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미당의 포부
중매 대통령 이웅진 대표의 사명감
아직 공개하지 않은 공약 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
총선 이후의 지속가능성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여전히 승자독식 지역구 위주의 국회의원 선거제도이지만 선거법이 바뀌었기 때문에 30석만큼의 틈이 열렸다. 정당 득표율 3%만 넘기면 최대 5석까지 확보할 수 있다. 최근 결혼미래당(결미당)은 창당을 준비하는 이색 정당들 중에 언론의 조명을 많이 받았다.    

이성미 결혼미래당 연락간사는 지난 13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저희가 당원을 모집하고 공약이나 이런 것들을 계속 정리하고 있다”며 “발기인 대회(1월4일)도 지난주에 했다”고 말했다.

결혼미래당이 선거법 개정과 함께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픽=결혼미래당 페이스북 페이지)

결미당은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이웅진 대표가 창당하려는 정당이다. 

이 대표는 1991년 한국 최초로 결혼정보회사를 설립했고 좋은 만남이라는 뜻으로 사명을 선우라고 지었다. 현재 결혼정보 업계에서는 ‘듀오’와 ‘가연’이 선두 업체지만 선우도 누적 회원 2만명, 연 매출 50억원, 직원 68명의 규모로 나름 건실한 중소기업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1만5000커플의 결혼을 성사시킨 만큼 업계에서는 “중매 대통령”으로 불리고 있고 연회비를 후불제로 전환하는 등 다른 업체들과 차별화를 시도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단순히 사업적인 성과만이 아니라 결혼 기피와 저출산 현상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한국결혼문화연구소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그런 사명감이 정당이라는 공간으로까지 발전했는데 이 대표는 선거법이 바뀌는 것을 보고 운명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결국 기업 홍보 차원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6일 방송된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내가 좀 철드는 나이(65년생)라서 사회에 어떻게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게 됐다”며 “내가 28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데 이제 좀 세상을 알게 된 것 같다. 심각한 것이 쥐띠 1972년생들이 92만명 출생했는데 올해는 한 30만명 출생한다는 거다. 어마어마하게 출산율이 줄었다. 이게 국가적 재앙인데 나라도 나서서 사회에 기여를 한 번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 나오게 됐다”고 풀어냈다. 

결미당은 정당 사무실없이 모든 업무를 온라인에서 수행하는 클라우드 정당을 표방하고 있다. 스케줄과 목표는 △1월 창당 발기인 모집 △2월 중앙당 창당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록 △4월15일 총선에서 360만표 이상 득표로 의석 6석 확보 등이다. 

지난 13일에는 기자들에게 공지를 보내 비례대표 후보 명단 전체를 청년들로 채우기로 했고 “지역구의 경우 지원자기 있으면 청년들에 한해 기회를 주기로 했다”며 “선거 기탁금 등은 후원금이나 펀드로 마련할 것이고 5대 요건으로 제시한 인간애, 건강, 열정, 시대정신, 청렴 등만 갖추면 누구든지 후보로 신청할 수 있다”고 알렸다.

5대 요건과 관련해서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인간애) 이웃과 사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바탕으로 학점이나 입시를 위한 스펙쌓기가 아니라 자발적 봉사활동의 경험을 가진 사람 △(건강) 외형적 건강이 아니라 튼실한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강건한 정신을 가진 사람 △(열정) 아직 미완의 상태라도 특별한 창의성과 모험심을 가진 똑똑한 사람 △(시대정신) 4차 산업혁명과 AI시대에 일당백의 혁신적 사고와 5G 개념으로 무장한 발랄한 사람 △(청렴) 어떠한 난관과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효율적인 선거운동과 합법적 정치활동으로 정치인의 품격을 고수할 착한 사람 등 구체적으로 설명해놨다.

(그래픽=결혼미래당 페이스북 페이지)
이웅진 대표는 결혼 기피 및 저출산 현상에 대해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사진=결혼미래당 페이스북 페이지)

이 간사는 처음 이 대표로부터 창당하겠다는 말을 듣고 “물론 저희도 처음에는 이게 될까? 이런 의아함이 있었다”며 “단지 결혼정보회사 대표니까 사업적으로만 일을 하셨다기 보다는 정말 본인이 회원들의 결혼을 연결해주는 실무를 하는 위치는 아니지만 진정성있게 하셨다”고 운을 뗐다.

이어 “사실 사업만 하면 되는데 어려운 정치를 한다고 해서 그런 부분에서 걱정을 했다. 지금 나는 당연히 같이 가야 하는 상황이다. 발기인들도 모아지고 하는 과정까지 오니까 정말 대표께서 뭔가 일을 내시려나 보다 싶었다”고 덧붙였다. 

