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탈당
바른미래당 3개 세력 분화
권은희 의원 거취 중요
새로운보수당의 가능성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진통 끝에 2018년 초 통합해서 창당한 바른미래당이 공식적으로 쪼개졌다. 아직 법적으로 바른미래당은 원내 교섭단체 신분을 유지하고 있지만 권은희 의원의 정치적 선택 여부에 따라 박탈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바른미래당이 손학규계 당권파, 안철수계 비당권파, 새로운보수당(새보수당) 등 3개 세력으로 분화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새누리당에서 나와 바른정당을 창당했다가 바른미래당을 출범시킨 8인(정병국·유승민·이혜훈·오신환·유의동·하태경·정운천·지상욱)이 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저희는 바른미래당을 떠난다”고 선언했다.

원외 인사이자 출신이 같은 권은희·이준석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과 진수희·구상찬·김희국·이종훈·정문헌·신성범·윤상일·김성동·민현주 전 의원들도 동반 탈당했다.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하기 위해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사람들. (사진=새로운보수당) 

이들은 이틀 후(5일)에 새보수당 중앙당 창당대회를 연다. 세력과 가치 2가지의 기준으로 보면 새보수당은 분명 바른정당 시즌2다. 바른정당은 2017년 말부터 연이은 탈당 사태를 겪다가 세력의 관점에서 국민의당과 통합의 길로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었는데 현재 새보수당은 이질적인 통합은 망조의 길이라는 교훈을 얻었다는 점에서 다르긴 하다. 

탈당파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2년 전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가 힘을 합쳐 나라의 미래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하고 바른미래당을 창당했으나 바른미래당은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 했다. 지난 2년의 실패에 대해 그 누구도 탓하지 않겠다. 저희가 많이 부족했다”고 자책했다.

이어 “3년 전 새누리당을 떠난 후 오늘까지 저희들은 시련의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거친 현실 정치 속에서 어려움을 겪을수록 개혁보수 정치를 향한 저희들의 각오와 의지는 더 단단해졌다. 지난 시련의 시간은 저희들에게는 쓰디쓴 약과 같은 소중한 성찰의 시간이었다”며 “비록 저희들의 숫자는 아직도 적고 세력은 약하지만 무너진 보수를 근본부터 재건하겠다. 무능과 독선, 부패와 불법으로 나라를 망치는 문재인 정권을 제대로 견제하고 대체할 새로운 보수로 거듭나겠다”고 공언했다.

4가지 메시지는 △바른미래당 실패 유감 △죽음의 계곡 겪으며 성찰 △반문(문재인 대통령) △개혁보수 건설 등이다. 

(사진=새로운보수당)
새누리당에서 나와 바른정당을 창당했다가 바른미래당 통합을 완성시킨 세력들이 새로운보수당을 건설하기 위해 뜻을 모았다. (사진=새로운보수당)

이로써 바른미래당은 원내 세력으로만 봤을 때 △당권파 9인(김관영·김동철·​​박주선·​주승용·​김성식·​이찬열·​임재훈·​채이배·​최도자) △비당권파 7인(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권은희) △나홀로 활동 4인(박선숙·장정숙·박주현·이상돈) △새보수당 8인(유승민·오신환·유의동·이혜훈·정병국·정운천·지상욱·하태경​) 등으로 나눠지게 됐고 법적으로는 원내 교섭단체를 유지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현역 의원 9석만 보유하게 됐다. 

비당권파 7인은 새보수당의 전신인 변혁(변화와혁신을위한 비상행동) 활동을 했지만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행보를 지켜보고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안 전 대표는 전날(2일)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안 전 대표와 손을 잡고 바른미래당을 창당한 유승민 의원(새보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2년 전 이 자리에서 국민께 약속드린 개혁보수와 실용중도가 힘 합쳐서 잘 해보자는 그 정신에 여전히 (안 전 대표가) 동의하는지 궁금하다”며 “지난해 10월 초~11월 말에 같이 (새보수당을) 하자는 이야기를 문자로 드렸는데 답을 못 받은 게 지금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비당권파 7인에 대해 “한 분 한 분께 새보수당을 같이 하자고 말씀을 드려왔고 앞으로도 말씀을 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능성이 높은 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다”면서 “(권은희 의원에 대해) 함께 해주면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분의 생각을 알고 있지만 내 입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사진=새로운보수당)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새로운보수당)

유 의원도 거론했듯이 권 의원의 입장이 중요하다. 권 의원은 변혁을 넘어 신당기획단장을 맡은 바 있고 신당 중앙당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새보수당으로 당명이 확정된 시점부터는 선을 긋고 있다.

