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두 번째 총리
종로 3선 포기하고 불출마
경제 살리기
야당과의 협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김진표 카드가 아닌 정세균 카드를 선택했다. 

문 대통령은 17일 14시반 차기 국무총리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지명했다. 

문 대통령은 직접 청와대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 마이크를 잡고 “정세균 후보자는 온화한 인품으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고 항상 경청의 정치를 펼쳐왔다”며 “입법부 수장을 지낸 분을 국무총리로 모시는데 주저함이 있었지만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극심한 이 시기에 야당을 존중하고 국민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실 문 대통령 입장에서 소위 조국 사태를 겪고 나서 국무위원을 지명하는 일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총리는 국회의 임명 동의를 받아야 하고 이낙연 총리가 2년 7개월 동안 최장수 재임을 했을 만큼 안정적으로 문재인 정부를 뒷받침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공석인 법무부장관 직에 5선의 추미애 의원을 지명했고 가장 안전한 선택을 한 측면이 있다.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부터 지금까지 국정 개혁의 기반을 마련하고 내각을 잘 이끌어준 이낙연 총리께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책임 총리로서의 역할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셨고 현장 중심 행정으로 국민과의 소통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이 총리가 내각을 떠나는 것이 나로서는 매우 아쉽지만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신망을 받고있는 만큼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직접 출마하든 더불어민주당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게 되든 차후에 대권 주자로 발돋움을 하게 되든 이 총리의 총선 역할론은 가시화됐다.

문 대통령이 정 후보자를 선택한 데에는 △경제 △협치 두 가지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지지율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힘입어 80%까지 치솟았다가 반토막나게 된 계기는 2018년 하반기 최저임금 인상 국면 때였다. 600만 자영업자들이 경제민주화 조치없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떠안게 되면서 불경기 이슈가 부각됐다. 그럼에도 일단 문재인 정부는 기업들의 고용 증진에 목을 매고 기업 활성화에 목을 매고 있다.

정 후보자는 △미국 페퍼다인대 대학원 경영학과 석사학위 취득 △경희대 경영학 박사학위 취득 △쌍용그룹 입사 후 상무까지 승진 △참여정부 때 산업자원부 장관 역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경제 관련 경력을 만만치 않게 쌓아왔다. 문 대통령은 노영민 비서실장을 임명할 때도 그렇고 무조건 경제에 일가견이 있는 인사를 입각시키고 있기 때문에 정 후보자의 이런 경력은 총리로서 손색이 없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정 후보자는 우선 경제를 잘 아는 분이다. 성공한 실물 경제인 출신이고 참여정부 산업부장관으로 수출 3000억달러 시대를 열었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정 후보자를 인선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무엇보다 문 대통령은 정 후보자가 국회의장으로서 여야 협치를 통솔해왔다는 점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통합과 화합으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국민들께서 변화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민생과 경제에서 성과를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고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가장 잘 맞는 적임자가 정 후보자라고 판단했다”며 “6선의 국회의원으로 당대표와 국회의장을 역임한 풍부한 경륜과 정치력을 갖춘 분이다. 국내외 환경이 여러가지로 어렵지만 새 총리 후보자는 서로 화합하고 협력하고 민생과 경제를 우선하도록 내각을 이끌고 국민들께 신뢰와 안정감을 드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한 정 후보자는 2012년 대선 정국 때 민주통합당 경선에서 패배한 뒤 문 대통령의 첫 번째 대선 도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2017년 대선 때도 문 대통령 당선에 일조했다. 그만큼 문 대통령은 정 후보자에 대한 신뢰감을 갖고 있다.

당장 6선을 거치는 동안 국민적 검증을 받았기 때문에 청문회 통과 전망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자는 15시10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가가 안팎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에 내가 총리라고 하는 중책에 지명되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국민에게 힘이 되는 정부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작정이다. 경제 살리기와 국민 통합에 주력하겠다”고 첫 소감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 후보자의 첫 소감 발표 자리에 수많은 기자가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 후보자는 차기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를테면 “원래 종로에 3선 도전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당과 협의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화되지는 않았지만 총리설이 계속 나와서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분들과 대화하고 나 자신도 깊은 성찰을 했다. 국민에게 힘이 되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는 것이 나의 태도와 결정이 아닌가 싶어서 총리 지명을 수락했다”며 “종로구민들과 함께 부대끼고 소통하는 과정이 내게는 큰 행복이었다. 종로에서 더 역할을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쉽고 안타깝다. 다른 한편으로는 종로구민들께 죄송한 생각도 든다. 나보다 더 좋은 분이 나오셔서 종로를 대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야당과의 소통 방식에 대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정책적인 노력이 있고 인적 소통 방법도 있다. 이런 저런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소통 노력을 펼쳐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회의장을 하면서 여야 대화를 하고 협치 시도를 열심히 해왔다. 야당과의 소통, 국회와 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해서 결국 국민에게 힘이 되는 정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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