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내추럴 보이스
대중과 센스란?
빈에게 3명의 은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을 노래로 풀어내면 사람들이 공감하고 들어줄까. 이미 너무 많은 발라드 가수들이 이별 노래를 쏟아내고 있지만 선택되는 노래들은 공통점이 있다. ‘프로이별러’로 불리는 신인 가수 빈(VIN/Voice In Nature)을 만나 발라드와 노래에 대한 철학을 들어봤다.

자신만의 음악 철학을 말하고 있는 가수 '빈'. (사진=권민서 대표)
자신만의 음악 철학을 말하고 있는 가수 '빈'. (사진=권민서 대표)

빈(26/본명 김준희)은 20일 오후 서울 삼성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지금 쓰는 모든 곡들의 감흥이 실제 이별 경험들에서 비롯됐다”며 “실제 아팠던 감성을 떠올려서 써야 가사도 잘 나오고 멜로디도 더 잘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감성으로만 채우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 

빈은 “발라드가 나오면 대중들한테 공감을 얻어야 되는 것”이라며 “헤어진 여자친구와의 추억과 상황을 가사로 썼을 때 남들이 공감하지 못 할 가사가 나오면 그 부분은 작사가에게 조금씩 수정을 받는다. 나만 슬프고 애절하면 무의미하고 그것이 듣는 사람들에게 와닿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가 나쁜 놈이고 내가 못 해줘서 미안하고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만 쓰게 되는데 사실상 발라드라는 것은 반대 입장에서 자주 그려진다. 왜 너는 날 차고 왜 떠나갔어. 이런 원망의 감정이 정석인데 나는 내 입장에서만 생각해서. 보냈지만 지금 와서 후회한다는 느낌으로 곡을 계속 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빈은 헤어진 연인에 대해 “원망은 절대 없다”면서 “어렸을 때는 나도 이별이란 게 너무 서툴고 여성에게 하는 말과 행동이 너무 서툴었기 때문에 여성들이 나에게 헤어지자고 많이 했다. 그때 연애를 많이 배웠다. 어릴 때 많이 울기도 울었다”고 이야기했다.

(사진=권민서 대표)
가수 '빈'은 가을과 겨울에 맞는 이별 노래를 더 많이 선보일 계획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빈은 지난 9월24일 첫 싱글 데뷔곡 ‘기억을 헤매다’를 발매하고 최근 ‘왜’라는 자작곡을 연달아 발표했다. 계속해서 곡 작업도 하고 라디오와 음악 프로그램 출연 등 한창 스케줄이 많아질 때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다.

빈은 “결국 내가 노래 부르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며 “대중이 안 좋아하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은 안 하고 있다. 어찌됐든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기 시작하면 나는 무조건 많은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런 믿음을 가지려고 한다. 다만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전까지가 정말 힘든 일이다. 나를 아는 순간부터 내 노래를 모두가 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도 홍보가 거의 없는데 제주도 박물관에서, 광주 햄버거집에서, 지나가다 일산 신발가게에서 내 노래가 나오곤 한다. 모르는 사람도 한 번 들었을 때 듣게 되는 매력이 있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동시에 빈은 “(보컬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확실한 내 색깔이 있다는 것은 자부할 수 있고 그 색깔이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 않다는 믿음도 있다. 나는 발성과 호흡의 부분에서 좀 약하다”며 스스로를 평가했다.

그럼에도 “색깔과 톤 그리고 센스 같은 것에 자신이 있다. 이렇게 부르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감을 센스라고 한다면 그런 센스적인 부분은 확실히 좋다고 생각한다”며 “노래는 발성과 호흡이 아무리 좋아도 톤이 별로고 그런 센스가 없으면 사람들이 안 듣는다. 이것이 첫 번째 내 노래 철학이다. 노래는 좀 발성과 호흡이 안 되더라도 센스와 톤이 좋으면 듣게 된다”고 역설했다.

