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원 잡아라” 서울 최대 규모 재개발 사업에 현대‧GS‧대림 ‘파격 제안’
국토부‧서울시 “한남3구역 ‘입찰 무효’”
현대·GS·대림 건설 “당혹, 재개발 조합 결정 따를 것”

한남3구역 (사진=연합뉴스)
한남3구역 (사진=연합뉴스)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정부가 수주전 과열 양상을 보인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에 건설사 수사 의뢰 등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면서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입찰 무효 판단을 내린 만큼 연내 시공사 선정 불투명 등 사업 일정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제재가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반발도 나온다.

“7조원 잡아라” 서울 최대 규모 재개발 사업에 현대‧GS‧대림 ‘파격 제안’

한남3구역 재개발은 용산구 한남동 686번지 일대(38만6395.5㎡)에 지하 6층~지상 22층 공동주택(아파트) 197개 동 총 5816가구(임대 876가구 포함)와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사업으로 공사 예정 가격 1조8881억원 등 총사업비가 약 7조원에 달한다.

서울 최대 규모 재개발 사업이자 막대한 금액의 사업비가 걸린 한남3구역 수주전이 과열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이 도전장을 내밀었고, 건설사마다 파격적인 내용을 담은 제안서를 제출했다.

대림산업은 이주비 100% 보장과 함께 임대아파트가 전혀 없는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제안했다. 건립이 의무화된 임대주택을 통째로 매입해 민간임대주택으로 일정 기간 활용한 뒤 분양전환 등의 방법으로 소유권을 이전하겠다는 복안이었다.

현대건설은 가구당 5억원의 최저 이주비를 보장하고, 추가 이주비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또 통상 입주 전에 내는 조합원 분담금 납부를 1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간 동안 발생한 금융비용은 건설사가 부담하겠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현대건설은 입주민에 조식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GS건설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을 경우 일반분양 가격을 3.3㎡당 7200만원을 보장하고, 조합원 분양가는 일반 분양가의 절반 수준인 3500만원 이하로 낮췄다.

또 상업 시설 분양가 주변 시세 110% 보장, 조합 사업비 전액 무이자(1조4700억 원), 조합원 분담금 입주 시 100%·환급금 계약 시 50%, 이주비 LTV(주택담보인정비율) 90%보장 등을 제안했다.

이밖에도 이들 건설사들은 건강검진, 특정 카드 제공 등을 언급했고 김치냉장고와 세탁기, 건조기 제공과 단지 내 이동수단 제공 등을 내걸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국토부‧서울시 “한남3구역 ‘입찰 무효’”

이 가운데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26일 한남3구역 특별 현장점검 결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등 현행 법령 위반소지가 있는 20여건을 적발하고 수사외뢰, 시정조치 등 엄중한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토부와 서울시는 용산구청, 한국감정원, 변호사, 회계사, 건설기술전문가 등 관련 전문가로 구성한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지난 4일부터 한남3구역 시공사 입찰 과정을 특별점검 했다.
 
점검 결과, 국토부와 서울시는 20여건이 도정법 132조의 '재산상 이익 제공 의사 또는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특히 건설사들의 사업비와 이주비 등과 관련한 무이자 지원은 재산상 이익을 직접 제공하는 것이고, 분양가 보장과 임대주택 제로 등도 간접적으로 재산상 이익을 약속하는 것이라고 봤다. 이 밖에 건설사의 혁신설계안도 서울시의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 위반으로 판단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입찰제안서 상당수 내용이 위법 행위라고 판단한 만큼 입찰무효, 재입찰 등 시정 조치를 통보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시공사 선정과정은 입찰 무효가 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해 시정조치가 필요해 용산구청과 조합에 내용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정비업계는 국토부와 서울시의 결정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며 향후 한남3구역의 사업 일정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로고=각 사)
(로고=각 사)

현대·GS·대림 건설 “당혹, 재개발 조합 결정 따를 것”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용산구 한남3 재개발 구역의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과열 수주전에 철퇴를 내리면서 재개발 조합과 입찰에 참여한 3개 대형 건설사들은 당혹해하고 있다.

사업제안 내용을 전면 수정하거나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재입찰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재산상의 이익 등을 제공한 시공사의 불법이 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시공사의 제안을 받아들인 조합도 처벌받는 양벌규정이 있는 만큼 조합도 입찰무효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입찰을 전면 무효로 할지는 조합의 재량에 달려 있다.

조합이 입찰을 무효화하는 대신 법 위반 소지가 있는 조항은 제외하고, 이들 3사로부터 사업조건을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앞선 일찰을 무효 처리하고 재입찰을 진행하는 것에 비해 시공사 선정 지연 등에 따른 사업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 사업조건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시정조치를 내린 만큼 해당 건설사들이 위법사항이 없는 사업조건을 다시 제시해 입찰을 진행한다면 그에 따른 시공사 선정은 유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제재로 한남3구역의 시공사 선정은 당초 계획보다 다소 늦어질 전망이다. 조합이 3개 사의 입찰을 무효처리하고 납부한 입찰 보증금 4500억원을 몰수하는 결정을 내리면 대규모 소송전이 불가피하다.

이에 현대·GS·대림 등 3개 건설사는 조합의 결정을 지켜보고, 그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한남3구역 조합은 26일 시공 3사 수주 담당을 불러 대책회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국토부가 의뢰한 검찰 수사에 따라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검찰 수사 결과 법을 위반한 것으로 최종 판결이 내려지면 해당 건설사는 앞으로 2년간 정비사업 시공사로 참여하지 못하게 되는 중형을 받는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132조에서는 추진위원, 조합 임원 선임 또는 시공사 선정에 따른 계약 체결과 관련해 금품, 향응 또는 그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받거나(또는 하거나) 제공의사를 표시·약속·승낙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3개 사가 공통으로 제안한 조합원 사업비 전액 무이자 대여 부분은 건설사가 금융비용을 실질적으로 대납하는 경우로 판정되면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한 것이어서 처벌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금품·향응 등으로 제공한 재산상의 이익이 3000만원 이상이면 2년간 정비사업에 대한 입찰 참가 제한이 가능하다”며 “처벌이 내려진 건설사는 앞으로 2년 간 정비사업 수주가 불가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은 오늘(28일) 정기 총회를 개최했으나, 총회 안건에는 현재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과 대림건설, GS건설 등 3사를 배제하고 재입찰을 하거나, 또는 입찰을 강행하는 안건 자체가 상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정부의 입찰무효 결정 이후 조합원 간 내홍 등 파열음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이로 인해 사업 자체가 한동안 늦춰지고 표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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