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4개월만에 복귀
정치 복귀의 명분
공정, 안전, 진영논리
보수통합 관심없어
출마 않고 신당 만들 것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한국에 돌아왔고 첫 일성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신 신당을 창당해서 총선에서 성과를 내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안 전 대표가 내놓은 메시지들은 당위적인 것으로 과거와 다를 바가 없지만 국가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커다란 담론 차원에서 대국민 호소를 하는 명분이 부각됐다.

안 전 대표가 19일 17시15분 인천공항 게이트를 통해 입국했다.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낙선한 뒤 3개월이 지나고 독일로 출국했는데 그로부터 1년 4개월이 흘렀다. 

안철수 전 대표가 1년 4개월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사진=연합뉴스)

안 전 대표는 “큰 기대와 과분한 사랑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 한 점 진심으로 고개숙여 사과드린다”며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영호남 화합과 국민 통합을 위한 신념으로 바른미래당을 만들었지만 합당 과정에서 당원들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 했다. 늦었지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지지자들의 환호를 듣고 꽃다발을 받은 뒤 가장 먼저 꺼낸 이야기가 ‘바른미래당 실패’인 셈인데 안 전 대표는 재차 “바른미래당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 역시 내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흔히 대권 주자들이 복귀할 때 국난의 시기에 나름의 진단과 해법을 갖고 그걸 제시한다는 명분으로 그렇게 하곤 한다. 그 역할을 자신이 해야 한다는 뜻이 있기 마련인데 우선 안 전 대표가 던진 화두는 △국민을 위해 국가가 존재 △공정의 실종 △안전하지 않은 사회 △진영논리적인 정치 교체 등 4가지다.

안 전 대표는 “내가 왜 정치를 하려 했는가를 묻고 또 물었다. 나는 부정의하고 불공정한 사회를 바꾸고 싶어서 정치를 시작했다”며 “이 시점에서 다시 정치 현장으로 뛰어든 이유는 단 하나 대한민국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국민들께 호소하기 위해서”라고 전제했다.

이어 “이제는 국가를 위해서 일방적으로 개인의 희생만 강요하던 시대는 지났다. 부강한 나라가 행복한 나라를 만든다가 아니라 행복한 국민이 부강한 나라를 만든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불공정한 한국의 현실을 부각했다.

안 전 대표는 “지금 한국 사회는 공정의 실종을 그 어느 때보다도 체감하고 있다”며 “불공정은 더 나은 삶과 행복한 삶을 꿈꾸는 보통 사람들의 희망을 무참히 짓밟는다. 노력과 재능 그리고 열정도 불공정의 벽 앞에서 무기력해진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공항에 몰린 수많은 기자들과 지지자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안 전 대표가 직접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조국 사태 이후 교육 불공정이 시대적 화두가 됐고 원래도 시장과 교육에서의 공정 가치를 밀어왔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공정을 꺼낸 것으로 해석된다.

안 전 대표는 안전 이슈와 관련 △아동학대 △학교폭력 △불법촬영 문제 △세월호 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여전히 “제도적 미비점과 안전불감증으로 우리 사회는 안전하지 못 하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2014년 초 민주당과의 통합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을 출범시켰지만 그 이후로는 소위 친문 세력(문재인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을 맺고 내내 제3당의 영역에서 자기 세력을 구축해왔다.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이 그 결과물인데 안 전 대표는 매번 거대 양당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진영논리를 탈피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이번에도 안 전 대표는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의 기저에는 현 정권의 진영논리에 입각한 배제의 정치와 과거지향적이고 무능한 국정 운영이 자리잡고 있다”며 “그 반대편에는 스스로 혁신하지 않고 반사이익만 노리는 야당들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옳은 것과 아닌 것을 따지는 게 아니라 내 편인지 아닌지만 따지는 것은 집단 정신과 공동체 정신이 발휘될 수 없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안 전 대표는 ①문재인 정부의 폭주 저지 ②공정하고 안전한 사회 건설 ③정부 규제 혁파를 통한 역동적인 시장경제 조성 ④진영정치 벗어난 실용적 중도 정당 건설 등 4가지를 구체적인 과제로 제시했다.

(사진=연합뉴스)
소위 안철수계로 불리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및 권은희 의원이 안 전 대표의 귀국을 마중나왔다. 왼쪽부터 신용현·김삼화·최도자·임재훈·권은희·이태규 의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안 전 대표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④에 대해 “나는 출마하지 않는다. 간절하게 대한민국이 변해야 한다는 그 말씀을 드리러 왔고 다음 국회에서 그런 일들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진입하도록 하는 게 내 목표이고 모든 힘을 다해 돕겠다”고 밝혔다.

현재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8인(유승민·하태경·이혜훈·정운천·오신환·지상욱·유의동·정병국)이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했고 자유한국당과 당대 당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 밖에는 보수통합을 위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보수통합에 관하여 안 전 대표는 “관심 없다”며 “야권도 혁신적인 변화가 꼭 필요하다. 진영 대결로 1대 1로 가는 것은 오히려 정부여당이 바라는 길이다. 그렇게 되면 아주 쉽게 이길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오히려 야권에서 혁신 경쟁을 통해 국민 선택권을 넓히면 훨씬 합이 더 큰 그런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안 전 대표는 “독일에서 미국으로 옮겨간 다음부터 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책을 썼고 생각이 정리됐다. 그전에는 내가 현실 정치에 복귀를 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 고민이 많았다”며 “지금 이 위기의 대한민국을 내가 말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방법으로 변해야만이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 말씀을 간절하게 드리려고 왔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