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수장 잘못 크다
금융당국의 방임인가? 무시인가?
DLF 사태와 금융소비자보호법
대출광고 금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고객들의 투자금을 날려먹고 막대한 손실을 끼쳤음에도, 154명의 시험 점수를 조작해서 채용비리를 저질렀음에도 국내 최대 은행 그룹의 회장들은 연임에 성공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직원들은 기소되면 직무 배제된다. 회장들은 직무 배제는 커녕 연임을 한다”면서 “후안무치하고 염치가 없다. 예전 같으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맞다”고 밝혔다.

김득의 대표는 여러 물의를 일으킨 금융사 회장들이 연임을 하는 것 자체에 대해 염치없고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신한금융그룹(지주회사)은 12월13일 회추위(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현 조용병 회장의 연임을 결정했지만 오는 1월22일 조 회장에 대한 채용비리 혐의 1심 재판 선고가 예정돼 있다. 우리금융그룹 회추위는 12월30일 현 손태승 회장 겸 우리은행장에 대한 연임을 결정했다.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의결되면 손 회장은 2023년 3월까지 그룹을 이끌게 되지만 1월16일과 30일 금융감독원은 DLF 사태(derivative linked fund/파생결합펀드) 관련 책임을 물어 손 회장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한다.

김 대표는 “금융감독원에 로비를 해서 징계가 낮춰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던가. 아니면 뽑아놓고 금감원과 붙는 것”이라며 “DLF 피해자들은 그들이 무릎꿇고 빌어도 용서해줄까 말까 하는데 (손 회장이) 피해자 구제 대책을 빨리 수립했다는 이유로 회장이 단독 선임됐다. 그런데 피해 구제를 받은 게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 회장은 구속되면 어떻게 되는가. 무죄를 확신하든가, 구속이 안 되든가, 구속이 되어도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대법원까지 가겠다는 것”이라며 “1심에서 유죄가 나오면 금감원에서 제재해야 한다. 정말 신한은 막가자는 거다. 후안무치하고 염치가 없다”고 질타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11부가 12월18일 개최한 신한은행 채용비리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해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에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신규 채용 절차에 성실히 응한 수많은 응시생과 취업준비생에게 좌절을 남겨줬을 뿐 아니라 공정한 채용이 진행되리라 기대한 신뢰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신한은행장으로 재임 중이던 2013년~2016년까지 채용 과정에서 외부 청탁자와 은행 임직원 자녀 등 154명의 점수가 조작되도록 지시한 것을 넘어 합격자 남녀 성비를 3대 1로 조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감원은 손 회장에 대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 경고를 사전에 통보한 상황이지만 윤석헌 금감원장은 대체적으로 이사회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김 대표는 “존중한다는 것은 우리은행이 징계를 낮추기 위해 로비를 했다고 해석된다. 유재수 사태(전 부산시 경제부시장)가 터질 수도 있다. (누군가가) 징계 구명을 해준다는 것”이라며 “제재 통보가 연임은 안 되는 걸로 나왔는데 예전같으면 리스크가 커서 다 사퇴하고 물러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재차 “얼마나 금감원을 우습게 봤으면 만장일치로 단독 선임을 하겠는가. 회추위에서 결과를 발표한다는 것 자체가 금융당국에 대한 도전이 아니면 딜을 해서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둘 중에 하나”라며 “우리은행이 최소한 염치가 있다면 DLF 사태가 다 끝나고 나서 했어야 했다. 손 회장 아니면 못 하는가? 손 회장이 우리은행에 얼마나 마이너스를 주고 기업 이미지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줬는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은행 사외이사도 야합했다고 보고 공범이라고 본다. 신한도 마찬가지다. 기소된 사람을 12월에 조기 선출을 한다? 사외이사들이 다 교수, 금융관료, 아니면 변호사들이다. 평균 연봉으로 4000만원씩 주는데 그 직을 연장하려고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김 대표는 대안으로 “노동조합 추천 인사가 (사외이사로) 들어가야 한다. 그 다음에 최소한 고객 추천 이사가 들어가야 한다. 감시할 수 있는 또 다른 목소리가 들어가야 한다”며 “그랬다면 조 회장이나 손 회장 연임에 대해 반대하거나 최소한 재판 및 제재 결과가 나온 이후로 (회장 선임을) 미루자고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금융당국을 만만하게 본 것일까. 아니면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을 봐주고 있는 걸까.

