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품 기본소득 존중하지만
무조건성과 개별성 중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관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고 전국 지자체에서 기본소득의 개념을 빌려 몇몇 정책들을 시행 중이다. 기본소득당도 생겼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창당준비위원회 대표는 지난달 26일 저녁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당사에서 기자와 만나 “모두에게 조건없이 60만원을 준다는 것이 포인트”라며 “한국형 기본소득이라고 지난 대선 때 많은 후보들이 얘기를 했었고 기성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각종 현금 수당들 예를 들면 농민 수당 같은 것도 많은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사실 기본소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즉 “이러한 유사품들이 아닌 어떤 정말 조건없이 모두에게 주어지는 보편적인 기본소득으로서 (우리 당의 정책은) 차별성이 있다. 여태까지는 30~40만원 수준의 기본소득이 거론됐는데. 물론 부족한 금액이지만 저희가 처음으로 정부가 정하는 생계 수준에 맞춘 기본소득 금액(60만원)을 제시한 것도 차별성”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용 대표는 “기본소득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모르더라도 모두에게 60만원을 주는 정책이라고 하면 직관적으로 알아듣더라”고 전했다.

용혜인 대표는 기본소득당의 정책이 다른 정당들의 기본소득 정책과 차별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용혜인 대표는 기본소득당의 정책이 다른 정당들의 기본소득 정책과 차별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용 대표가 선정한 11월 한 달간 기본소득당의 활동 키워드는 △지역 시도당 창당 △현장 홍보활동 △기타 일정 등 3가지다.

먼저 용 대표는 “사실 창당이 정당법상 너무 어렵더라. 5000명을 모으더라도 여러 시도에 흩어져 있으면 안 된다. 5개 광역 단체에서 1000명 이상 5000명이 모여야 당을 창당할 수 있다. 5개 시도 이상에서 5000명 모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분위기 좋게 기세있게 시작했지만 창당을 어떻게 하면 성공시킬 수 있을까가 중요한 고민이자 과제였다”고 말했다.

창당이 다가 아니다. 

용 대표는 “창당이란 게 까마득한 목표였는데 어느새 코앞으로 와 있어서 창당 대회만 하면 되는 것이라 저희는 창당이 목표가 아니라 총선 준비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 시작한 상황”이라며 “창당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지금은 감개무량하다”고 표현했다.

나름 반응이 괜찮다.

용 대표는 “아주 주목을 받고 있다고 보기에는 조금 어렵지만 조금씩 입소문도 나고 저희의 존재가 인지되고 체감되고 있고 지역에서도 저희 현수막에 지역별 연락처를 걸었는데 하루에 몇 번씩 전화가 온다. 온라인과 달리 현수막을 보고 연락한 분들은 지역에서 연세가 있는 분들인데 기본소득당이 뭐하는 곳이냐, 정당이냐, 선거에 출마하느냐 이런 것들을 많이 물어보신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지한다는 것이 아니라 궁금함 같은 것인데 어쨌든 저희에게 왜 60만원을 주느냐가 아니라 그런 당이 정말 있는 당인가?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처럼 정당이 맞는가라고 물어본다. 또 언제 60만원이 실현되고 내가 뭘 하면 되느냐라고 물어보고 있다. 그러면 저희는 그걸 실현시키기 위해 정당을 만들고 있고 우리도 똑같은 정당이라고 말해준다. 물론 반대하는 분들도 많이 있겠지만 직접 연락을 주는 분들은 60만원이 가져올 자기 삶의 변화나 여유가 감각적으로 와닿는 사람들 이를테면 청년, 백수, 취준생, 젊은 주부들은 언제 되는지 받을 수 있는지 뭘 하면 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주고 있다”고 묘사했다.

기본소득당의 구성원은 20대 비율이 매우 높다. 그 배경은 뭘까.

용 대표는 “(전체 당원) 평균 나이가 26세다. 나이든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비율이 압도적이다. 99년생 2000년생 2001년생이 되게 많고 숫자도 많고 30대까지 하면 85% 이상이다. 대다수 당원들이 기본소득당이 자신의 첫 정당인 것”이라며 “청년들을 보면 사회와 관계맺기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청년들은 완전한 일자리를 갖기 힘들고 내 돈을 모아서 차를 사고 집을 사는 것을 꿈꿔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제적 기반이 약한 청년들 입장에서 월 60만원의 기본소득 정책은 호소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용 대표는 창당하기로 맘을 먹은 이유와 관련 “기본소득이란 것이 기존 방식의 선거연대 만으로는 확장성을 갖기 힘들다”며 “기성세대는 안정적 일자리를 갖고 사회의 자리들을 가져가는 것이 익숙하고 진보 정당들도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 외에 다른 상상력을 갖지 못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답답함이자 한계였다”고 밝혔다. 

