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수사권조정법 2개 통과
유치원 3법 통과
패스트트랙에 오른 모든 법안 처리
정세균 총리의 키워드 4가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패스트트랙 정국(지정되면 본회의 표결 보장)이 마무리됐다. 2019년 4월말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 위해 한 차례 홍역을 치렀고 연말연시 본회의에서 그걸 처리하기 위해 필리버스터 정국(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이 열리면서 또 한 차례 소란스러웠다. 

13일 19시반부터 20시5분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①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②검경수사권조정법(형사소송법+검찰청법) ③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등이 표결 처리됐다. ①이 가결된 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퇴장했고 ②에 대한 표결이 바로 진행되자 재석 167명 또는 166명 중 반대표와 기권표 각각 1표씩 나왔다.

13일 저녁 국회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이 모두 처리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13일 저녁 국회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이 모두 처리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세계적인 스탠다드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지만 대한민국 검찰은 △기소권 △기소편의주의 △수사권 △수사종결권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등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 검찰은 위로는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으로 기소독점주의가 깨지게 됐고, 아래로는 검경수사권조정으로 경찰에 수사권 관련 권한을 내주게 됐다. 

이제 경찰이 △1차 수사권 △수사종결권을 갖게 됐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폐지됐다. 다만 검찰은 사후에 경찰의 부당한 수사를 통제할 장치만 갖게 됐을 뿐이다. 

사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이후 추미애 법무부장관까지 검찰과 전쟁을 치르고 있고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여권에 대한 수사를 무마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검찰개혁은 매우 중요하다. 검찰개혁을 위한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법이 패스트트랙에 오른 직후였던 작년 5월 당시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대놓고 반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검찰의 이해관계를 위해 국회 입법 로비를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고 꼼꼼하게 입법 로비를 했다. 

그만큼 독점적인 권한을 분리시켜놓는 것에 대한 검찰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고 여러 정치적 상황과 맞물리긴 했지만 검찰개혁이 입법으로 관철된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 

유치원 3법은 재석 162명~165명에서 찬성 160명선으로 통과됐다. 이제 사립 유치원도 초중고등학교나 국공립 유치원처럼 에듀파인(교육부가 운용하는 회계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됐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년 하반기부터 회계 비리를 이슈화시키고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과 전쟁을 치르면서 발의한 원안보다는 조금 완화되긴 했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내놓은 중재안이 통과된 것인데 정부 지원금과 학부모 부담금을 단일한 회계로 운용하도록 하되 횡령죄 처벌이 가능한 보조금으로 전환하지 않고 현행 지원금 체계를 유지한 것이 골자다. 횡령죄로 세게 처벌하지는 못 하더라도 회계를 부정 유용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처벌 규정이 도입됐다. 

작년 12월27일에는 선거법(준연동형 캡 비례대표제), 12월30일에는 공수처법이 통과됐는데 이로써 4월말 패스트트랙 정국에 오른 4개 법안(선거법+공수처법+검경수사권조정법 2개)과 함께 2018년 12월24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유치원 3법까지 모두 본회의의 문턱을 넘게 됐다. 

민주당은 소수 정당들이 요구하는 선거법을 들어주는 대신 여권의 성과로 가져가고 싶은 검찰개혁법과 박용진 의원의 활약으로 가시화시킨 유치원 3법에 대해 협조를 받았다. 패스트트랙 정국 때는 4당 공조(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였고, 대안신당이 창당되기 전에는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였고, 창당 이후에는 5당 공조였다.

