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경기불황 장기화 우려…내년 1분기가 고비
‘불황’ 대비하는 대한항공, 6년 만에 희망퇴직 받는다

아시아나 항공, 제주항공기 (사진=각 사)
아시아나 항공, 제주항공기 (사진=각 사)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직장인 휴가와 학생 방학시즌을 맞는 3분기는 항공업계의 한해를 좌우하는 시기지만 올해는 일본 여행객 감소로 ‘3분기 호황’은 없었다.

항공업계 경기불황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본 노선 비중이 40%에 육박하는 저비용항공사(LCC)는 일본 불매 운동의 직격탄을 맞고 시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항공업계 1위 대한항공은 6년 만에 희망퇴직을 받는 등 덩치 줄이기에 나섰다.

항공업계, 경기불황 장기화 우려…내년 1분기가 고비

지난 3분기를 기점으로 보인 항공업계 불황은 일본 여행객 감소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1월 한 달 간 국내 항공사들의 일본 노선 여객수는 전년 대비 43.7%나 감소했다. 또 운항편수도 같은 기간 39.7%가 떨어졌다.

청주, 대구, 인천 공항의 평균 일본 여객수는 70%가까이 감소했으며 무안과 양양공항에서 일본으로 출발하는 여객기는 한 대도 없었다. 이 같은 여객 감소로 인해 한국항공협회는 LCC업계가 최소 783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 여행객 감소는 출국자수 감소로 이어졌다. 한국관광공사는 10월 한 달 동안 내국인 출국자수가 전년 대비 1.6% 증가하는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2012~2018년 까지 연평균 13.1% 상승한 걸 고려하면 출국자수가 폭락한 것이다.

저비용 항공사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제주항공의 올해 1분기 성적은 570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순항했지만 이후 2분기부터 실적이 추락했다. 2분기 적자는 274억원을 기록했고 이어 3분기에도 174억원의 적자를 보였다.

부채비율은 1분기에 200%를 돌파하더니 3분기에는 330%까지 치솟았다. 진에어도 마찬가지다. 사측의 2, 3분기 실적은 각각 266억원, 131억원의 적자를 보였다.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부터 급속히 늘어나 2분기 연속 200%대를 유지하고 있다.

대형항공사(FSC)들 역시 침체기가 지속되는 등 추운 겨울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 1위 기업 대한항공 실적은 다른 항공사에 비해 선방한 수준에 그쳤다. 올해 2분기 98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3분기에는 흑자전환되며 96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까지 당기순손실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모양세다. 대한항공의 3분기 당기순손실 금액은 2153억 원에 달한다. 또 부채비율이 900%를 돌파했다.

HDC현대산업개발에 매각이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은 1분기 영업이익 흑자로 전환되며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2분기부터 1000억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했으며 3분기에도 570억원의 적자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보이콧 영향은 4분기에 이어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2분기도 항공업계의 전통적 비수기인 만큼 항공업계의 실적 개선 가능성은 내년 하반기나 돼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4분기 실적은 대한항공을 제외하면 모든 항공사가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본사 (사진=중앙뉴스 DB)
대한항공 본사 (사진=중앙뉴스 DB)

‘불황’ 대비하는 대한항공, 6년 만에 희망퇴직 받는다
 
업계 불황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한항공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 최근 단행한 인사에서 임원 수를 20% 이상 줄인 것에 이어 2013년 이후 6년 만에 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받는 것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본격적으로 ‘군살빼기’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대한항공은 사내 인트라넷에 ‘희망퇴직 신청접수’ 공지를 올렸다. 만 50세 이상 15년 이상 근속한 직원이 대상이다. 운항 승무원이나 기술·연구직, 해외근무 직원 등 일부 직종은 제외했다. 오는 23일까지 신청을 받은 뒤 이달 말 관련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정년(60세)에 앞서 새로운 인생 설계를 준비하는 직원에게 보다 나은 조건으로 퇴직할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이라면서 “권고나 강제성을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에게는 법정 퇴직금과 최대 24개월분의 월급을 추가로 지급한다. 퇴직 뒤에도 최대 4년간 자녀의 고등학교·대학교 학자금 등을 지원한다.

이날 대한항공의 희망퇴직은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조 회장은 지난달 19일 미국 뉴욕에서 특파원단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공 중심의 항공산업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익이 나지 않은 사업은 과감하게 구조조정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이 주축이고 그것을 지원하는 사업 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일 단행한 정기 임원 인사에서는 사장 이하 임원의 직위 체계를 기존 6단계에서 4단계로 줄이는 등 임원 수를 20% 이상 감축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회장을 포함한 임원이 108명이었지만 이번 인사와 직위체계 개편으로 29명이 줄어 79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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