빈이 보는 센스의 중요성은 이런 거다. 소위 김나박이(김범수·나얼·박효신·이수)처럼 대한민국 최고 보컬들이 인기를 얻는 경우도 있지만 가창력이 월등하지 않아도 여타 감성적인 부분이나 곡을 해석하는 능력에 따라 대중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가창력은 최우선적인 요소가 아니다.

빈은 “가창력은 자기 색깔이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계속 연습해서 키워야 된다”면서도 대중과 교감할 수 있는 센스가 있어야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예컨대 “그 센스의 표본은 박원 선배님이라고 생각한다. 박원 선배님의 라이브를 들어보면 뭔가 음정이 흔들리고 호흡이 부족한 것 같지만 자기 색깔이 뚜렷하고 대중들이 많이 듣게 되는 뭔가가 있다. ‘노력’이란 곡을 들어 보면 그걸 누구나 공감하게 가사를 지어낸 것도 센스인 것이고 그 곡을 그렇게 쓰고 거기에 맞는 자기 톤을 입힌 것도 센스”라는 설명이다.

빈은 실제 이별 경험을 자기 노래에 그대로 담아냈다. (사진=권민서 대표)
가수 '빈'은 실제 이별 경험을 자기 노래에 그대로 담아냈다. (사진=박효영 기자)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지만 가수가 되기까지 역경이 많았다. 

빈은 “대학교 때까지만 해도 많은 무시를 받았고 학교에서 잘 하는 보컬로 평가받는 게 아니었다. 못 하는 보컬이었다. 너무 힘들어서 그냥 가수의 꿈을 접고 나도 모르게 보컬 트레이너나 해야겠다고 맘을 먹었다”고 운을 뗐다.

또한 “오디션을 많이 봤는데 너무 무시를 많이 받았다. 사실 (기획사가) 자기 스타일이 아니면 잘 봤고 연락드릴게요. 그렇게 말하면 되는데 너는 음악하지 마라. 너는 안 되겠다. 그냥 가라고 하더라. 그래서 트라우마가 됐다. 그때 받았던 상처들 때문에 주변에서 오디션을 보라고 많이 했었는데도 안 가게 됐다. 그래서 나 혼자서 앨범을 만들고 오디션이 아닌 나를 알릴 수 있는 작업물을 많이 만들어놓고 그걸 통해서 내게 맞는 회사를 찾기 위해 돌아다녀보자고 생각했다”고 풀어냈다.

하지만 힘들 때마다 빈을 일으켜 세워준 은인과도 같은 3명이 있었다. 

먼저 친한 형 A씨는 “현실과 타협하면서 보컬 트레이너나 해야겠다는 맘을 먹었을 때 너 보컬 트레이너 하려고 음악 시작한 거야? 가수하려고 음악 시작한 거 아니야? 왜 현실과 타협하는가? 가수를 하다가 안 되면 보컬 트레이너를 할 수 있지만 무대를 해야지”라고 말해줬다. 

빈은 “그 이야기를 듣고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했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두 번째로 또 다른 친한 형 B씨는 빈에게 내추럴 보이스의 중요성을 알게 해줬다. 빈이라는 가수 이름과도 맞닿아 있는 노래 철학을 알게 해준 B씨다. 

빈은 “대학교 때 되게 힘들었다. 내가 잘 한다고 생각되지 않아서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 남들 방학 때 집에 가면 나 혼자 원룸촌에 남아서 새벽까지 노래 연습을 했다. 같이 학교 다니는 친한 형 B씨와 많은 대화를 하고 내추럴 보이스에 대해 깨닫게 됐다”며 “릴렉스하게 말하는 톤으로 노래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줬다. 그 철학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보컬 트레이너로도 많은 경험이 있다. 학생들에게 첫 번째 하는 말이 노래를 할 때 말하듯이 해야 한다. 도입부 자체에서 멋을 빼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목소리 중에서 가장 예쁜 소리를 찾고 자기 색깔을 추가하는 방법으로 레슨을 해왔다. 그래서 내추럴 보이스라는 그 뜻이 내게는 큰 의미다. B씨를 통해서 형성된 나의 노래 철학이 반영되어 문구를 잘 선택한 것 같다. 평소 자기 자신의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추구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녹음하고 있는 가수 '빈'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마지막은 현재 빈의 소속사 예담 엔터테인먼트의 권민서 대표다. 