권 의원은 12월16일 출고된 <시사위크>와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비당권파 7인은) 12월에서 1월까지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어떤 생각을 갖기 어려운 시기니까 그 시기는 (새보수당에) 관여하지 않고 관망하는 입장을 갖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나도 12월과 1월은 관여하지 않고 관망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무조건) 안 전 대표의 뜻을 따른다는 것이 아니다. 안유(안철수와 유승민)가 결합한 제3지대라는 바른미래당을 선택해서 왔다. 안유가 결합해 같이 행보를 한다면 같이 활동할 수 있지만 따로 찢어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안유가 지금 어떤 의사를 가진지 확인이 안 됐기 때문에 저희 역시 정치적 선택 이전에 관망을 하는 상황”이라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퇴진 이후 바른미래당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제3정당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길은 아닌 것 같다. 조금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당으로 꾸린들 어게인 국민의당이 될 것이고 새보수당을 꾸려간다 한들 바른정당 시즌2가 될텐데 다 우리가 지나온 과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권 의원은 안유가 함께 하는 길에 동행하겠다는 것이고 만약 따로 간다면 안 전 대표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권 의원은 분명 손 대표 체제의 바른미래당에도 회의적이지만 지금으로써는 손 대표 퇴진 이후의 빈 공간에 안 전 대표가 안착할 가능성이 있다. 손 대표는 여러 채널을 통해 안 전 대표가 복귀한다면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새로운보수당)
새보수당이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새로운보수당)

새보수당은 당명에 보수를 못박은 것처럼 결국 보수 통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합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12월28일 대구시당 창당대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새보수당을 만들고자 했을 때 한국당을 겨냥해서 3가지를 얘기했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와라. 지금 한국당을 허물고 같이 새로운 집을 짓자. 이 3가지 조건이 받아들여지면 아무 미련없이 한국당과 다른 여타의 보수 세력과 통합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한국당의 모습을 보면 도로친박당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도로친박당이라는 말이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부분과 배치된다. 또한 문재인 정권이 국정을 파탄내도 왜 한국당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느냐를 생각하면 개혁보수를 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라며 “기득권을 다 내려놓고 새집을 짓자는 부분도 한 마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무작정 기다릴 수 없다는 생각에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자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유 의원은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이 아니다. 1월5일에 창당하고 이후 총선의 과정을 예상하면 2월 초까지는 논의의 불씨가 살아있을 수 있다. 다만 (두 당에) 공천심사위원회 등이 설치되기 시작하면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화의 문과 가능성은 늘 열려있지만 3가지 원칙에 대해 (한국당은) 지금까지 (부족하다고) 그렇게 본다”고 말했다.

새보수당의 성공 가능성과 관련 유 의원은 조국 사태(조국 전 법무부장관)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한국당을 대안으로 선택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 의원은 “그동안 공정과 정의를 독점했던 것은 민주당이었다. 민주당이 얼마나 정의롭지 못 한 집단인지 드러났는데 그 반사이익이 한국당으로 가지 않고 있다. 국민들한테 물어보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도 정의롭지 못 하지만 한국당이 비판할 자격이 있느냐고 말한다. 보수는 공정하고 정의로우면 안 되는가”라며 “새보수당이 기존 진보가 몰락하는 현상을 그런 부분에서 잘 집중해 파고들면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인재 영입에 대해서는 “수도권에 젊고 깨끗하고 유능한 20~40대 후보를 많이 찾아볼 생각이다. 젊은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 후보를 많이 내면 선거판에 굉장히 큰 충격이 될 것”이라며 “그런 바람이 부산·대구·대전·광주 등 대도시로 이어지면 해볼만 하다는 큰 그림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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