진보진영 내에서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용 대표는 “처음에 창당을 한다고 했을 때 정당 활동을 해보거나 진보 운동을 했던 분들이 창당이 쉬운 게 아니라고 하고 그게 되겠냐고 회의적인 말들을 많이 들었다. 약간 억울했다. 도와주지도 않을 거면서. 안 되더라도 굳이 힘 뺄 필요는 없는데 오기가 생겨서 꼭 창당해야 된다고 의지를 다졌다. 쉽지 않을 거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들려줬다.

두 번째로 용 대표는 “지역별로 캠페인을 해서 지역 주민들을 열심히 만나고 온라인으로 청년들이 많이 입당하고 있는데 이들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지역 기반으로 생활하는 분들에게도 당을 알리자고 해서 지역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고 현수막을 달고 있다”며 “경기도 수원, 안산, 고양, 서울, 인천에 100개씩 달았고 광주에 50개 대구에 30개 정도 설치할 예정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시민들을 만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정”이라고 강조했다.

세 번째 기타 일정과 관련 용 대표는 “자잘한 일정들이 되게 많다”며 “지역에 강의를 하러 간다거나, 언론 인터뷰들이 일주일에 4~5개씩 꾸준히 있고, 홈페이지를 개편한다거나, 기본소득 포럼 같은 데서 기본소득당을 소개하는 발표를 한다거나 그런 일정들이 쭉 있다. 기본소득을 연구하는 곳이나 지지하는 정치인들이 많이 불러주셔서 그런 분들을 열심히 만나고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나아가 용 대표는 “나와 신지혜 경기도위원장, 신민주 서울위원장 3명이서 당을 만들게 된 기본소득당의 당위성이 아니라 개인들의 역사와 맥락들에 대한 에세이 책을 쓰고 있다”며 “이번 달에 마감을 하느라 정신없이 쓰고 있다. 1월 중순에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궁금하고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딱딱한 이야기 말고 당을 만들고자 했던 사람들이 어떤 고민과 어떤 삶의 역사 속에서 이런 맥락들을 가지게 됐는지 편하게 전달해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재원 마련과 증세 문제다. 

용 대표는 “사실 갓 창당한 당들이 정책을 구체적으로 짜는 경우가 잘 없다. 저희는 정책 정당이니까 발기인 대회 이후에 계속 준비하고 있다. 60만원의 재원은 크게 3가지로 마련할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것은 ①시민 배당(모든 국민의 소득에 15% 과세해서 30만원 충당) ②토지 보유세(20만원) ③탄소세+핵 발전 위험세(10만원) 등 3가지다.

①에 대해 용 대표는 “모든 시민들의 소득에 15%의 평균 과세를 하는 것”이라며 “한국은 누진세의 면세 구간이 되게 많다.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도 각종 공제 혜택들이 많은데 이런 것을 다 없애고 모든 소득의 15%를 시민세로 과세하고 이걸 모아서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누는 것을 재원으로 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②에 대해서는 “한국이 재산세 실효세율이 0.16% 밖에 안 된다. 미국은 주별로 다르지만 1~4% 정도 되고 일본은 1.7% 정도의 토지 보유세를 걷고 있다. 한국의 종부세(종합부동산)나 재산세는 지정된 용도에 따라 세금이 다 다르고 면세 혜택도 많다. 사실 재산세 실효세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6분의 1밖에 안 되는데 이것을 다른 나라들처럼 1.5% 정도 토지 보유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 ③에 대해서는 “탄소 배출 1톤당 10만원의 탄소세를 걷고 핵 발전 위험세를 좀 걷고자 한다. 핵 발전 단가가 싸다고 하지만 이 단가에는 노후 원전이나 폐쇄 원전의 처리 비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그걸 포함하면 굉장히 비싸진다. 1kw(킬로와트)당 60원 정도 핵 발전 위험 부담세를 매겨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탄소 배당을 통해서 한국이 세계적인 탄소 배출 감축의 흐름에도 동참하고 사람들에게도 탄소 배당을 통해서 내가 배출한 탄소를 감축할 인센티브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을 달가워 할 사람은 없다. 한국 사람들은 낸 세금이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는 복지 효능감이 너무나 약하다. 그러나 기본소득을 경험해본 수혜자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용 대표는 “실제 범주형 기본소득 중 하나인 청년 기본소득을 경험한 경기도민들과 예전에 성남시에서 청년 배당을 했을 때 인터뷰하고 조사한 것을 보면 내가 기꺼이 세금을 낼 의향이 있고 이제 나는 연령이 지나서 더 이상 못 받지만 이후 세대에게 계속 시행했으면 좋겠다는 답변이 서울시 청년 수당 수혜자들에 비해 되게 높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걸 보면 확실히 경험 여부가 매우 크다. 문재인 정부 이후 3년간 예산이 100조원 이상 증가했는데 이 100조원이 어디갔는지 모른다. 기본소득을 시민세로 충당하는 것도 세금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좀 고민이 있다. 이건 거둬서 돈을 다 섞어서 정부에서도 쓰고 이런 게 아니라 걷은 만큼 바로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걸 경험했을 때 국가 구성원들의 감각도 되게 달라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용 대표는 서울시 청년 수당에 대해 “(구직 중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치킨을 먹는 것도 면접 준비를 하면서 먹는 것은 지원되고 개인적으로 먹는 것은 안 된다. 숙박비도 개인 여행은 안 되고 면접보러 가는 것은 된다. 이걸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 모르겠다”며 “구직 활동과 상관없으면 공식적으로 못 받는다. 구직 활동이란 게 꼭 면접만 있는 게 아니라 자기 관점을 넓힌다든가 공부를 한다든가. 여러 경험을 하는 것도 중요한데 그런 것들에 대한 제한이 많다”고 지적했다.

