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친 선거 결과에 조급하지 말자
사회주의 정체성 선명하게
의미있었던 당원 캠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대한민국 헌법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명시하고 있다. 북한과 달리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체제 밖의 이념에 대해서도 관용적이어야 한다.

현린 노동당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중앙당사에서 기자와 만나 “지금 당에 필요한 것이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것”이라며 “이미 강령에 명시돼 있다. 사회주의 정당이다. 계급 정당이다. 분명히 하자. 그걸 선명하게 해서 거기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입당하고 앞으로의 활동은 거기에 동의한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린 대표는 사회주의 정당으로서 정체성을 선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기자와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한 현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올해 들어 노동당은 부침이 많았다. 대표단이 당명 개정을 전당원 투표에 부치고, 부결되고, 사퇴하고, 집단 탈당을 했다. 현 대표는 지난 8월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됐고 11월에 정식 대표가 됐다.

현 대표는 “나도원 부대표도 동의했는데 사회주의에 맞는 정책과 조직 운영을 해나가자고 뜻을 모으고 있다”며 “(당원들 중 사회주의 선명론에 동의하지 않는) 나갈 사람은 나갔고 남아있는 분들 중에는 정말 그런 신념을 지키려고 남은 것이다. 우리 당이 그런 역할을 해줬으면 싶다고 남아 있는 분들이 절대 다수”라고 강조했다.

현 대표가 선정한 11월 한 달간 노동당의 활동 키워드는 △당의 문제점 성찰한 대표단 선거 △당원 캠프 △레드 어워드 등 3가지다. 

먼저 현 대표는 “사실 다른 당들처럼 내년 총선을 준비할 시기인데 우리는 예정에도 없던 당내 선거를 치르게 됐다”며 “대표단 선거 과정에서 당원들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본질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왜 이렇게 대표단이 선출되고 나서 얼마 뒤에 당원들이 원하지 않는 제안들을 하고 당대회에서 부결됐는데도 왜 탈당하는 사태가 일어나느냐. 근데 단순히 승복 못 하는 것은 결과적인 것인데. 당원들이 합의할 수 없는 그런 아젠다를 자꾸 이렇게 꺼내고 그걸 밀어붙이려고 하는 것”이라며 “그 근본적인 원인이 뭐냐고 봤을 때 너무 선거 중심적인 것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 대표는 “가만히 생각해보면 심상정-노회찬이 처음에 1차 탈당을 할 때도 그랬고, 나경채 대표단(6기)의 2차 탈당 때도 마찬가지였다. 3차 탈당(9기 대표단 용혜인-신지혜) 때도 마찬가지”라며 “(9기 대표단은) 당명을 아예 바꿔야 가능하다는 것이고 원 이슈 정당으로서 당명까지 기본소득당으로 바꾸자는 것이었다. 선거 (결과) 중심의 의회주의로 당이 기초를 다지기 보다는 자꾸만 선거 시기에 성과에 목을 매는 것이 반복돼왔다. 거의 10년이 그랬다”고 풀어냈다.

그래서 현 대표는 “이제 또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으려면 그런 태도부터 바꿔야 된다. 너무 조급한 것”이라며 “원내 진입했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예컨대 현 대표는 “민주노동당 시절을 생각해보면 2004년 10명 의원들이 당선됐는데 비례대표제로 원내 진입을 했지만 내부를 보면 이미 그때 분열이 일어나고 있었고 무너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장 큰 선거의 결과에 조급해하지 않으면서 현 대표가 추구하는 길은 뭘까. 

