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감성 동시집 『예수님 귀가 자라요』 펴낸 이가을 시인

사진 제공 / 이가을 시인
사진 제공 / 이가을 시인

 

안녕하지 않아요

이가을

 

주님을 생각해요

오늘같이 긴 하루

 

우리는 모두 무엇을 하는지

 

백합화도 엉겅퀴꽃도

공중의 새들도 안녕한데

 

마음의 방에 수도꼭지가 생겼어요

기도를 해도 기쁘지 않아요

 

주님은 바쁘죠

퀵맨처럼 바빠요

 

오늘은 동쪽 어디에서 누구의

기도를 듣고 계시나요

 

나침반처럼 나를 찾아주세요

위로가 필요해요

 

위로의 주님

노란 민들레꽃처럼 환하게

저를 찾아주세요

 

- 이가을 동시집 『예수님 귀가 자라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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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12월도 다 지나가는 중이다. 연말이면 안녕을 묻는 문장들이 날아다닌다. 안착할 수 없는 안녕이라는 단어를 안고 시린 겨울을 견뎌본 자가 아닌 이들은 부스러기 안녕을 쉽게 날리며 불우한 이웃을 도왔다는 자부심을 만끽하기도 하겠지. 그것으로 안녕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무관심 혹은 던져주는 부스러기에 안녕해지고픈 사람들은 더 슬프고 안녕해지지 않는다. 귀를 귀울여 안녕하지 못한 내면의 소릴 들어보라. 나, 우리만을 위한 겨울이 진정 안녕한 겨울일까? 외면의 귀 또한 열어 보자. 안녕하지 못하다고 외치는 누군가의 애처로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이 겨울을 관통하는 찬바람에 그대로 노출된 이들의 눈망울을 생각해본다. 가난한 이들보다 진정한 나눔을 모르는 자들, 그들이야말로 더 안녕하지 못한, 안녕하지 못할 자들이 아닐까? 궁극적으로 인생 여정은 혼자 가는 길이지만 사실은 이 여적에 보이지 않는 손길들이 공생하므로 가능한 삶의 길이다. 아기 예수가 세상에 오신 이유는 사랑의 나눔 진정한 영혼 사랑의 희생을 몸소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 땅에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하신 사랑과 위로의 주님, 키 작은 노란 민들레꽃처럼 낮은 곳에서 피어나는 겸손의 꽃 같은 예수 그리스도의 축복과 위로가 안녕하지 못한 모든 이들에게 임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마음이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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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을 시인 /

경기도 남양주 출생

서울예술대학교 졸업

1998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봄, 똥을 누다』 『저기, 꽃이 걸어간다』 『슈퍼로 간 늑대들』

기독교 감성 동시집 『예수님 귀가 자라요』

한국작가회의 회원

한국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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