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후보들 압도
역대 금투협 회장들과 달리 지방대 출신
퇴직연금 시장 적극 진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증권, 자산운용, 신탁업, 선물 등 295개사가 정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한국금융투자협회(금투협)의 5대 협회장으로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이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전임 회장의 갑작스런 변고로 치러지게 됐다. 故 권용원 4대 회장은 운전기사와 임직원 등을 상대로 폭언을 했다는 음성 파일이 공개돼 괴로워하다가 지난 11월6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나 회장은 20일 16시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투협 사옥 불스홀에서 열린 임시총회를 통해 최종 당선이 확정됐다. 이날 회장 선거에서는 221개사가 의결권을 행사했다. 나 회장은 1차 투표에서 76.3%라는 높은 득표율로 당선됐다. 경쟁 후보였던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대표는 8.7%, 정기승 IBK자산운용 부회장은 15%를 얻은 만큼 나 회장이 압도적이었다. 

이로써 나 회장은 3년간 금투협을 이끌면서 투자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게 됐다. 

나재철 회장이 소견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투자협회 제공)

나 회장은 △자본시장 역할 강화 △금융투자업계 미래 역량 확보 △회원사 정책 건의 확대 △선제적 자율 규제 △협회 혁신 TF(태스크포스) 설치 등 5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했고 좀 더 구체적으로 ①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②공모 리츠(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부동산투자신탁) 상장 및 세제 지원 ③증권거래세 폐지 ④글로벌 네트워크 지원 ⑤은행업권 불특정 금전 신탁 허용 저지 ⑥사모펀드 규제 완화 ⑦부동산 신탁 규제 완화 ⑧소비자 보호를 위한 내부 규제 강화 ⑨회원사 지원 중심의 효율적 조직 구축 등 9가지 공약을 내세웠다.

나 회장은 투표 전 소견 발표를 통해 “리테일(소매), 홀세일(도매), 기업 금융 등 전반적인 역량과 다양한 현장 경험을 축적했고 8년간 대표이사에 재직해서 업권별 현안에 폭넓게 이해했다. 전임 협회장들이 추진했던 여러 과업을 이어받아 업계 발전에 헌신해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출마하게 됐다”면서 “증권사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제도 및 레버리지(외부로부터 자금을 끌어다가 자산 매입에 나서는 투자 전략) 제도 개편과 혁신성장 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한 모험 투자를 장려하겠다”고 밝혔다.

당선 직후에는 “국내 자본시장은 은행 중심의 금융업 발전과 많은 규제로 인해 아직까지 선진국에 비해 부진한 수준의 성장을 이뤄 왔다. 앞으로 자본시장이 한 차원 더 성장하고 금융투자업이 제2의 도약을 맞을 수 있도록 더 많이 소통하고 말씀드린 정책들을 실현하고 직면한 현안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두 발로 뛰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자본시장과 업계의 발전은 물론이고 이를 통해 기업들의 성장과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임기 동안 자강불식(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의 자세로 최선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나 회장이 금융 소비자 보호와 수익 증대
사이에서 어떻게 밸런스를 맞춰 나갈지
주목된다. (사진=금융투자협회 제공)

바로 눈에 띄는 점은 나 회장의 이력이다. 나 회장은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인물로 역대 회장들과 달리 서울대 출신이 아니고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조선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올해 나이 60세(1960년생)인 나 회장은 1985년 대신증권에 입사했고 강남지점장, 리테일사업본부장, 홀세일사업본부장, 기획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고 27년 만에 사장 자리에 올랐다. 나 회장은 증권맨으로 근무하면서 경영학 석박사를 취득하는 등 경영 전문성을 쌓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나 회장은 사실 얼마 전까지 대신증권 사장직을 떠나 대신금융그룹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금투협 회장에 도전하게 되면서 현직 대표라는 지위를 적극 활용했다. 

나 회장은 지난 17일 출고된 한국금융신문과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저금리 저성장 시대인 만큼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반드시 도입하고 정착시켜 국민의 노후를 자본시장이 책임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퇴직연금 시장에 있어 금융투자업권의 점유율이 은행과 보험 대비 적은 편”이라고 역설했다.

국민연금 외에도 은행과 보험은 민간 퇴직연금을 운용하면서 효율적인 투자 수완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제도적 한계로 인해 퇴직연금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없었고 그런 만큼 막대한 시장 파이를 놓고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 나 회장이 금융당국에 얼마나 민원을 잘 전달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나 회장은 “사모펀드 관련 규제 완화를 건의할 것”이라며 “선제적 자율규제를 통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와 투자 자기 책임 원칙이라는 두 축이 균형적으로 확립되는 게 중요하다. 회원사 중심의 자율적 규제와 함께 금융당국과 전 금융업권 공동으로 국민들의 금융 이해도를 제고해나가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나 회장이 언급했듯이 금융사들의 수익 증대와 소비자 보호라는 공공성 간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춰갈 것이냐가 관건이다. 안 그래도 최근 라임 사태와 DLF 사태(derivative linked fund/파생결합펀드)로 인해 투자업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관련해서 나 회장은 “회원사들의 선제적 자율규제가 이루어지도록 하겠다. 회원사들의 내부 통제 실태에 대해 협회 차원에서 꾸준한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과 교육을 제공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나 회장은 “(34년 증권맨 경력으로) 금융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증권업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계 회원사들의 현안을 이해하고 균형 잡힌 이익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평했는데 향후 금투협 수장으로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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