현 대표는 “우리나라에 17개 광역단체가 있는데 우리 당이 세종 빼고 16개에 시도당이 있다. 그럼 거기에 맞는 활동들을 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과 한국당 할 것 없이 지역에 맞게 대응을 해가야 할 것이다. 정말 노동자와 시민이 참여하려면 풀뿌리는 그 단위가 더 작아져야 한다. 지금 현재 기초단체가 한 230개 정도 될 것이다. 그 단위마다 조직이 재건돼야 맞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제별로도 생각해야 된다. 국회 상임위원회가 18개인데 각 부문이 있다. 거기에 대응할만한 당 조직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모니터링을 해야 된다. 그런 것까지 생각해야 된다. 장기적으로 당 역할을 하려면 그런 걸 해야 한다”며 “사회주의 정당으로서 대안들을 내세우려면 그런 조직을 만들어야 하고 그걸 임기 동안 하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두 번째로 당원 캠프에 대해 현 대표는 “10월에 노동당 캠프라고 당원 캠프를 했었다”며 “(캠프 이후) 당원들이 완전 바뀌었다. 전국에서 온 당원 100여명이 다 연단에 올라와서 자기소개를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비정규직 노동 운동, 노조를 얼마나 민주적으로 꾸릴 것이냐, 문화 운동, 당원 참여, 녹색 운동 등이 의제로 논의됐다”며 “(논의 결과를) 받았는데 굉장히 구체적으로 당장 해야 하는 사업안에 가까운 것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현 대표는 “어떤 테이블에서는 녹색 운동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카톡방을 만들어서 계속 연락하자고 했다. 토론만 하고 끝내지 않고 조직으로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중앙당의 역할이 그것이라고 보는데 하고 싶은데 못 하는 여건에 처한 전국에 흩어져 있고 바쁜 당원들에게 할 수 있는 여건들을 만들어줘야 한다. 멍석만 깔아드리면 얼마든지 당원들이 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또한 현 대표는 “뜻밖에도 그런 게 있었다. 이론 학습 테이블을 만들었다. 좌파들 입장에서 많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주제다. 시대가 변했는데 100년 전 이론서 들고 대응할 수는 없으니 그것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실제로 그 테이블에서 가장 구체적인 사업안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사실 사회주의도 스펙트럼이 넓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맑시즘을 깔고 있다. 그런 논의를 해나가야 한다. 큰 틀에서는 100년 전 맑스가 말한 그 방향대로 가야 한다. 다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지금 이 시기에 맞는 것을 찾아야 한다. 근데 지금 정말 그게 가능하겠냐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 지금 여기는 정치의 영역이다. 사회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예컨대 러시아에서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어떻게 알았겠는가. 객관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조건이었다”고 공언했다.

겨울 캠프도 예정돼 있다.

현 대표는 “적어도 이 시기에 어떤 사안에 대해 당의 방향은 분명히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 그런 방향을 논의할 자리라도 만들어야 된다. 그러려면 이론적 기반과 정치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근데 우리 당에서 그런 자리가 사라진지도 꽤 됐다. 10월5일에 그 자리를 가졌는데 12월7일 바로 다음주에 겨울 캠프를 한다”며 “이제 노동당 중장기 발전 계획과 총선 대응을 논의할 것이다. 지난번 캠프에서 논의했던 주제에 대한 후속 논의를 할 것이다. 그런 식으로 연계해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레드 어워드에 대해 현 대표는 “노동당 문화예술위원회에서 하는 행사다. 문화예술계에서 미디어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요한 일들을 하고 있는 작가들을 소개하고 축하하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네트워킹을 하는 것인데 올해가 8년째”라고 말했다. 

특히 “원래 12월에 하는 행사인데 올해는 처음으로 11월7일에 했다. 굳이 왜 그랬냐면 11월7일이 1917년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을 했던 날이고 트로츠키 생일이기도 하다. 일부러 그때에 맞춰서 했다”고 밝혔다.

현 대표는 당장 닥친 선거 결과에 너무 조급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 기조에 대해 노동당은 할 말이 많다.

현 대표는 “사실 52시간이라는 말 자체가 잘못됐다. 원래 40시간(8시간×5일)이다. 40시간은 100년 전에 나온 요구다. 그걸 이제서야 공약이라고 내놓은 것도 기가 찰 노릇이다. 그것마저도 유예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공약이니까 지키라고 현장에서 그런 식으로 요구하고 있는데 그런 투쟁 방식이 얼마나 효율성 있을까”라며 “이미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겪을 만큼 겪었다. 그게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말기 후반기에 갈수록 노동 탄압은 더 심해질 것이다. 이 시기에 노동당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끝도 결정될 것이고 노동당의 미래도 결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현 대표는 “조국 사태 겪으면서 선명해진 것이 개인적인 공정성 문제가 아니다. 누구 아들 딸이 대입에 서류를 부정하게 넣었니 마니 면접 과정에 어쨌네 마네가 아니라 왜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런 문제가 발생하느냐. 전체 자본과 노동의 관계까지 확장해서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프레임을 전환시켜야 된다”며 “사적인 공정성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공공선 문제로 전환한다면 구체적인 정책을 잘 선정하느냐에 달려있지만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입당할 사람들도 늘 것”이라고 낙관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