빈은 “지금 회사에서 아이돌 그룹 준비하는 친구와 연이 닿아서 처음 보컬 가이드로 도움을 주러 갔었다. 그러다가 대표님이 내 노래를 한 번 들어보시고 같이 해서 앨범을 내보자는 제안을 해주셨다. (여러 기획사 오디션에서 실패를 맛보고) 그렇게 2년 동안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노력하다가 대표님을 만나서 이렇게 데뷔하게 됐다. 지금은 하나씩 하나씩 여러 일들을 해나가고 있어서 너무 좋다”고 밝혔다.

음악의 끈을 놓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 가장 필요한 태도다.

빈은 “음악은 끝까지 하는 사람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곡은 쌓이면 쌓일수록 언젠가 빛을 발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많은 사람들이 내 노래를 안 듣고 있다는 것을 안다. 많이 들어봤자 1000명 정도 된다. 하지만 1000명이라도 나중에는 10만명 100만명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퀄리티있게 곡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언제 대중의 선택을 받을지 모르니까 계속 만들어 놓는 것”이라고 공언했다. 

다음은 빈과의 일문일답이다.

Q: 보컬 트레이너로 오래 활동했다고 들었다.
A:
대학 졸업하고 쭉 해왔다. 노래하는 법을 알려주면서 나도 늘게 되는 부분이 있다. 가수 데뷔를 하고 요즘 느끼는 것은 옛날에는 누굴 가르치는 게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가수 활동을 하면서 트레이닝을 하다 보니 20분 남았네. 30분 남았네. 그러면서 버티고 있더라. 그래서 지금은 보컬 트레이너 일을 쉬고 있고 곡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Q: 수식어가 ‘고막남친’에서 ‘프로이별러’로 바뀐 것인가? 
A:
기억을 헤매다라는 데뷔곡을 낼 때 수식어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처음 프로이별러를 가져가려고 했다가 나중에 시작하는 사랑 노래들이 많이 나올 건데 나도 폴킴처럼 모든 날 너의 순간, 너를 만나. 구윤회의 Marry me 등 이렇게 이별 노래 말고 지속되는 사랑 노래도 할 줄 아니까 그런 노래도 하고 싶으니까. 프로이별러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으면 무조건 이별 노래만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래서 고막남친으로 갔는데. 어찌됐든 프로이별러지만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다는 의미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프로사랑러가 될 수도 있다.

Q: ‘왜’는 자작곡이라고 들었다.
A:
왜라는 노래의 1~2절은 사실 군대에서 써놨었다. 원래 듀엣곡으로 쓴 것이었다. 여자와 남자가 부르는 건데 1절은 남자의 상황, 2절은 여자의 상황이다. 여자 목소리가 나오면서 똑같은 시간을 두고 남자와 여자의 시각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가 이번이 두 번째 곡이라 여성 보컬을 구하고 그러기 보다는 내가 혼자 하는 게 낫겠다고 결론을 내서 솔로곡으로 바꿨다. 기억을 헤매다 같은 경우는 이미 작곡 작사가 다 이뤄진 곡이었고 나와 전혀 다른 성향의 보컬이 낼려고 했다가 나에게 넘어왔다. 그래서 내 느낌으로 많이 바꿔야 되겠다고 생각했고 결과물은 만족스럽다.

Q: 유튜브에 커버곡 영상을 많이 올리다가 요즘 뜸한 것 같다.
A:
그걸 많이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쉽지 않은 것 같다. 곡 작업하기에도 바쁘고 그것까지 신경쓰기에 내가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오늘부터 다시 한 번 힘을 내서 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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