한국당은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주도적으로 통과시킨 국회 선진화법에 묶여 아무 것도 저지하지 못 했고 무기력했다. 한국당은 무조건 반대만 표방하다가 △무더기 필리버스터 △회기결정의 건 필리버스터 신청 △안건조정위원회 △전원위원회 △육탄전 △장외투쟁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해봤지만 정작 숫자 싸움에 밀려 아무 것도 막지 못 했다. 현실적으로 협상에 임해 최대한 자기 이해관계에 맞는 방향으로 법안의 내용을 수정하는 전략을 취하지 못 했던 게 두고두고 후회로 남을 듯 하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는 곧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게 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편, 정 후보자가 이제 정식 총리로서 임명장을 받을 수 있게 됐는데 표결 결과는 무기명 투표에 따라 재석 278명 중 찬성 164명, 반대 109명, 기권 1명, 무효 4명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2년 8개월 동안 재임하고 있는 이낙연 총리는 이제 대권 행보를 위한 총선 출마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정 후보자는 지난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경제 총리와 통합 총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총리가 돼야겠다는 결심을 굳게 했다”고 밝혔다. 

키워드는 △경제 △협치 △개헌 △직언 등 4가지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지지율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힘입어 80%까지 치솟았다가 반토막나게 된 계기는 2018년 하반기 최저임금 인상 국면 때였다. 600만 자영업자들이 경제민주화 조치없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떠안게 되면서 불경기 이슈가 부각됐다. 

정 후보자는 △미국 페퍼다인대 대학원 경영학과 석사학위 취득 △경희대 경영학 박사학위 취득 △쌍용그룹 입사 후 상무까지 승진 △참여정부 때 산업자원부 장관 역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경제 관련 경력을 만만치 않게 쌓았다. 

정 후보자는 현재 문재인 정부가 밀고 있는 혁신성장 기조에 따라 △규제 완화 △신산업 육성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수출규제 국면 때 정 후보자는 민주당 내에서 ‘소재·부품·장비·인력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그래서 소부장 국산화를 위한 규제 완화의 방향으로 경제 부처(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과의 소통을 매우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경제를 살리는 힘은 기업으로부터 나온다. 과감한 규제 혁신을 통해 기업하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데 사활을 걸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정 후보자는 규제 완화와 관련 △네거티브 규제(금지사항 외에는 다 허용) △사후 규제 △규제 샌드박스 정착(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 등을 거론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에서 이름만 바뀐 ‘포용국가’ 전략의 일환으로 확장재정에 힘쓰고 있는데 정 후보자도 이에 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후보자는 “정부가 민간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하려면 재정을 적극적으로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정 후보자는 누구와도 소통을 강화하겠지만 대표적으로는 ‘야당’과 ‘노사’다. 정 후보자는 국회의장 시절 의회주의자를 천명해왔고 청문회 과정에서 ‘스웨덴식 목요클럽’(故 타게 에를란데르 스웨덴 총리가 매주 목요일 만찬으로 마련한 노사정 소통의 장)를 언급했다. 아마 그걸 구체적으로 벤치마킹할 것으로 보이고 특히 4.15 총선 이후 ‘협치 내각’이 가시화될텐데 이미 시도했다가 실패한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즉 여권이 야당과 정책 비전에 합의하고 그걸 토대로 적합한 장관직을 내주는 것이 필요한데 장관직 한 자리를 야당 인사에 던져주는 형태로는 협치 내각이 성공하기 어렵다. 

그렇게 대통령의 통치권을 자발적으로 나누는 게 협치 내각이라면 개헌은 제도화하는 것이다. 2018년 6.13 지방선거 전에 이미 개헌 정국이 형성됐었는데 당시 민주당은 절대적으로 대통령제를 고수했고 한국당은 이원집정부제를 내세웠다. 4년 연임·중임의 대통령제나 이원집정부제 사이에서 분권형 개헌이라는 방향성이 제시됐고 그 중재안으로 총리추천제 또는 총리선출제가 떠올랐지만 양당은 절충점으로 모이려다가 끝내 실패했다. 정 후보자가 권력구조 개헌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적극 나선다면 개헌이 가능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정 후보자는 문 대통령에게 “가감없이 사실대로 직언을 서슴지 않겠다”라고 공언한 만큼 2020년에도 조국 사태와 같은 민감한 정국들이 펼쳐질 때마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서 대통령의 인식 형성에 도움을 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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