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적인 요인
결국 여성혐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수많은 빅뉴스의 홍수 속에서 구하라씨(29)의 비극은 모든 이들의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최진리씨(26)가 세상을 떠난지 40여일이 지났고 구씨는 누구보다 최씨의 몫까지 살아내겠다고 다짐했던 만큼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 당장 악플과 언론의 보도 관행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지만 한국 사회의 폭력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구하라씨는 24일 18시 즈음 서울 청담동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언론과 악플의 문제 뿐만이 아니라 이게 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불법촬영물 문제로 고통스러웠을테고 그때도 구씨의 (불법촬영된 성관계) 영상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고 구씨가 그것 때문에 입에 오르락 내렸고 피해자임에도 어떤 집중포화의 대상처럼 되면서 악플도 많이 받고 설리도 떠났고 이런 게 다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정리했다.

신 위원장은 “이게 결국 미소지니(Misogyny/여성혐오)로 귀결된다고 생각한다”며 “내 인생을 결정짓는 것이 개인의 서사 뿐만이 아니라 사회에서 펼쳐지고 있는 일들도 개인에게 영향을 준다”고 운을 뗐다.

신 위원장은 구씨의 복합적인 심경에는
여러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를테면 신 위원장은 “안희정 사건의 판결(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죄 대법원 확정 선고로 3년6개월 실형)이 그렇게 안 나왔으면 비슷한 일을 겪었던 여성들에게 절망적이었을 것이다. 내가 살던 세상이 변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 잘 모르겠지만 내가 구하라라면 정말 절망스러웠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설리의 죽음 이후에도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불법촬영물 및 상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 남자친구) 최종범씨 사건(1심 결과 집행유예)은 흐지부지 돼 버렸고 또 내 일상 밖의 사건들을 보면 김학의 무죄 판결나고, 버닝썬 사건이 잘 해결되지 않았고, 윤지오씨는 국민 사기꾼으로 몰리고 있고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절망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양현석도 성접대는 무혐의가 났다”고 주장했다. 

궁극적으로 신 위원장은 “더 절망스러운 것은 이걸 돌파할 수 있는 힘이 지금 한국 시민사회 안에 존재하는가? 페미니즘 진영 안에 있을까? 이런 게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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