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국면 돌파 위한 자력갱생 의지
SLBM 발사 아니면 장거리 로켓 
ICBM은 아닐 듯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설정한 ‘2019년까지’라는 데드라인이 지났지만 미국의 새로운 셈법은 나오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전략무기”라는 말을 꺼내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기 위해 말폭탄을 던지지는 않았지만 점점 수위를 높여가면서 압박성 카드를 선보인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김 위원장은 △미국 압박 △남북미 비핵화 협상 전선을 유지하기 위한 레드라인 지키기 △인민들에게 대내적으로 자력갱생 강조 △중국·러시아와의 연대 및 활로 모색 등 여러 트랙을 다양하게 구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월31일 열린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새로운 전략무기"를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1일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2월28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 결과 보고를 통해 경제 우선주의 노선을 수정하고 ‘핵 실험 및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 조치 역시 폐기할 수 있다는 점을 환기했다.

김 위원장은 “이제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새로운 셈법없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등을 통해 대화를 시도하려는 것에 대해 “시간벌이”라며 “날강도 이중적 행태”라고 지탄했다.

아울러 “우리의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될 것”이라며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새로운 노선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미국은 ‘영변 플러스 알파’를 요구했고, 북한은 ‘영변 폐기와 동시에 부분적 제재 완화’를 촉구했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영변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고, 북한은 영변을 폐기하게 하려면 부분적 제재 완화를 받아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국은 상호 조건을 양보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든 대화 전선이 잘 풀리는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작년 7월 남북미 깜짝 정상회담 △10월 스웨덴 스톡홀롬 실무 협상 등을 진행해봤지만 아무 성과를 거두지 못 했다. 
 
김 위원장은 도저히 영변 플러스 알파까지는 먼저 내놓을 수 없고 차라리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기어이 자력부강하고 자력번영하여”라며 “조미 간의 교착상태는 불가피하게 장기성을 띠게 되어 있다”라고 상황 진단을 내렸다.

미국이 먼저 양보하지 않으면 남북미 비핵화 협상없이 그냥 이대로 제재 국면을 돌파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지난해 6월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만나 인사한 뒤 남측 지역으로 이동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2020.1.1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9년 6월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났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사태 이후 북한은 레드라인을 넘어서지 않는 정치적 도발을 지속해왔다. 사거리와 방향을 조절해서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레드라인은 북한이 ICBM에 핵 미사일을 탑재해서 발사하는 것이다. 핵심은 사거리다. 북한의 미사일이 한반도 동해상으로만 향하다가 미국 본토까지는 못 가더라도 그 중간에 떨어지더라도 북미 사이의 긴장감은 높아질 것이다.  

궁극적으로 김 위원장이 밝힌 “새로운 전략무기”는 △SLBM 발사(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정찰위성 탑재한 장거리 로켓 발사 둘 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된다. 레드라인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대미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높일 수 있는 카드라는 게 현실적으로 위 두 개가 유력하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1일 배포한 분석 자료를 통해 “북한은 향후 몸값을 올린 상황에서 대미 협상을 비핵화보다는 핵 군축 패러다임으로 가져가려는 의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일단 미국은 격양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시간으로 1일 오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현지 기자들에게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그는 비핵화에 관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그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핵 실험 재개 카드 외에) 다른 경로를 택하길 바란다. 우리는 김 위원장이 옳은 결정을 해서 충돌과 전쟁 대신 평화와 번영을 선택하길 희망한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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