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후 카페 창업
직장 생활에서의 번아웃
작은 목표로 감사하게
손님과의 정서적 관계
임대료 부담
창업자와 예비 창업자 연결해줬으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자영업자 600만명 시대이고 대한민국에서는 모든 창업 분야가 레드오션이다. 10명이 창업하면 9명이 1년 내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창업을 권하는 사람이 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카페 바뇨스’에서 카페 창업자 도희영씨(38)를 만났다. 이날은 바뇨스의 개업 1주년 기념일이었다. 

도씨는 “직장 다닐 때 누구나 초반에 열심히 하려고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똑같은 일을 반복하니까 번아웃 증세가 오는데 나도 번아웃 증세가 왔다. 그때 남편과 상의해서 관뒀고 머리 식힐겸 여행을 갔다왔는데 결과적으로 그게 잘 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도희영씨는 카페 바뇨스를 창업한지 1년이 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도씨는 직장 생활을 8년 가까이 하다가 여행을 떠났다. 이후 돌아와서 카페 알바를 했다.

도씨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알바를 시작했는데 그때가 30대 중반이었다. 번화가의 프랜차이즈 매장이었다. 진짜 감사하게도 당시 점장이 경력도 없는 나를 바로 채용해줬다. 처음에는 손님에게 인사하는 방법부터 모든 것들을 다 배웠다. 그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지금 카페 창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솔직히 창업을 권한다. 내가 창업하기 전에 정말 여러 카페들을 다녀봤다. 원두도 알아보기 위해 정말 일면식이 없는 곳부터 동네 카페까지 다 가봤다. 열이면 열 다 창업을 하지 말라고 말렸다. 그분들은 오래 한 분들이었다. 근데 내가 1년을 해본 결과 상권이 좀 다르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는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제조건이 있다. 카페 시장 역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하지만 도씨는 카페 창업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자신에게 조언을 구해온다는 것을 가정하고 그랬을 경우 권하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정말 자신이 카페 창업을 하고 싶은지 확신이 있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는 취지다.

도씨는 “(카페 운영이 적성에 맞았다는 측면에서) 나는 매일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로부터 좋은 칭찬을 들으면 의욕이 더 유발돼서 열심히 하게 되고 그러는 것 같다”면서 “시작할 때 너무 기준을 높게 잡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하루에 카페 매출 10만원 미만인 분들도 있다. 근데 한 20만원은 팔아야 하는데 그러면서 계속 실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내가 경험해보니까 오픈 초기에는 하루에 10만원만 찍어도 감사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그걸 넘기게 됐다. 어쨌든 매출 목표치를 그리 높게 잡지 않고 그것만 넘겨도 감사하다는 맘으로 시작했는데 실제 다 넘어섰다”면서 “20만원 찍어야 하는데 10만원 찍어서 어떡해 이런 맘을 갖고 하면 본인이 힘들어진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솔직히 모르는 사람이 보면 유동인구가 좀 있어서 될 것도 같은데 안 될 때는 나도 정말 안 된다. 하루에 8만원 미만을 찍을 때도 있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것이라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해야 한다. 정말 존버(끈질기게 버틴다) 정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카페 바뇨스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사진=박효영 기자)

물론 도씨는 남편과 맞벌이를 하고 있고 만약 카페 수입만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도씨는 “(카페 수입으로는) 넉넉한 편은 아니다. (맞벌이가 아니었다면) 지금보다 더 낮은 임대료에 최대한 아껴서 자재를 구매하고 원두도 더 싼 걸 찾게 될 것인데 그렇게 되면 소비자들이 불만족할 수 있다. 그게 (균형을) 맞추기가 되게 힘들다”고 말했다. 

바뇨스의 커피는 프랜차이즈 카페에 비해 매우 싸다.

