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대가성 불인정
관계자 진술 불신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알만한 사람들은 다 봤다는 ‘김학의 동영상’의 주인공 전 법무부 차관 출신 김학의씨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씨는 동영상 속 인물이 자신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김씨는 ‘윤씨를 모르기 때문에 →뇌물 역시 받지 않았고 →별장에 가지 않았고 →문제적 성행위 동영상 속 인물은 자신일 수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의씨는 결국 무죄를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계선 부장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는 22일 오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의 이유는 △공소사실 관련 관계자의 진술이 신빙성 부족 △대가성 입증 불가 △공소시효 만료 등 크게 3가지다. 

김학의 게이트 수사단(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수사 권고)은 지난 6월4일 수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핵심 내용은 이런 거다.  

①김씨가 2003년~2011년 건설업자이자 로비스트인 윤중천씨와 사업가 A씨로부터 1억3000만원 상당의 금품 수수 
②김씨가 2006년 중반부터 2007년 12월 사이 강원도 원주 별장에서 받은 13차례의 성접대

① 중에서 1억원은 제3자 뇌물 혐의이고, 3000만원은 직접 뇌물을 받은 뇌물수뢰 혐의다. 

우선 윤씨를 알아야 한다. 윤씨는 여성들에게 약물을 먹여 강제 성관계를 맺게 하고 그걸 동영상으로 남겨두는 식으로 약점을 잡아 권력층에게 성상납을 강요했던 파렴치범이다. 이권을 따내고 고위층 인사를 관리하기 위해 여성들을 짓밟았던 윤씨는 자기 소유의 강원도 원주 별장을 그런 장소로 사용했다. 김씨는 그 별장에 갔고 거부하는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러니까 ①과 관련 윤씨는 김씨에게 여성 B씨를 소개시켰고 둘은 성관계를 맺었다. B씨는 김씨로부터 상가 보증금 1억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윤씨가 유무형의 권력을 사용해서 B씨의 1억원 채권을 무마시켰다는 것이다. 수사단은 김씨가 윤씨로부터 1억원의 채무 무마라는 뇌물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다.

정 부장판사는 “윤씨가 1억 상당의 채무를 면제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무엇보다 제3자 뇌물죄의 핵심인 부정한 청탁을 입증하기에도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1억원이 불인정 됐을 만큼 김씨와 윤씨 간에 오고간 성접대 뇌물관계 역시 부정됐고 공소시효도 만료됐다고 결론지어졌다. 김씨가 받은 성접대를 뇌물로 봤을 때 그 시점은 2008년 2월까지라서 뇌물액 1억원 미만의 공소시효 10년 원칙이 적용돼 무죄가 된 것이다. 

수사단 소속 검사는 김씨가 2012년 4월 윤씨의 청탁을 받고 피의자 C씨의 형사사건 진행상황을 알려준 것에 대해 수뢰후부정처사죄를 주장했지만 정 부장판사는 “전달한 내용에 비춰 부정한 행위라 보기 어렵다”고 불인정했다. 

이밖에도 △2009년 6월~2011년 5월 사이 김씨가 A씨로부터 받은 190만원 상당의 상품권과 차명 휴대폰 요금(증거 불충분) △2009년 이전에 받은 4700만원(공소시효 만료) 등도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다.

정의당 여성본부는 선고 직후 논평을 내고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김학의 게이트는) 최소 7년 동안 원주 별장 등에서 윤중천과 김학의를 포함한 사회 권력층에 의해 강간, 성추행, 폭행, 상해, 협박, 불법촬영, 약물 강간 등이 있었던 성폭력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성본부는) 김학의와 윤중천에 대한 추후 재판이 성폭력을 가능케 했던 사회구조를 개혁하는 정의로운 판결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수사단의) 위법과 부실 수사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유상진 정의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애초 검찰은 피해자들의 성폭력 증언에도 불구하고 뇌물죄로만 기소해 성폭력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6년간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가 정상적인 기소 시기를 놓친 검찰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안일한 수사와 기소로 권력형 성폭력 사건을 성접대로 축소하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 검찰의 현주소”라며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할 법원이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고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도리어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학의의 얼굴이 고화질로 담긴 영상까지 나온 마당에 어떤 증거를 들이밀어야 인정하겠다는 것인가”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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