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을 위하여
청와대 비서진 물갈이
봄철 패스트트랙 정신으로 돌아가야
트럼프 대통령 탄핵 이후 협상력 약화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여권이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충분히 정치적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는 비평이 나왔다. 그럼에도 여권이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일을 자행했고 청와대 비서라인 교체로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국진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이미 민주당이 송 시장에게 전략 공천을 줬다는 부분은 당과 청와대는 물론이고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인지는 모르겠지만 청와대 주요 수석급 비서라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며 “송 시장은 이미 당선됐을 때부터 7전8기라고 해서 유명세를 탔었다. 선거는 국민들의 의사를 묻는 과정인데 지방선거 당시 송 시장에 대해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당선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국진 연구위원은 송철호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 여권이 의심살 일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 위원은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에서 부대변인으로 활동한 바 있고 청년위원장 선거에도 출마한 바 있다. 

2018년 상반기에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바람이 강하게 불었고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80% 가량이 나올 정도였다. 당시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위장 평화쇼”만 외치다가 폭망했고 민주당은 17개 광역단체장 중에서 대구·경북·제주를 뺀 모든 곳을 차지했다.

정 위원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해 하명 수사 논란이 있을 정도로 뭔가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사는 행위들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때 당시 전국적인 선거 분위기를 돌이켜봤을 때 그렇게 무리수를 두지 않았어도 민주당 후보들이 승세를 잡는 것은 당연해보였다”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과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진술 등을 통해 지방선거 전에 송 시장이 경선을 거치지 않고 단독 공천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테면 △송 시장과 송 부시장이 2017년 10월 청와대에 가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나서 출마를 권유받았다거나 △울산시장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이 불출마로 가닥을 잡은 배경이라든지 △청와대 인사가 불출마 대가로 다른 자리를 제안했다거나 △민주당을 다섯 차례 탈당한 송 시장에 대한 약점을 거론하며 비판하다가 민주당의 단독 공천 결정에 경쟁자들이 급하게 수용하는 등 뭔가 석연치 않은 가정들이 떠오르고 있다.

정 위원은 “물론 당내 경선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송 시장이 임동호 전 최고위원, 심규명 변호사 등과 함께 경선을 치렀으면 더 아름다웠을 것”이라며 “당은 전략공천을 해버렸다.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을 주저앉힌 것으로 보이는 것들이 있는데 이런 과정들이 국민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당선될 수 있었을텐데 왜 굳이 꼼수를 써야 했던 건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정 위원은 대통령제 하에서 비대해질 수 있는 청와대 권력에 대해서도 고언했다.

정 위원은 “기본적으로 한국 정치체제에서 행정부의 권력은 비대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입법부가 충분히 견제하기 어렵기도 하거니와 국회의원들도 극단적인 진영논리화 되어 있는 상태에서 국민들이 선택을 강요받아서 무능한 사람들 뿐”이라며 “그런 사람들이 행정부에 대한 견제를 잘 못 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행정부가 비대해지고 결국 그러다가 부패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했는데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과 촛불 정국을 다 지켜보지 않았는가”라고 운을 뗐다.  

정 위원은 결론적으로 “지금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구체적인 역할 담당자들 청와대 참모진들이 촛불시민들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하고 권력에 취해 과거 정권들의 구태를 답습하지 않았나 싶다”고 강조했고 “문 대통령께서 청와대 쇄신을 할 필요가 있다. 비서진 쇄신없이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국무총리(정세균)와 법무부장관(추미애) 등 원포인트 개각 인사의 인준 과정이 남아 있는데 문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진을 물갈이 할 수 있을까. 

정 위원은 “걱정되는 것은 총선 전에 그러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총선 전에 그러면 좋을텐데 변화의 의지를 보이는 거니까. 그런데 반대로 총선 결과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 상황이 됐음에도 안 바꾸게 되면 국민적 불행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임종석 전 실장이 있었을 때 지금 나오는 의혹들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노영민 비서실장이 어떤 식으로 대통령을 보좌하는지 모르겠지만 여러 의혹들에 대해 청와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 하는 것을 보면 청와대 내부의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대통령이 모든 것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참모진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렇게 몇몇이 일탈 행위를 벌이고 그것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 하는 측면을 봤을 때 (노 비서실장이) 쇄신을 꼭 감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송철호 시장이 민주당의 단독 후보가 된 과정을 놓고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 위원은 선거법 협상 정국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정 위원은 “석패율제는 절대 안 된다고 이해찬 당대표께서 말씀하셨는데 故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계속해서 도입해야 된다는 주장이 나왔었다. 올해 봄에 패스트트랙(지정되면 본회의 표결 보장) 협상할 때 민주당에서 석패율제를 관철시킨 것이다. 지금 와서 석패율제가 절대 안 된다고 하려면 그에 합당하게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속시원하게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며 민주당 지도부에 쓴소리를 했다.