도씨는 “어떤 분들은 개인 카페를 하면서 (나처럼) 이렇게 비싼 원두를 쓰는 곳이 없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나같은 개인 카페는 인지도가 없다. 다른 프랜차이즈는 인지도가 있고 사람들이 맛을 알기 때문에 부담없이 갈 수 있는데 나는 동네 상권에 처음 보는 브랜드이고 맛이 없으면 절대 안 올 거다. 품질이 안 좋으면 단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뇨스는 에콰도르의 안데스 산맥 중턱에 있는 작은 도시인데 도씨가 여행으로 떠났던 곳이다. 

도씨는 “그때 좋은 친구들도 사귀고 거기서 모든 게 좋았다. 나중에 한국 돌아가서 여행갔을 때의 느낌을 안 잊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바뇨스로 카페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카페는 당연히 커피 맛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손님과의 정서적 관계다.

도씨는 “내 성격과 좀 맞는 것이 사람들이 반가워하고 밝게 대화를 이어가고 하니까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것 같다”며 “원래 성격이 조용한 편이 아니고 밝은 편이긴 한데 카페를 하면서 되게 반갑게 맞아주고 오는 손님들마다 자주 보니까 뭔가 알고 있어서 표정이 바꼈거나 기분이 안 좋으면 그걸 알아봐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걸 잘 케치해서 그분들을 칭찬하거나 공감해줬는에 여성 손님들은 그런 면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친근함을 느껴서 많이들 와주신다. 커피도 맛있다고 얘기해주는 분들이 대부분이긴 하다. 우리가 어딘가 식당을 가더라도 그 사장님이 기억에 남으면 다시 간다”면서 “내가 카페를 갔을 때 주인이 인사도 본듯 만듯 하고 음료를 줄 때도 미지근하게 주는 것이 좀 싫었다. 창업하기 전에 내가 카페를 운영하면 저렇게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좀 많았었다”고 묘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커피를 내리고 있는 도씨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손님들과의 대화를 즐겼던 도씨는 “고객들이 와서 하는 말씀이 사장님의 성격이 좋아서 아침에 즐겁다. 기분이 좋아졌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니까 나도 힘을 얻어서 다음에 오면 더 잘 해줘야지 그런 책임감이 생기기도 한다”며 “오시는 분들이 나갈 때 인상쓰지 않고 웃으면서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속으로도 내가 이런 말을 아침에 던지면 저분들이 좋아할까? 이런 멘트를 던지면 싫어할까?”라고 표현했다. 

바뇨스에서 정오 때부터 14시까지 2시간 동안 일을 도와주고 있는 직원 A씨도 도씨에 대해 “특별히 배우고 있는 게 고객을 대하는 자세 같은 거다.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게 아니라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느껴진다. 정말 손님들 취향과 기호를 다 기억해서 그걸 바쁜 시간에 귀찮을 수도 있는데 다 일일이 챙기신다”고 증언했다. 

돈 때문에 어려웠던 점은 없을까. 도씨는 소상공인대출 지원을 받아서 초기 창업 자금을 마련했다. 

도씨는 “사실 임대료(월세 100만원 가량)가 제일 크다. 자재비는 내가 노력하는 만큼 싸게 할 수 있다. 인터넷을 하고 내가 여러 가지를 다 해보면 된다. 임대료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니까”라며 “건물주가 세금 계산서를 끊어줄 수 없다고 해서 매입(비용 처리)을 많이 잡고 싶은데 안 해준다고 하니 부가세 환급을 못 받고 사업 소득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고 토로했다.

도씨는 정부가 창업자와 예비 창업자를 연결해주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씨는 “창업교육센터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같은 곳에서 해주기는 한다.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것은 없다. 내가 소상공인 교육을 받으러 여러 번 왔다갔다 해봤는데 그런 실질적인 교육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정부가 예비 카페 창업자를 나와 연결해준다면 CS(Customer Satisfaction/고객만족) 같은 것을 교육해줄 수도 있겠고 그러면 좋을 것 같다. 정말 성심성의껏 알려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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