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갤러리 초대]최한나의 맛있는 시 감상 (226) // 돌과 달 / 나병춘
[중앙 갤러리 초대]최한나의 맛있는 시 감상 (226) // 돌과 달 / 나병춘
  • 최한나 기자
  • 승인 2019.12.10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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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집 『쉿!』 출간한 나병춘 시인
사진 제공 / 나병춘 시인
사진 제공 / 나병춘 시인

 

돌과 달

나병춘

 

허공에 떠가면

달이다

땅에 떨어지면

돌이다

 

돌, 돌, 돌, 구르는 소리

달 굴러가는 소리

딱, 소리가 멈추면

침묵의 돌

 

달은 허공을 환히 비추어

희망을 노래하고

땅바닥에 옴짝달싹할 수 없는 돌은

절망을 되새긴다

 

나는 달 속에 숨은

텅 빈 절망을 찾아

돌 속에 가만히 구르는

소리의 희망을 찾아

 

오늘도

새벽을 홀로 달린다

달리므로 나는 달

딱, 멈추어 뒤돌아보면

나는 돌

 

돌과 달 사이

그 아득한 거리를

헤매는 중이다

 

- 나병춘 시집 『쉿』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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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가끔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숙고해 보는 때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자존감 높고 멘탈 ‘갑’인 사람도 혼자만의 시간과 고즈넉이 마주할 때 허탈감과 공허함에 밀려 더욱 자아를 확인하고픈 것이다. 나는 어디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비로소 나를 찾아내 집으로 데리고 돌아간다. 집, 내 자신이 자아를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포근히 안겨 휴식할 수 있는 그런 진정한 집이란 것이 지상에 과연 있기나 하는 걸까? 걸음이 돌처럼 무거울 때도 있지만 콧노래라도 흥얼거리며 걷던 어느 날 문득 올려다 본 하늘에 떠있던 달은 얼마나 경쾌하던가!

올해의 막바지에 서서 돌아본다. 돌이 되어 살았던 시간이나 달이 되어 빛나던 시간도 다 소중한 내 인생의 한 시절로 기록되었음을 상기한다. 이왕이면 달의 모습으로 더 많이 아니 환하게 살아갈 수는 없을까?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내안에 살고 있는 한 그건 불가능한 성자의 삶일 터, 돌과 달 사이 그 아득한 거리를 최대한 좁혀가는 최선의 삶으로 감사하며 나아가리라 더 나은 나를 추구한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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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춘 시인 /

전남 장성 출생

1994 《시와시학》 등단

시집 / 『새가 되는 연습』 『하루』 『어린왕자의 기억들』『쉿!』

시선집 / 『자작나무 피아노』

월간 《우리시》 편집주간 및 한국작가회의 양주지부 회장 역임

현재 산림치유사(숲해설가)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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