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원칙 수용론 접어
친박계의 견제
새보수당의 자강론
그럼에도 보수통합론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다급하게 보수통합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당내 친박계(박근혜 전 대통령)의 반발로 쉽지 않다. 새로운보수당은 보수 재건 3원칙(탄핵 수용/개혁보수 천명/한국당 해체 및 보수신당 건설)을 조건으로 한국당과의 보수통합을 말하고 있지만 자강론과 통합론을 놓고 고심이 깊다.

황 대표가 7일 16시10분 국회에서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를 만나 “책임대표가 된 하 의원도 그간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가지고 실천해 온 분 아닌가. 힘들고 어려운 자유우파 진영이 한 번 더 힘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하 의원과 돌고 돌아 이 자리에 함께 앉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황교안 대표와 하태경 책임대표가 만나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황교안 대표와 하태경 책임대표가 만나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황 대표는 전날(6일) ‘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이 내세우고 있는 3원칙을 수용한 뒤 이날 하 책임대표와 만나 통합을 위한 협상에 돌입하자는 전격 제안을 할 것이라고 예상됐었다. 구체적으로 △미래를향한전진 4.0(이언주 의원) △이정현 의원 신당 △국민통합연대(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의 친 이명박계와 비박계 주도) △소상공인 신당 △원희룡 제주지사 △이재오 전 의원 등 여러 주체들이 있지만 새보수당이 통합의 최우선 파트너라는 점도 조선일보 보도를 통해 가시화됐다.

그러나 당내 친박계의 강력 반발로 황 대표가 3원칙 수용론을 일단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이날 14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자유민주국민연합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자꾸 다른 얘기를 붙이면 통합이 쉽지 않아진다”면서도 “저희는 하여튼 통합될 수 있는 길들을 안이나 밖이나 누구든 같이 뜻을 모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 책임대표는 황 대표에게 “대한민국을 바로잡을 세력은 바로 우리 야당이다. 이런 점에서 황 대표와 새보수당은 전적으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보수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이 듣고 있다. 보수 재건의 핵심 주체는 청년이다. 청년으로부터 지지받고 보수가 청년을 먼저 대변하는 그런 정당이 된다면 우리 보수는 그 청년의 힘으로 다시 한 번 우뚝 서서 문재인 정권의 전횡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결국 하 책임대표는 한국당이 유 의원의 3원칙을 빨리 받아들여야 보수통합이 가능할 수 있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읽혀진다. 

하지만 오른쪽에 우리공화당과 태극기 세력이 버티고 있고 당내에도 친박계가 건재한 상황에서 황 대표가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이날 정오쯤 출고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국당의 모 의원은 “밤사이 친박 의원들이 황 대표에게 집중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한 뒤 황 대표가 (3원칙 수용 선언을) 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고 한다. 3원칙을 받아들이고 두 사람이 공식적으로 만났으면 중도 확장에 도움이 됐을텐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여기에 새보수당이 이제 막 창당을 했기 때문에 자강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것 역시 황 대표의 보수통합론을 희박하게 만들고 있다.

유 의원은 이날 아침 새보수당 당대표단 회의를 끝내고 기자들에게 “(황 대표가 3원칙 수용을 선언해도) 지켜보겠다. 창당한지 며칠이나 됐다고 그런 (통합) 논의에 휩쓸리기보다는 저희가 갈 길을 가는 것이 낫다”며 선을 그었다.

새보수당의 분위기는 시점상 창당을 하자마자 한국당과 통합을 논의할 수 없다는 것이고 최소한 각 당의 공천심사위원회가 설치되는 2월 초까지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통합 협상이 잘 안 됐을 경우 자강론으로 나아가도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도 엿보인다.

하 책임대표는 7일 15시50분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우리의 사명은 죽을 때까지 보수를 개혁하는 것이다. 이런 일념은 변함이 없다. 보수는 늘 새로워져야 그게 보수”라며 “우파를 완전히 새판으로 故 노회찬 의원께서 하신 말씀대로 우파 판갈이를 우리가 하겠다. 그 정도의 용기와 각오없이 선거 앞두고 당을 새롭게 만들지 않았다”고 자강론의 포부를 드러냈다.

이어 “새보수당이 없어진다면 그 전에 한국당이 사라져 있을 것이다. 그 정도 각오로 보수의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해보겠다”며 재차 의지를 보였다.

또한 하 책임대표는 6일 방송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혁신을 위한 경쟁 속에서 그러니까 우리가 적어도 청년 중도층의 지지층을 확보해서 10%대 지지율로 넘어가면 한국당 문 닫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10% 이상 가면 (한국당 후보들이) 부산 경남지역(PK)까지 다 떨어진다. TK는 몰라도. 그러면 한국당은 3~40석 규모로 축소된다”고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도시 중심으로 최소한 50명 이상 청년 후보를 투입할 것이고 특히 새보수당이 재정적으로 충분하지 않지만 우리 재정의 1순위를 청년들 선거 자금으로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선거법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1등이 다 가져가는 승자독식의 지역구 의석이 253석이라 한국당으로서는 위협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영남쪽에서 새보수당, 우리공화당, 기타 보수 신당들이 한국당 표를 다 갉아먹으면 여권이 선거에서 어부지리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더불어민주당도 정의당을 비롯 원내외 진보 정당들의 표 갉아먹기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 책임대표는 거듭해서 황 대표에게 3원칙을 수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그래서 보수통합론은 보수진영 전체의 큰 화두일 수밖에 없다. 일단 △황 대표가 공식적으로 통추위 결성을 선언했고 △새보수당은 유 의원이 위원장을 맡아 보수재건위원회를 구성했고 △국민통합연대는 보수진영 연석회의를 개최하고 있는 등 연일 보수통합을 위한 여러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다.

키는 세력이 가장 큰 황 대표와 함께 그나마 개혁성이 있고 두 번째로 세력이 큰 새보수당이 쥐고 있다. 전국적으로 2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친박계 표심을 잡고 있는 우리공화당도 있지만 한국당 입장에서 총선 승리와 집권 플랜을 짜기 위해서는 결국 새보수당과의 화학적 결합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하 책임대표 역시 5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 “새보수당은 보수의 정의당이 되려고 나온 게 아니다. 야권의 새판을 짜고 보수의 빅뱅을 하기 위해서 나왔다. 이기는 보수가 되려고 나왔다”며 “유 의원이 강조했듯이 낡은 보수의 집을 허물고 새로운 보수 중심의 새롭고 큰 보수가 돼야 우리가 필승할 수 있다. 한국당이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길 수 있는 선택을 할 것입니다. 이기는 방식의 그런 빅뱅이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3원칙을 수용하는 보수통합론으로 가자고 거듭해서 황 대표를 압박한 것이다. 새보수당의 자강론과 친박계의 반발에 못 이겨 보수가 각자의 길을 가게 될지 결국 보수통합으로 뭉치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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