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5G
KMW
다시 살아날 것
정부 지출과 규제완화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한국은 누가 뭐래도 수출 대기업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수출의 핵심은 반도체다. 반도체는 최첨단 시대에 수출 효자로 작용했지만 2018년 하반기 이후부터 하향세다.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19일 저녁 광주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카네기광주비즈니스센터 강의실에서 열린 <2020년 경제 및 주식 전망> 강연을 통해 “반도체는 뚜렷하게 사이클을 그린다. 조금만 공급이 과잉되면 확 떨어지고 그 반대가 되면 가격이 확 오른다”며 “지금은 2018년 3분기를 정점으로 계속 하강 사이클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하반기 정도 되면 서서히 회복한다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반도체 경기는 한국 전체 경제의 20%쯤 될 정도로 굉장히 영향이 크다. 반도체 경기가 좋으면 그것 뿐만 아니라 반도체와 연관된 산업의 이익이 늘어나서 그 종사자들의 소비가 늘어나고 내수가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선대인 소장은 GDP(국내총생산) 구성 요소들을 통해 한국 경제의 현황을 진단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반도체 경기가 곧 한국 경제의 5분의 1을 좌우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재량으로 뭔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선 소장은 “반도체 경기는 정부가 지금 조절할 수 있는 것인가? 지난해 반도체 호황을 문재인 정부가 만들었는가? 지금 반도체 하강 사이클을 문재인 정부가 만들었는가? 이건 정책 요소와 무관하게 그냥 반도체 사이클을 그리는 것이다. 지금 하강기에 반도체 수출이 줄어들고 전체 수출도 줄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반도체 수출이 줄고 자동차 시장 침체가 오면 기업들은 설비 투자를 줄인다. 반도체 경기가 돌아와야 일단 회복된다. 경기 사이클이 하락세를 그리고 미중 무역 마찰이 심화되면 설비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면서 “단순히 수출만이 아니라 설비 투자로까지 이어진다. 반도체 가격이 한국 기업의 경우 D램 메모리 반도체가 중요한데 큰 폭으로 떨어지다가 하락세가 주춤해졌고 내년 하반기에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바닥을 다져가는 기간”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시장 뿐만 아니라 전세계 경기가 그다지 좋지 못 했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은 미국과 비교해서 한국 경제만 불황이고 그만큼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비판으로 가져가려는 보수진영의 주장은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선 소장은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증시는 가파르게 상승했는데 한국은 역주행했다. 이걸 보고 한국만 소외됐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미국 증시 외에 선진국 증시는 다 안 좋았다”고 말했다.

한국 주식시장이 계속 어려웠지만 내년에는 기업 경기가 나아지면서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선 소장은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코스닥 상장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이나 매출은 -50%다. 주당 순이익으로 대변되는 기업 실적이 하락한 것에 비하면 주가는 덜 떨어진 것”이라며 “내년은 미국 경제가 큰 폭으로 경기 침체로 빨려들지 않는 한 미국 증시가 조정되는 국면에 들어갈 것이고 그렇게 유지되면 그 흐름을 따라갈 것이다. 내년에는 거꾸로 한국이 세계 다른 나라들보다 기업 실적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한국 증시는 대체로 좋을 것이다. 외부 증권사들이 베팅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모건스탠리나 골드만삭스가 그렇게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IT 기업들의 반도체 수요가 차츰 살아나고 있다.

선 소장은 “반도체 경기가 지금보다 더 내려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내년에는 반도체 중심으로 해서 한국 경제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아마존, 구글, MS, 페이스북 등이 데이터 센터를 굉장히 많이 짓고 있다. 유튜브 같은 서비스를 하려면 데이터 용량이 있어야 하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지어야 한다. 이게 결국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라고 말했다.

사실 반도체 시장이 하락세를 그렸던 것은 일시적이다. 인류가 PC와 인터넷 시대를 열어젖히고 2000년대 중반부터 스마트폰 보편화를 맞이했기 때문에 그 이후로 반도체 수요는 무궁무진하다. 특히 갈수록 데이터 전송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속도가 매우 빨라질 수밖에 없는 5G(5세대 통신) 환경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선 소장은 “5G 통신은 이미 굉장히 중요한 산업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흔히 얘기하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 혁명을 구현할 수 있는 최초의 통신 환경이기 때문”이라며 “4G까지는 그게 잘 안 됐다. IOT(사물인터넷), 증강현실, 자율주행차, 클라우드 서비스 등 그런 것들이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훨씬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르고 끊김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증강현실을 구현하려면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전송해야 한다. 그게 4G에서는 잘 안 된다. 지금은 5G 초기 단계라 잘 체감하지 못 할 수 있는데 몇 년 안에 고주파 시설이 깔리기 시작하면 상용화 될 것”이라며 “향후 몇 년간 5G 투자량이 급증할 것이다. 미중 가릴 것 없다. 한국, 중국, 미국, 일본 이런 순서로 본격적인 상용화로 들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이동통신 주파수 및 기지국 구성품을 제조하는 KMW라는 업체의 경우 창립 28년 만에 5G 시대를 맞아 시가총액 2조원에 이르게 됐을 만큼 급성장했다. 시총으로만 보면 코스닥 상장사 중에 7위이고 그동안 주가가 100배(발행가 1주 500원 →현재 5만원대)나 올랐다.

