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들러리 삼는 오더 정치
낡은 정치 진영논리
말 보다는 실천 강조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각 분야 스펙 끝판왕 엘리트들이 마지막 출세 수단으로 여기는 국회의원. 그들이 모이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항상 높았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80년대생들에게 듣는 한국 정치 이대로는 안 된다>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자로 나선 80년대생 3인은 경력 정치인들의 ‘오더 정치’로 청년들이 들러리를 서고 있다며 진짜 청년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 정치를 이용하기만 하는 정치권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 이번 토론회. (사진=박효영 기자)
청년 정치를 이용하기만 하는 정치권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 이번 토론회. (사진=박효영 기자)

무엇보다 2020년 총선까지 5개월도 안 남은 상황에서 또 다시 청년 정치가 유행처럼 소환되고 있다. 청년 정치를 말하고 써먹어야 좋아 보이고 선거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이랑주 전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 청년정책특보(37)는 “기존 양당은 청년들을 미래의 정치 주역이자 미래의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로 보지 않는다”며 “(작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나는 숨만 쉬어도 욕을 먹었다. 여자가 초등학생 아이의 육아를 제대로 하지 않는 엄마라는 욕을 먹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임에도 민주당에 쓴소리를 가한 것이다. 

이 전 특보는 “청년은 그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이슈몰이나 하다 토사구팽 해버리는 것이 그들의 민낯”이라며 “당원으로서 정치적 의사결정이나 그 과정에 민주적이구나라고 체감해 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더 나아가 “오더 정치가 만연하다. 지역위원장은 당대표의 눈치를 보고 구의원과 시의원은 지역위원장 눈치를 본다. 누군가 지지하고 싶은 후보가 생겨도 지역위원장 눈치를 보느라 중립을 지키려 하거나 뒤에서 듣고만 있는다. 이런 식으로 당의 오더가 오는 경우가 많다”고 고백했다. 

끝으로 이 전 특보는 “간과한 것이 있다”며 “민주당 당원으로서 밭을 갈고 현 정부를 응원하는 것만으로는 한국 정치의 후퇴를 막을 수 없다. 기득권 정치인들이 내려놓지 않는다면 우리 청년들이 모여 한국 정치와 나라를 위해 새롭게 실험하고 도전해보고자 뜻을 모으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고려대 대학원 정치학과에 재학 중인 이수인씨(36)는 “30대에게 정치는 우리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실제로 제도화시킬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되어주지 못 하고 있다. 조국 사태 이후에도 여전히 진영논리에 빠져 내년 총선을 위한 혐오 문화 조성에만 매진하고 있다”며 “편을 가르고 헐뜯는 것이 아닌 우리와 다음 세대를 위한 건강하고 합리적인 정책을 만들 수 있는 한국 정치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상론적인 이야기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맞다. 선거 시즌이다 보니 이러한 말들이 먹히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런 논리로 한국 정치는 이어져 왔다. 그래서 이렇게 됐다. 감히 바라건대 미래의 한국 정치는 이벤트에 매몰되는 것이 아닌 철학과 가치로 운영되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김성훈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37)는 “진보진영은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보수진영의 문제는 아픔에 대한 공감 능력이 철저하게 부족하다”며 “반대하고 적대하는 가치를 칼로 도려내고 훼손하는 정치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가치를 더해서 새로운 미래를 갖고 있고 어떤 걸 할 수 있다고 말했으면 한다”고 발언했다.

진행을 맡은 정태근 전 의원은 “부러운 것 중의 하나가 프랑스 정치의 변화”라며 “청년들이 데코레이션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당연하게 하나의 정당에서 비례대표 15석을 얻는다고 한다면 유권자 연령대별로 할당해주는 것이 맞다. 그 사람들이 스스로 결정해주도록 하는 게 맞다. 근데 우리는 모든 방식이 그 주체가 스스로 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항상 시혜를 내려주는 방식으로 한다”고 환기했다.

말 보다는 실천에 방점을 찍은 발언도 나왔다.

최근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문병호 전 의원은 “토론회를 별로 안 좋아한다. 이런 토론이 50년 동안 수 만번 있었을 것”이라며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한국 정치 이대로는 안 된다는 토론이 있었을 것이다. 똑같은 얘기가 수 십번 수 백번 반복됐을 것이다. 토론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요새 스마트폰에 출판기념회 문자가 많이 온다. 시민단체나 청년들이 그런 걸 해봤으면 좋겠다. 출판기념회 하는 후보자 떨어뜨리기 운동. 그런 걸 해야 정치가 바뀐다고 생각한다. 비판만 한다고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면 좀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런 토론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여기 있는 분들이 다 탈당해서 당 하나 만들면 다 된다고 본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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