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원내대표 의총에서 입장 수정돼
민주당의 비판
한국당 의원들 필리버스터 선 철회에 비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심재철 신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철회’에 대한 추인을 받지 못 했다.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대안신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에서 합의한 2020년도 예산안이 아니라 교섭단체 3당(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변화와혁신을위한 비상행동)이 예산안을 합의한 뒤에야 필리버스터 방침을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 원내대표는 9일 16시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이 제대로 되길 기대하면서 이런 얘기를 나눈 것이다. 3당 간사가 예산안을 논의하고 있고 예산안이 합의되면 다른 모든 것들은 잘 풀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심 원내대표와 함께 당선된 김재원 정책위의장도 “합의문 내용 전체가 민주당과 우리 당이 예산안을 합의 처리한다는 전제에 있는 것이다. 그동안 4+1 체제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우리가 먼저 파악하고 우리 당 예산안 처리 상황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지 문제를 먼저 검토해야 그 다음 단계를 말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심재철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의총 끝에 필리버스터 철회 보류 입장을 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당초 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선출되자마자 바로 3당 원내대표 및 문희상 국회의장과 회동해서 4+1 협의체가 공조해 당일 14시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던 본회의를 저지시켰다. 

3당 원내대표(이인영·심재철·오신환)는 10일 본회의에서 ①예산안을 처리하고 ②선거법과 검찰개혁법은 상정을 보류하고 ③한국당은 의총을 거쳐서 무더기 필리버스터 방침을 철회하기로 합의하면서 국회를 정상화시켰다. 사실 민주당과 한국당이 ②과 ③을 놓고 맞교환 한 의미가 큰데 심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여론을 반영해서 먼저 예산안을 합의한 뒤 ②이 보장된 상황에서 ③을 하겠다고 입장을 수정한 것이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9일 18시50분 논평을 내고 “필리버스터 철회 결정을 보류한 것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예산안의 합의 처리는 나머지 약속 이행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신임 원내대표가 3당 원내대표 간 첫 번째 합의 사항도 지키지 않은 상황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우리는 이후 누구와 무얼 믿고 논의해야 하는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대신 한국당은 10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본회의에 대해서는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아침까지 타결을 보기 어렵기 때문에 10일 내내 3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들이 예산안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만 한다. 

실제 3당 간사인 전해철 민주당 의원, 이종배 한국당 의원, 지상욱 바른미래당 변혁 의원은 9일 15시20분에 회동을 시작해서 두 차례 장시간 논의했지만 진통을 겪었다. 밤새 심사해서 어떻게든 타결을 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선심성 예산을 최대한 삭감하려는 한국당과 변혁에 맞서 민주당은 방어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한국당 의총에서는 필리버스터 철회를 선제적으로 약속한 심 원내대표의 선택에 비판적인 의견들이 나왔다.

곽상도 의원은 의총장을 나와 기자들에게 “필리버스터 철회를 미리 공식화 할 필요가 있는가. 내일 우리가 그냥 처리하면 되는 건데. 말 안 하고 철회하면 되는 것인데 굳이 공식화해서 숙이고 가는 모양새를 보일 필요 있느냐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에게 무더기 필리버스터 전략을 최초로 제안했던 주호영 의원은 “지금 합의안대로라면 상대한테만 꽃길을 깔아준 것 아니냐”라며 “굳이 철회부터 해줄 거 뭐 있냐. 어차피 정기국회에서 패스트트랙 못 할 건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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