선 소장은 “5G 시장이 빨리 성장해서 KMW 등의 5G 종목들이 대부분 큰 폭으로 뛰었다. 2년 전에 5000원 하던 것이 한 때 8만원까지 올랐다. 16배다. 지금은 5만원 수준으로 줄었지만. 한국에서만 상용화 되는 단계에서 이 정도다. 향후 3년 정도는 굉장히 큰 규모의 5G 투자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KMW는 지난해까지 영업이익이 적자였는데 올해 들어 매출이 7500억원 정도로 크게 늘었다. 순이익만 1700억원이 예상된다. 지난해 적자나던 회사가 이익이 1700억원 났다고 하니 주가가 10배 넘게 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5G 투자는 상상을 초월한다. 

선 소장은 “중국은 투자 물량이 어마어마하다. 한국이 올해 5G에 10조원 이하로 투자했는데 중국은 내년에 150조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중국 3대 통신사들(차이나모바일/차이텔레콤/차이나유니콤)도 마찬가지고 ZTE(중싱통신)는 화웨이에 이어 통신장비 2위 기업”이라며 “중국 시장이 커지면 ZTE의 성장세가 2~3배 뛸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무역 전쟁을 일으켜서라도 중국을 견제하려는 배경에는 5G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이 자리잡고 있다. 

선 소장은 “화웨이가 통신장비 네트워크 시장 세계 1위다. 그래서 미국이 화웨이를 강하게 제재한 것이다. 겉으로는 화웨이의 보안 문제를 내걸었는데 실제로는 5G 시장에서 화웨이를 견제하려고 한 것이다. 거꾸로 5G 통신에서 미국이 앞서가겠다는 생각이 되게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관측했다.

선 소장은 GDP(국내총생산)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통해 한국 경제의 현황을 진단했다. 이를 통해 정부의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공식은 아래와 같다. 

GDP=C[Consumption/민간소비]+I[Investment/기업투자]+G[Government/정부지출]+X-M[Export 수출-Import 수입/순수출]

선 소장은 “민간소비가 줄었다. 남아있는 것은 정부지출 뿐”이라며 “다른 것이 가라앉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지출을 늘려야 한다. 뭐 대단한 경제학적 지식이 없어도 그런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뻔하다. 그런데 이걸 하려고 하면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이 국가 채무를 이유로 돈쓰지 말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에서 한국이 재정 형편이 가장 좋은 편에 속한다”며 “물론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여러 리스크가 있긴 하지만 적어도 충분한 재정 여력이 있다. OECD나 IMF 모두 한국 정부에 대해 적극적인 확장적 재정 정책을 쓰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환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선 소장은 경기 불황 시대에 정부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물론 규제완화도 필요하다. 

선 소장은 “(보수 언론은) 사람들이 편하게 살게 하기 위한 규제완화가 아니라 기업들 민원 들어주는 그런 규제완화를 요구한다”면서 “옥시 사태처럼 소비자 안전 규제나 환경 쪽 규제는 더 강화해야 한다. 전세계가 건강, 안전, 환경, 에너지 절약 관련된 것들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제했고 “대신 스타트업이 활발히 성장할 수 있도록 기존의 대기업들 보호막을 쳐주던 규제는 풀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경제적 기득권이 갖고 있던 장벽을 허물어서 국민 편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경쟁을 촉진시키는 것”이라며 “대표적으로 신용카드 업계다. 사실 한국은 카드 사용률이 세계에서 제일 높다. 그 이유는 카드사들 워낙 많이 활개치고 있고 그들의 기득권 산업 구조 때문에 기술적으로 전혀 부족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그렇게 많이 쓰고 있는 QR페이를 못 하고 있다. 중국은 그런 기득권이 없어서 QR페이가 바로 도입됐다”고 정리했다.

선 소장은 “한국 신용카드사들이 그렇게 장벽을 치고 있어서 잘 안 되고 있다. 그런 규제는 풀어줘야 한다”며 마지막으로 자유한국당의 경제 정책을 거론했다.

한국당이 내놓은 ‘민부론’이라는 것의 핵심이 규제완화다.

선 소장은 “한국당에서 얼마 전 하도 경제 정책 대안을 내놓으라고 하니까 민부론이라고 내놨다. 국부론이 아니라 민부론인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니까 부자들만 더 잘 살게 해주는 민부론”이라며 “가난한 사람들 등쳐서 부자들 살찌우는 민부론이다. 박근혜 정부 때 줄푸세(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법 질서를 세우자)와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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