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원내지도부 출범
강성 친박 유기준 대신 친박 러닝메이트 김재원 선택
패스트트랙 법안에 강력 반대 천명하면서 협상 참여
선거법은 최대한 현행 병립형에 가깝게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사실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 선거에서 73명의 초재선 의원이 결집해서 김선동 의원(재선)을 밀어줄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퍼져 있었다. 하지만 1차 투표 결과 총 106명 중 39표를 거머쥔 심재철 의원이 28표로 같은 득표수를 기록한 비박계 강석호 의원과 김선동 의원을 일찌감치 따돌렸다.

9일 오전 5선의 심 의원이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심 의원은 결선 투표에서도 52표를 얻어 또 각각 27표씩 같은 표를 얻은 강 의원과 김 의원을 가뿐히 넘어섰다. 두 비박계 후보를 지지한 의원들이 전략적으로 단일화 투표 행위를 할 것이라는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황교안 대표와 함께 신구 원내 지도부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결국 친박계(박근혜 전 대통령)이면서 친황(황교안 대표)으로 분류된 김재원 의원과 런닝메이트로 출마했다는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심 원내대표와 함께 신임 정책위원회 의장이 됐다. 강성 친박 후보였던 유기준 의원이 고작 10표에 그쳤던 것을 보면 노골적으로 친박계의 부상을 막으면서도 공천권을 쥐고 있는 황 대표의 의중을 반영한 의원들의 전략적인 표심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의원은 친박 정통성을 갖고 있다. 김 의원은 19대 국회 당시 이완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보좌하는 원내수석부대표를 역임한 바 있고 현역 신분으로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정무특별보좌관을 겸직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지역구 경선 탈락으로 원외 인사가 됐지만 박 전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정무수석으로 임명됐다. 결국 2017년 4월12일 치러진 재보궐 선거를 통해 다시 원내로 들어왔다. 

황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 출신으로 친박계 의원들과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친박계 의원 모두가 황 대표와 가까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김 의원은 황 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부터 황 대표와 가깝게 지낸 편이다.

심 원내대표는 정견 발표를 통해 “나와 김 의원 모두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내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상 경험도 많다. 더구나 김 의원은 우리 당 최고의 전략가인 만큼 환상의 콤비가 되겠다”고 밝혔다.

또한 심 원내대표는 원내 협상 전략과 관련해서 “내주는 것은 줄이고 최대한 많이 얻어내는 이기는 협상을 하겠다. 세부적으로는 지금까지 협상을 담당해 온 김 의원과 상의하겠다”며 새로 임명할 원내수석부대표 못지 않게 일정 부분 김 의장에게 권한을 위임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무엇보다 황교안 대표에 대해 심 원내대표는 “우리가 뽑은 당대표로서 대권 잠재 후보로서 당연히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고 황 대표는 의원총회 마무리 발언을 통해 “신임 원내대표가 우리에게 필요한 투쟁력과 협상력을 모두 갖춘 훌륭한 분이라 생각한다. 나와 손발을 맟춰 당을 이끌어갈 수 있기 바란다”고 호응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심재철 원내대표(왼쪽)와 김재원 정책위의장(오른쪽)이 당선 축하 꽃다발을 받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통상적으로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바로 기자간담회를 열기 마련인데 심 원내대표는 그러지 않았다. 9일 오후 문희상 국회의장과 4+1 협의체(민주당·대안신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가 본회의에서 △2020년도 예산안 △각종 민생 법안 △선거법 △검찰개혁법 등을 상정할 것이라는 사실이 예고됐기 때문에 바로 회동해서 일단 스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심 원내대표는 바로 3당(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변화와혁신을위한비상행동)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해서 당일 개최 예정이던 본회의를 저지시켰다. 합의 내용은 이런 거다. 내일(10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하고 △선거법과 검찰개혁법은 상정을 보류하고 △한국당은 의총을 거쳐서 무더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방침을 철회하기로 했다.

심 원내대표는 정견 발표를 통해 “당장 패스트트랙(지정되면 본회의 표결 보장) 싸움이 급선무다.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과 연동형비례제 선거법은 악법이다. 절대 반대한다. 그러나 우리는 소수다. 민주당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현실 앞에서는 협상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며 “투쟁하되 협상을 하게 되면 이기는 협상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4+1 협의체에 대해 “한국당 패싱 폭거”라고 규정하면서 비교적 입장이 유사한 바른미래당 변혁 대표 오신환 원내대표와 함께 할 수 있는 교섭단체 3당 채널에 힘을 실었다.

특히 심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은 장기집권 음모다. 그러나 무작정 반대만 하는 것은 아니고 민주당이 수정안을 제시하면 살펴본 후 대응하겠다”면서 선거법의 내용에서 최대한 연동률을 덜어내는 방향으로 협상할 방침을 피력했다.

황교안 대표의 의중이 적절히 반영된 선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사진=박효영 기자)
황교안 대표의 의중이 적절히 반영된 선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사진=박효영 기자)

선거법의 경우 현행 지역구 253석 대 비례대표 47석에서 정당 득표율은 오직 비례대표 47석을 배분하는 것에만 영향을 미친다. 이걸 병립형이라고 한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린 상태에서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전체 확보 의석수를 결정하게 된다. 

이를테면 ①300석(지역구 200석 대 비례대표 100석) 기준 정당 득표율 10%를 얻으면 30석을 보장하는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 ②300석(지역구 225석 대 비례대표 75석) 기준 정당 득표율 10%를 얻으면 15석을 보장하는 50%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이 있는데 민주당은 ③300석을 지역구 250석 대 비례대표 50석으로 조정하고 비례대표 25석에 대해서만 연동형으로 배분하고 나머지 25석은 병립형으로 배분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4+1 협의체에서 민주당을 제외한 4개 정치세력은 ②을 관철하려고 하면서도 ④현행 지역구 의석의 감소폭을 최소화하려는 입장이다. 심 원내대표는 ⑤연동률을 20%로 낮추는 방안을 놓고 협상해볼 수도 있다는 의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면 300석 기준 정당 득표율 10%를 얻으면 6석만 보장해주는 것으로 현행 병립형 선거법과 가장 유사하다. 

공수처법에 대해 심 원내대표는 “만일 협상이 잘 안 되고 공수처법이 원래의 괴물 모습(기소권과 수사권 모두 갖고 있는 형태) 그대로라면 차라리 밟고 넘어가라고 하겠다”면서 선거법 협상과는 달리 최소한의 타협안을 그리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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