선우의 공약은 △결혼과 육아 문제 전담 정부부처 신설 또는 개편 △전국민 결혼정보서비스 무료 제공 △결혼 장려금 3000만원 지원 △소득에 따라 최대 10년까지 신혼부부 임대 아파트 지원 △두 번째 자녀부터 교육비 무상 지원 △아빠 포함 출산 휴가 최대 1년 및 육아휴직 최대 2년 보장 △국공립 어린이집 1000곳 건설 △맞벌이 부부를 위한 어린이집 운영 시간 연장 등이다. 

이미 정치권에서 제시된 정책들이고 새롭다고 보기 어렵다. 

이 대표는 “공약 부분은 좀 평범하지만 진짜 공약들은 앞으로 지켜봐달라. 비장의 무기들이 있는데 감춰놓고 있다. 본선에 진출해서 얘기하려고 한다”며 “조그마한 정당들이 먹고 살려면 아무래도 좀 (미리 공개하기 어려우니) 이해해달라. 단계 단계로 (공개)할 것이고 일단 1단계로 지금은 창당을 온전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결미당의 과제는 광역단체 5곳에서 각각 1000명씩 총 5000명의 당원을 모집하는 것이다. 정당법상 그래야 창당이 가능하다.

선우 회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것 같은데 이 간사는 “필요하면 회원 풀을 활용할 수 있겠지만 너무 제한적이고 한계가 있다고 본다”면서 “일단 다른 방법으로 하고 있고 정말로 선우를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하고 있다. 대표나 관계자들이 정말 길거리로 나가서 홍보에 매진하고 있고 회원 풀은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라 지금 당장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물론 이 간사는 “매니저들은 회사 직원이고 호의적이라서 열심히 창당 활동을 도와주고 있고 또 개별적으로 주변에서 자발적으로 하는 분들도 있다. 발기인들 중에는 회원들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사실 저희가 결혼해서 한 번 나가면 끝이라 각자 잘 살고 있는데 이렇게 부탁하기가 좀 그렇다. 아직 공식적으로 얘기가 나온 것은 없지만 나중에 필요하다면 (메일 발송 등) 그렇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냥 정말 순수하게 유권자들과 컨택을 시도하고 있다”고 어필했다.

이 간사는 현재 커플 매니저 서비스 홈페이지인 ‘선우닷컴’의 센터장이다. 

결미당은 카카오톡 단체방으로 △이야기 소통방 △창당준비위원회 실무 소통방 △지역본부 싱글 가입자 소통방 등을 만들었고 네이버 밴드도 개설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는 △창당기 △창당 과정의 에피소드 △금예은 웹소설가가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연재하는 ‘결미당 이야기’ 등이 올라오고 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무지 무지 무지 어렵고 힘들다. 그래서 재밌다. 인생에서 도전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라고 표현했다.

(그래픽=결혼미래당 페이스북 페이지)
지난 4일 열린 창당발기인 대회의 모습. (사진=결혼미래당 페이스북 페이지)

사실 한국에서 더 이상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통념에 따라 무조건 해야 하는 의무사항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 특히 여성의 희생을 강요하면서도 제도적·문화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는 구조적 현실 속에서는 더더욱 결혼 기피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결혼과 출산을 디폴트 값으로 상정해서 조건부로 여러 복지 정책을 제공하는 패러다임으로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청년들이 온전히 개인의 안위(학업/취업/생활비 마련 등)를 지키기도 버겁고 경쟁이 극심한 사회에서 마음의 여유는 더더욱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결혼은 남의 일로 취급되고 있고 안 하거나 늦게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하지 않더라도 과거에 비해 크게 압박을 받지도 않는다. 

한 마디로 ‘결혼하고 애 낳으면 돈줄게’라는 식의 대책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결미당의 공약들도 이런 패러다임에 갖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이제는 1명 미만으로 떨어진 합계 출산율.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우리의 현실. 저출산 문제와 결혼세대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결미당이 출범했다”며 “3포, 4포에 이어 이제는 N포에 이른 지금 취업, 결혼, 내집 마련, 출산, 육아까지 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2030세대 그러나 결코 대한민국의 미래는 포기할 수 없기에 우리 손으로 직접 미래를 설계하고 건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어느정도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대표는 “결미당에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예비 정치 지도자 여러분의 참여를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결미당이 총선 결과와 무관하게 지속가능한 정당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결혼과 출산은 분명 국가적 의제이고 정치적 수요가 있다. 이런 영역에서 결미당이 대안을 제시한다면 각광을 받을 수도 있다. 

이 간사는 “(총선 이후 존속 가능성에 대해) 그건 내가 예상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어쨌든 저희가 항상 결혼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까 그 부분도 간과할 수 없을 것 같고 어떤 형태로든 (대표께서 총선 이후에도) 행동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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