이어 “국민들 입장에서 석패율제를 하자고 해놓고 갑자기 안 한다고 했으니 정치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게 옛날 정치이고 적폐 정치”라며 “물론 상황이 바뀌면 말을 바꿀 수 있다. 차라리 말을 바꾸는 것이 당리당략에 따른 거라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거나 말할 게 궁색하면 아예 회피하면 되는데 절대 안 된다고 얘기하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말바꾸기를 두고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주장했던 석패율제는 권역별이었고 지금 4당(바른미래당 당권파/대안신당/정의당/민주평화당)이 관철하려는 것은 전국 단위라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 위원은 “권역별이든 전국이든 간에 석패율제 자체를 아예 안 된다고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근데 이것은 궁색한 논리”라며 “선거법 협상 과정을 쭉 보면 사실 선거법 재협상을 하는 것 자체가 민주당과 대안신당 및 민주평화당의 이해관계인 호남권 지역구 축소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들이 지난 봄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선거법의 내용들에 대해 자세히 보지 않고 범여권에 신뢰를 보낸 것은 반 한국당 연대라는 대의를 믿고 그렇게 해준 것”이라며 “그때 지지했던 시민들의 판단을 옹색하게 만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정 위원은 “지금 석패율제와 캡(연동형 적용 비례대표 의석 제한)을 가지고 나오는 여러 논란들은 각 당별로 조금이라도 1석 더 얻으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다시 봄철의 반 한국당 연대로 갔던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며 “선거법과 검찰개혁법을 패키지로 묶을 수밖에 없었던 그때 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은 패스트트랙 공조 정신을 상기한다면 “지금 민주당 입장에서도 다른 야당들을 헌신짝 버리듯이 할 수가 없는 거다. 다른 야당들도 민주당의 입장을 좀 더 헤아릴 수가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적절한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정 위원은 “지금 그 개혁안(선거법 수정안)이 후퇴하고 있고 어떻게 보면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당리당략에 의해서 다른 야당들 특히 정의당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정말 문제인데 차라리 지금 이렇게 할 거면 왜 그때(패스트트랙 단일안 통과시키던 지난 4월) 합의를 해줬는가. 차라리 합의를 해주지 말든지. 그때부터 석패율제 등 그런 불만을 얘기했으면 됐지 않은가”라고 재차 쓴소리를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 위원은 봄철 패스트트랙 공조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사실 정 위원은 북한학을 전공한 만큼 최근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는 남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정 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으로 탄핵당하고 위기 대응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북한과 빅딜을 하기가 난처해졌다. 상원에서 부결되더라도 탄핵에 대응하고 신경쓰느라 그러기도 어렵겠지만 탄핵 소추까지 당한 대통령의 정치적 권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즉 “그런 대통령이 북한과 빅딜을 한다고 하면 미국 시민들의 여론이 탄핵까지 당해놓고서 모면하려고 성급하게 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을 할 것이다. 과연 이게 미국 국익에 맞느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더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향후 전망은 어둡다. 

정 위원은 “차기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일지 민주당의 다른 후보가 될지 모르겠으나 그 대통령과 북한이 새로운 타결을 이룰 것”이라며 “그 전까지는 협상이 옴짝달싹 못 하는 그런 상황이 계속 전개되지 않을까 싶다. 혹시라도 내년 11월 안에 빅딜이 이뤄지더라도 미국에게 불리하고 상대적으로 북한에게 유리한 그래서 미국 민주당 입장에서 반대표를 던질 수밖에 없는 그런 안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정 위원은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했는데 “첫 번째는 탄핵 정국이 종료된 다음에 트럼프가 빅딜을 해보려고 해서 미국이 양보를 많이 하는 빅딜을 하거나. 아니면 그게 타결되지 못 해서 새로운 대통령으로 공이 넘어 가거나 둘 중에 하나다. 전자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노력할텐데 아직까지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미지수”라고 밝혔다.

끝으로 정 위원은 “(6월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가 만났음에도 스웨덴 실무 협상(10월5일)이 파투난 것 보면 미국 내부에 대폭 양보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것”이라며 “볼턴(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9월10일)하고 난 뒤에도 양보하기 어려운 알 수 없는 사정이 있을 것이지만 시간을 뒤로 미룰수록 미국이 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렇게 되면 더더욱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안 받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영변만 받고 딜을 할 것인지 또 다른 뭔가를 대안으로 얻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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