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출근 저지
10년여만에 경제 관료 출신
그동안 내부 승진
추혜선·채이배 의원도 반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직전까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노동조합에 의해 출근 저지를 당했다. 노조는 윤 행장에 대해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며 비판하고 있다.

윤 행장은 3일 아침 8시반 즈음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주차장에 도착해서 후문을 통해 건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사전에 스크럼을 짜고 있던 노조원들에 의해 가로막혔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 있는데 노조는 윤 행장이 지명됐을 때부터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이날 일찌감치 바리케이드를 쳐서 정문을 봉쇄하고 후문에서 인간띠를 만들어 벽을 쳤다.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이 노조원들에 막혀 출근하지 못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우리 입장은 이미 전달했으니 더는 정권과 대통령에게 부담 주지 말고 자진 사퇴하는 게 좋다”고 밝혔고 윤 행장은 “함량 미달 낙하산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1만4000여명의 기업은행 가족들의 일터이기도 하지 않나. 열심히 해서 잘 키우도록 하겠다”고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윤 행장은 어떻게든 진입해보려고 노력하는 등 대화를 시도했지만 10분만에 포기하고 차를 타고 돌아갔다. 윤 행장은 집무실에서는 근무를 시작하진 못 했지만 비서실을 통해 업무 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 쪽에서 커리어를 쌓은 윤용로 전 행장이 퇴임한 2010년부터 10년간 내부 승진(조준희·권선주·김도진 전 행장)으로 올라온 인사를 수장으로 선임해왔다. 

그 전에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 많았는데 윤 행장은 청와대 정무직을 맡았기 때문에 단순히 관료 출신이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고 그런 맥락에서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윤 행장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과 경제수석, IMF(국제통화기금) 상임이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특명전권대사 등을 역임해왔다.

반면 청와대는 기업은행이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설립된 국책 은행이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사가 은행장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 행장의 낙하산 논란에 대해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12월3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치 금융”이라며 비판했다.

추 의원은 “은행 구성원들과 충분한 소통도 설득 노력도 없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낙하산에 깜깜이 인사다. 촛불 정부에서도 낙하산 적폐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좌절감에 정부가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와대가 신임 기업은행장으로 반장식 전 일자리수석을 내정했다가 기업은행 구성원들을 비롯한 금융 노동자들과 시민사회 단체들의 반발에 한 발 물러섰는데 이번엔 윤 전 수석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융 노동자들의 반발이 단순히 윤 전 수석이 청와대 출신이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금융에 대한 식견이나 능력, 기업은행의 업무와 비전에 대한 이해도, 조직 운영 능력이나 리더십에 대해 누구나 수긍할 만한 평가를 받은 인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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