김 대표는 “DLF 사태로 배상받는 분들 80%만 받고 만다. 5억원 넘게 넣은 사람들 1억원 가까이 손해본다. 피해자들을 염치가 없는 것”이라며 “촛불들고 나와 가지고 금융사 수장들만 좋아진 거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렇게 하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 (금융당국이 봐주니까 금융사 수장들이) 기소하고 재판하고 있는데도 버티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는 국민은행 전산 사태 때 다 날렸다. 문재인 정부 때는 (금융당국이 존중한다면서) 구명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영화 <블랙머니>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를 인용해서 “경제에 여야가 어딨는가. 우리가 해야지. 라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제에서 모피아가 계속 살아남는다”며 “지금 돌아보면 유재수가 금융위원장을 할 수도 있었다. 정권은 교체됐더라도 경제 권력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모피아는 말 그대로 재무부 출신의 로비스트를 의미한다. 

김 대표는 “(금융당국에서 퇴임한 인사가 금융사에 들어가는 것을) 법에는 3년간 못 하게 되어 있는데 자기 부서 아닌 곳으로 다 간다”며 “은행했던 사람이 저축은행으로 가고, 보험했던 사람이 증권으로 가고, 보험했던 사람이 은행으로 간다. 신한 사외이사가 그 말 많았던 외환은행 헐값 매각의 주범 변양호(신한그룹 회추위 소속)”라고 꼬집었다. 

사실 해외금리 연계형 DLF 사태로 피해자들이 날리게 된 금액은 4558억원이고 우리은행은 이중 2000억원 이상을 날려먹었다. 우리은행 소속 모 PB(Private Banker/은행에서 거액 예금자를 상대로 고수익을 낼 수 있도록 컨설팅해주는 금융 전문가)는 80대 이상의 치매 환자에게까지 투자 성향 등급을 무시하면서 DLF를 팔았다. 

김 대표는 “금감원이 주로 쓰는 용어가 투자자인데 과연 그 사람들이 투자자라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피해자라고 본다. 올바른 용어로는 가입자가 맞다. 이게 투자 상품은 맞지만 투자 상품인줄 알고 가입한 사람들은 없는 것”이라며 “은행에서 정기 예금 고객들을 타겟으로 해서 안전한 상품이니 이걸 팔라고 PB들을 교육시켰다. 금리 하락 시기인데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이 상품을 판 것 자체가 저희들은 사기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대표는 “(고객들이 은행에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큰 투자 상품인 것을 인지하고 샀다면) 증권사를 간다. 증권사에서 DLS는 5~6% 정도 주는데 그분들은 위험한 것을 알고 가입한다. 만기 수익을 그렇게 보장했는데 이율을 봐도 바로 안다. 6%였으면 의심하고 가입 안 한다”며 “은행 책임을 보면 상품위원회를 개최하지 않거나 상품위원회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물론 김 대표는 “금융상품이자 파생결합이라 그 자체가 사기성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이 상품을 판매했던 시기를 보면 우리은행은 (2019년) 3월부터 금리가 하락되기 시작한 내부 보고서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올라간다고 포지션을 걸고 판매했다는 것이고 하나은행은 내부 보고서에 보면 (2018년) 12월부터 미국 금리가 하락한다고 돼 있다. 그럼에도 (2019년) 1~3월에 판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최소한 하나은행은 12월 우리은행은 3월 이후에 판매한 것은 사기성이 있다”며 “PB는 몰랐다 치더라도 그렇게 갔다. 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이라는 그런 조건은 얼마나 무식한 발언이냐면 다른 곳에서 위험성이 있으면 독일 국채로 자금이 몰린다. 자금이 몰리면 금리는 내려갈 수밖에 없고 독일이 망하고 안 망하고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금융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이다. 금융 소비자 단체들은 금소법 안에 소비자 권익 3법(집단소송제도/징벌적배상제/입증책임 전환)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금소법에는 그게 빠져 있다.

