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시인/수필가
박종민 시인/수필가

[중앙뉴스=박종민] 본격적인 겨울이다. 사우나(sauna)를 즐기게 되는 계절이다. 사우나란 본래 핀란드에서 비롯된 증기목욕이다.

북유럽의 차갑고 냉랭한 기온 속에서 평원에 펼쳐진 자작나무숲으로 뒤덮인 눈밭과 얼음 숲이 자연스럽게 만들어 낸 걸작이다.

자작나무숲이 주를 이룬 눈밭이로 이어진 평원과 불현 듯 나타나는 호숫가에서 자작나무장작불로 물을 끓여내는 수증기로 몸을 녹이고 추위를 풀어내는 목욕문화를 말한다.

질 좋은 이러한 목욕문화가 차츰 전반적세계로 전파돼 나갔다. 이젠 사우나는 세계인이 모두 함께 즐기는 목욕문화가 된 것이다.과거 20여 년 전 우리나라에 유행했던 터키탕이라 불렀던 목욕문화도 유사한 개념이다.

오늘날까지 그 시설이나 목욕문화가 크게 달라지고 바뀐 바는 없지만 당시만 해도 터키탕을 두고 산업화로의 진화과정에서 도입된 갑작스런 사우나문화로 인해 한때 오해를 사기도 했었다.

남녀가 알몸으로 입욕하여 목욕관리(때밀이)를 해 준다는 근거를 들어서 불법성매매와 성도덕 상의 불륜으로 매도해 정부당국에서 주시하며 특별단속하면서 지도관리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사우나문화를 왜 터키탕이라 했을까? 하는 게 내겐 아직도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불건전한 사례에다 불명예스런 명칭 때문에 터키정부가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민원제기를 해서 지금은 터키탕으로 불리던 사우나업소가 모두 증기탕이란 이름으로 바꿔 성업 중에 있다. 어쩌면 그 당신엔 국제적인 결례를 했을 법하다.

그런 저런 생각에 터키여행 중 이스탄불의 5성급호텔사우나탕에 들러 터키탕이란 오명을 남기게 된데 대한 터키인들의 사우나문화체험 겸 시설확인을 해봤다. 지하3층에 설비된 사우나시설은 그야말로 최고급목욕문화임을 보고 느꼈다.

원통의 공간에서 증기를 온몸에 충분히 쏘여 몸을 부드럽게 한 뒤에 더운 온천수와 찬물로 몸을 씻어내는 목욕기법이었다. 이런 고급스런 목욕문화를 왜 우리는 어찌 폄훼해왔을까? 

사우나문화가 우리사회에도 이젠 정착됐나 싶다. 사우나는 사색의 공간이다. 경향각지 웬만한 곳엔 다 들어서있다. 많은 이들이 사우나를 즐긴다. 사우나안에 온도는 대략 습식은 70~80° 건식은 90°이상 100°에 이른다. 숨이 턱턱 막히고 뼛속 깊이 열기가 파고들며 땀이 절로 흘러나온다.

지글지글 끓고 열이 온 영육에 덮쳐온다. 호흡이 곤란한 지경에 이르며 인내가 따른다. 벌거벗은 나신(裸身)으로 생각을 모은다. 함께 하는 사람들 모두 동격이며 동급이다. 누가 더 잘났고 못난이가 없다.

깊고 진솔한 생각이 떠오를 수밖엔 없다. 느껴 성찰하며 후회도 하고 오늘과 내일을 가늠해본다. 참고 견뎌내며 인내를 시험한다. 이게 바로 사우나의 묘미가 아닌가, 하는 견해이다. 

혹한기(酷寒期)엄동지절에 몸과 마음을 푸근하게 녹여주는 곳, 사우나는 사색을 분출하는 매력적인 장소이다. 생각하고 느끼며 답답함을 인내하면서 탕 내에서는 벌거벗은 몸들끼리 조금도 거리낄 필요조차 없다.

모두의 편안한 공간이기에 말이다. 혼자서도 좋고 서로 뜻이 통하는 사람끼리라면 소통하기가 더욱 좋은 곳이다. 뼛속 깊이 배인 땀을 흘려내며 몸의 균형을 잡아가면서 지나온 나날과 앞날에 펼쳐질 미래를 향해 깊고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는 특별한 방이다.

여성의 사우나시설공간도 마찬가지이리라. 복잡한 세상사 잊어버리고 근심걱정 증기열기에 씻어버리고 치유(治癒)와 사유(思惟)를 함께하는 것이다. 특히 겨울철사우나탕이야 말로 나를 찾아 자신을 발견하는 가장 적절한 공간이며 장소라 믿고 즐겨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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