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기초연금 운영예산 조기소진.. 예비비서 1253억원 충당
부정수급 올 7월 기준, 약 12만869건 적발

올해 현금복지 예산이 모두 바닥이 드러나 예비비가 충당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정부의 현금복지정책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지자체마다 청년수당·공로수당·무상의료· 무상교복· 출산장려금 등의 선심성 복지정책에 정작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사업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현금선심정책에 부정수급 건수가 급증해 보건복지부와 지방의회서도 잇따른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정부 보조금 부정수급 건수가 약 12만869건으로 2018년 연간 적발건수(4만2652건)보다 2.8배 많았다. 환수 결정액도 지난해 1년치(388억원)보다 1.7배 많은 647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기초연금, 일자리안정자금,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등 복지예산의 신청자가 급증해 정부의 복지예산이 바닥을 들어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7일 국무회의에 따르면 올 한해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의 예산이 11조4952억원인데 운영예산 조기소진으로 예비비에서 1253억원 충당했다.

영세업체를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 (2723억 원)도 바닥이 났다. 올해 신청자를 238만 명으로 예상했지만 10개월 만에 324만 명이 급증해 예비비 985억원으로 돌려막았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은 예산을 작년보다 3배 이상 가까이 늘렸지만 5개월 만인 지난달 예산이 바닥을 드러냈다.

구직급여와 청년내일채움공제 등도 소진됐다.  이처럼 정부의 현금성 복지 사업이 동이 나는 현실에 복지부 관계자는 “노인 인구 비율이 예상치를 웃돌아 지방자치단체 국고 지원금을 늘려줘야 했다”고 돌려막은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복지예산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원인을 급증한 노인 인구에서 찾기엔 정부의 복지정책의 허술함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지난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하위 10% 가구의 월평균 공적 이전소득은 약 49만원으로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았다. 물론 공적 이전소득은 기초연금·근로장려금 등 정부의 현금 복지 지원금을 말한다.

반면 하위 10% 가구의 근로소득은 15만6000원에 그쳤다. 공적 이전소득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즉, 소득 하위 10% 가구가 기초연금·국민연금 등 정부로부터 받은 소득이 일해서 번 소득보다 3배 이상 많다는 것을 뜻한다. 

이 같은 폐단은 청년수당 복지정책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 5월 통계청 기준 청년층 취업자는 395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6000명(1.2%) 증가했다. 취업률은 43.6%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9.9%를 기록하며 2달 만에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주 1~17시간 일하는 청년 취업자의 수가 10만3000명 증가했다.

36시간 미만 일하는 청년 취업자 수도 대폭 늘었다. 늘어난 취업자 중 상당수가 단기·임시 근로자라는 계산이다. 다시 말해 정부의 청년수당 복지정책으로 이들의 취업문제가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청년수당에 놀아도 돈이 나온다는 의식이 팽배해 오히려 이들의 취업의지를 꺾고 시간제 단기 아르바이트로 내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청년수당 무상 정책이 아닌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으로 정책의 방향성을 재설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이다. 더욱이 정부의 복지정책은 눈먼 돈 타내겠다는 부정수급자들을 만들어내는 정책이기에 예산 부족 사태는 이미 예고된 실패정책이고 지자체 역시도 허리가 휠 수밖에 없다고 맹비난이다.

특히 염태영 경기도 시장은 복지대타협 특별위원회 자문위원 회의를 열어 “지방자치 부활 25년만에 지방정부의 재정이 고사 직전 상태”라며 “복지는 확대됐지만 여전히 사회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고 낡은 실행체계가 유지된다면 중앙정부가 복지정책을 늘릴수록 지방의 재정은 점점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사회의 다양한 혁신적 정책들이 실패한 원인으로 중앙집권적 정책 구조”라고 꼬집었다. 즉, 지방에 자율성과 책임성을 부여해 성공 사례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복지대타협특위는 무분별한 현금복지 정책을 재검토, 중앙·지방 정부 간 복지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해 올 7월 4일 출범했으며,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의 89.3%인 202개 시·군이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현금복지정책과 관련한 폐단과 비난에 정부는 지난 17일 국고보조금에 대해서 수급 체계 정비를 비롯해 대대적인 정비를 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고보조금을 관행적으로 지급하는 사업을 강도 높게 구조조정하고 특히 부정수급의 발생에 정부가 나서 정비할 것이라고 했다.

즉, 정부가 지자체의 재량지출과 의무지출의 구분 없이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의무지출 정비의 경우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법 개정 방안까지 찾아보겠다는 전망도 내비쳤다.

한편 이날 기획재정부가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도 국고보조금 중 각 지자체에 보내는 의무지출 규모는 36조4천666억원, 재량지출의 경우 49조6천692억원이다.

2014년 의무지출 규모가 19조609억원에 불과했던 것을 비교하면 6년 만에 91.3%나 증가했다. 정부는 지난해에 기초연금 수요 예측을 잘못해 예비비 1211억원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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