겼고 그 관리감독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업이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싫어서 하청기업에 고용을 떠넘기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Q: KT&G는 연초박이 유해하고 사회적으로 큰 해악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그런 것이라고 보는가? 
A:
애당초 담뱃잎은 퇴비로 만드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 시골에서 살아보면 알지만 퇴비 만들려고 쌓아놓으면 발효가 되어 제법 열이 많이 난다. 퇴비 제조 과정에서 자연 발열에 의해서도 TSNA(담배특이니트로사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것까지 포함하면 사실 폐기물 처리에 대해서 우리 기업들이 매우 무책임한 것이다. KT&G 같은 경우는 그게 주민들 생명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우리가 이후에 법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연초박 자체를 재활용 가능 물질로 분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제외하자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KT&G가 현재 보이고 있는 태도는 예전에 연초박을 팔아 넘길 때와 똑같다. 문제는 가열 건조를 해서 생긴 1급 발암 물질들이 주민들에게 그대로 노출됐다는 것이고 단순히 담배피는 것보다 훨씬 해롭다. 필터도 없이 24시간 동안 담배피는 것과 똑같다. 그러다보니 주민들의 몸 체질 상태에 따라 취약한 쪽에 다양한 암이 발생한 것이다. 

Q: 환경부가 주민들을 힘들게 한 측면이 많았다고 보는 것 같은데?
A:
이번에 같이 겪어보니까 주민들 입장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전문성을 앞세워서 나와버리면 완전 바보가 되는 것이다. 법이 미비한 게 하나 있고 법이 있음에도 환경부가 주민 입장 보다는 자기들 기관 입장에서만 서는 태도 문제가 굉장히 크다. 거꾸로 얘기하면 법이 미비하면 환경부가 오히려 나서서 주민 보호 차원의 법 개정부터 시작해서 관리 점검 이런 것에 대해 훨씬 만전을 기해야 된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먹고 산다고 정신없이 왔지만 이제는 그런 환경 문제가 전국적으로 어마어마하게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내기마을(전북 남원시) 조사했던 분들 중에 한 분이 장점마을 조사를 맡았었다. 어쨌든 내기마을 조사에서 현실의 통계를 누락했다고 양심선언을 했다. 그런 문제까지 포함해서 이번에 장점마을의 주민 희생을 계기로 현재 환경 문제 전반에 대해 새로운 재검토를 해야 한다. 끈질기게 해나가려고 한다. 

Q: 주민들은 관계 법률이 취약해서 직접 소송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들었다.
A:
말만 피해구제법이다. 환경부가 처음으로 인과관계를 인정했기 때문에 다만 환경부가 2018년 1월 역학조사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가 2017년 전북 익산시를 움직여서 기초조사를 해놓은 것이 있다. 이 데이터에는 환경오염도가 훨씬 높게 나타나 있다. 그 기초조사를 한 것과 환경부의 역학조사 데이터, 최종적인 인과관계 결과까지 제시하면 재판에서 법적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을 상당히 안고 가는 것이다. 이것도 처음 가는 길이라 저희가 지역에서 변호사 몇 분들과 함께 소송 준비해서 가고 있는데 어쨌든 최선을 다해서 새로운 길을 낸다는 각오로 하고 있다.

한편, KT&G 측은 담배 폐기물인 연초박을 법적 기준을 갖춘 폐기물재활용업체인 금강농산에 적절히 매각 처리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주민대책위는 KT&G에 △연초박 처리에 대한 공급계약서 △연초박 성분분석성적서 △폐기물 분석결과서 △지정폐기물 판명 기준 △계약 상대방 관리과정 또는 실사조사보고서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KT&G는 “모두 당사의 경영정보, 거래정보, 연구자료 등에 해당돼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못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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