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없는 사회
유럽 ATM 줄자 폐해
취약계층의 금융 소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오픈뱅킹, 각종 간편결제 등 갈수록 핀테크(금융기술) 확대가 가속화되고 당국도 그에 발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취약계층의 금융 소외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의를 줬다. 

유럽의 금융 선진국들이 일찌감치 ‘현금없는 사회’로 진입했지만 취약계층의 금융 권리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6일 아침 <최근 현금없는 사회 진전 국가들의 주요 이슈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한국도 현금없는 사회로 나아갈 때 취약계층의 금융 소외나 소비활동 제약 문제가 나타나지 않도록 대응책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타벅스가 전국 103개 매장에서 '현금 없는 매장' 운영을 시작한 16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직원이 고객에게 현금이 아닌 신용카드, 모바일페이 등 다른 결제수단 이용을 권유하고 있다. 2018.7.16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전국 103개 매장에서 '현금없는 매장'을 표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00년대 이후 금융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현금없는 사회로 진입한 스웨덴, 영국, 뉴질랜드 등의 국가에서 노인, 도심에서 떨어진 시민, 장애인 등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ATM(현금자동입출금기) 감소 현상에 따라 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이동 시간만 늘게 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ATM의 갯수는 2014년 대비 스웨덴은 21.2%, 영국은 11.4%, 뉴질랜드는 7.3% 줄었다. 

현재 유럽 도처에서는 더 이상 현금이 필요없고 사람을 대면하지 않는 금융 거래가 급속화되면서 대부분의 상인들이 현금 결제 자체를 거부하기도 한다. 스웨덴 중앙은행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금 결제를 거부당한 응답자가 2018년에 45%나 됐다.

한은은 “이들 국가에서 고령층과 장애인이 현금 사용에 상당한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그밖에도 △대규모 정전에 따른 금융 거래 마비 △디플레이션(경기하락) 기간에 안전 자산인 현금에 투자하기 어려워지는 점 △거대한 민간 결제업체 몇몇이 금융 시스템 독과점 가능성 등을 우려했다.

국내에서는 이미 온라인 금융 거래만이 절대적인 ‘선’인 것처럼 금융사들은 발벗고 나서고 있고 금융당국도 그런 흐름을 지원해왔는데 그에 따른 부작용은 경시되기 마련이었다. 인위적으로 대면 창구를 늘려 노인들의 금융 거래를 지원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은은 “현금없는 사회를 수용하던 스웨덴 중앙은행도 최근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현금 접근성은 보장돼야 한다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꿨다. 한국도 현금없는 사회로의 진행 과정에서 문제가 나타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한은은 우리나라의 ATM 설치 현황이 유럽 선진국들에 비해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도 덧붙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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