금소법 안에는 6대 ‘판매규제 원칙’이란 게 있다. ①적합성(상품 판매시 소비자의 재산 상황 및 투자 경험 등을 고려) ②적정성(소비자가 구매하려는 상품이 소비자의 재산 상황 등에 비춰봤을 때 부적절하면 그 사실 소비자에 고지) ③설명의무(상품의 중요사항 설명) ④불공정행위 금지(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소비자 권익 침해 금지) ⑤부당권유 금지(소비자가 상품에 대해 오인할 수 있는 행위 금지) ⑥허위과장 광고 금지(광고에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하는 사항을 포함시키고 허위과장된 내용 금지) 등이다. 
 
이번 금소법에서는 ③과 ⑤을 위반할 경우 상품 수입의 최대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규정했다. 

김 대표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최소한 적합성의 원칙이라도 들어갔어야 했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대표는 “금소법이 제대로 통과됐어야 한다”며 “적합성의 원칙은 이번에 빠졌다. 적합성 원칙을 내가 입증해야 한다. 그러면 지금 DLF 때 피해자들이 내가 녹취한 것도 없고 은행이 속이면 입증이 되겠느냐. 하나은행 자료를 보면 증거가 없으면 전부 부인하는데 입증 책임을 누가 하느냐. 은행이 하는 게 맞다. 근데 여전히 반쪽짜리다. 우리가 주구장창 얘기하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이걸 빼버렸다”고 밝혔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금소법이 논의될 때 3법을 빼는 데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김 대표는 “이게 무조건 잘못됐다는 김진태 의원의 말에 동의 못 하는 게 그들이 그렇게 신봉하고 성조기까지 들고 하는데 미국은 시행하고 있다”며 “금소법의 차와 포를 다 뗐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가 차포인데 그나마 있었던 적합성 원칙의 입증책임 전환 졸까지 다 뗐다”고 환기했다.

이어 “진짜 누더기 법안을 만든 것에 대해 개탄스러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이 법이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며 “우리가 무슨 올림픽 나가는 것도 아니고 참가에 의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법만 만들면 된다는 것에 동의하지 못 한다. 최소한 적합성의 원칙은 넣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거듭해서 “이번에 다 적합성의 원칙이 문제됐다”며 “투자자 성향 조작하고 5등급이 1등급이 되고 하루에 3번씩 전산 조작하고. 소잃고 외양간도 제대로 못 고친다”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김 대표는 대출 광고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사실 돈 빌려가라는 광고가 맞는가?”라며 “나 어릴 때만 해도 저축하라고 배웠고 저축이 습관이 되어야지 무슨 대출을 쇼핑 하라는 듯이 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가 여론조사를 해보니까 대출 광고를 본 아이들의 인식은 너무 쉽게 대출을 생각한다”며 “닭강정 사태(대출받기 힘든 사람이 대출을 받기 위해 업자에게 부탁했다가 변심했는데 업자가 앙심을 품고 성남시 분당구 모 닭강정 가게에 33만원 어치의 닭강정을 주문해서 피해자의 집으로 배달시킴)를 보더라도 다 작업 대출이었다. 청년들이 그 피해를 보고 있고 실제 가담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어릴 때부터 대출 광고를 보지 못 하게 하고 올바른 경제 습관을 갖도록 금융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다시 한 번 “대출 광고는 아예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돈 빌려주는 것을 광고를 해야 하는가. 드라마에서 담배피는 모습이나 이런 걸 없앴듯이 돈 빌려주는 것이 뭐라고 광고까지 해야 하는가”라며 “돈 필요한 사람들은 다 알아서 한다. 필요한 사람들이 대출을 받으면 되지만 필요없는데 대출을 받으라고 하니까 받아서 그게 유흥 자금이나 투기 자금이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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