청년 수당 뿐만이 아니라 전국 지자체에서 여러 정책들로 실험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기본소득당은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농민 수당 같은 경우는 (기본소득의) 유사품 중의 하나로 보고 있는데 가구 단위로 보고 금액도 적어서. 사실 기존의 직불금을 용도 변경해서 가능한 것이다. 각 지역들에서 농민수당 농가수당 농민 기본소득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따라가고 있다. 청소년 기본소득을 고민하는 분들도 있어서 소식을 접하고 있다. 그외에도 아동 수당 같은 경우는 전국적으로 시행 중인 것이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기본소득당의 목표치로 봤을 때 지차체의 실험은 못마땅 할 수 있다. 

하지만 용 대표는 “부분적 기본소득, 금액이 낮은 기본소득, 범주형 기본소득 등의 기본소득 정책에 대해 반대하지 않고 확산돼야 한다”면서도 “사실 범주형으로 아동이나 노인이나 청년도 마찬가지인데 부분적 기본소득은 보편적 기본소득과 개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편적인 기본소득은 당신도 나도 일을 하든 하지 않든 이것과 상관없이 주어진 시민의 권리로서 주어지는 것이 크다. 그래서 부분적 기본소득이 완전하게 시행된다고 해서 이것이 자연스럽게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자체의 실험을 지지하고 반대하지 않지만 그것이 바로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역설했다.

기본소득의 전제 조건은 현금성, 무조건성, 개별성이다. 
 
이중에서 용 대표는 “현금성은 지역 화폐 방식으로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방식으로 틀어서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 단위 현금이 아니더라도 실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면 문제 없다”고 주장했지만 “무조건성이나 개별성의 문제는 기본소득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본질 같다. 무조건적으로 준다고 하더라도 가구 단위로 주면 의미가 없고 개인에게 준다고 하더라도 조건을 달고 주면 의미가 없는 것이라서 이 두 가지는 꼭 같이 가져가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용 대표는 지자체의 각종 기본소득 실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보편적 기본소득의 관점에서 봤을 때 부족하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용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것이 고용된 상태를 전제로 최저임금을 올린다든지 이런 방식으로 풀어갔던 건데. EITC(근로장려세제) 이런 것을 늘린다든지”라며 “사실 민간 영역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공공 영역에서 만들어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민간 영역에서 더 이상 일자리를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기술의 발전이든 경제 불황이든 더 늘릴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고용시장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국민들의 소득 수준과 생활 수준이 나아질 수 없다. 근데 민간 영역에서 일자리 창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그러다보니 정부가 무리수(단순한 단기 공공 일자리)를 두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일자리가 늘지 않고 그걸 국민이 체감하지 못 하고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지지도 철회되고 기업들도 반대하고 그러다보니 좌초하게 된다”며 “소득주도성장 보다는 소득주도경제로 나아가야 하고 일자리 창출의 압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고언했다.

결론적으로 용 대표는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한국 사회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아주 오래 된 물리적 명제를 뒤집어야 되는 것이라 쉽지 않지만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며 “매년 정부가 청년 예산을 만드는데 청년 고용 기업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방식으로 많이 쓰인다. 그런 방식으로는 어차피 안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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