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는 유권자의 민심
2016년 새누리당도 폭망
여론조사 응답 안 하는 야권 지지층
대안신당과 제3지대 청년과 결합해야
검찰 인사는 추미애의 대권욕과 조국 살리기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석 달도 안 남은 총선을 앞두고 현재 정부여당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10호까지 발표된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이벤트도 잘 마무리 된 것 같고 무엇보다 자유한국당의 기세가 전혀 위력적이지 않다. 하지만 4년 전 20대 총선을 앞둔 박근혜 정부 하의 새누리당의 분위기도 이와 같았다. 당시 새누리당은 180석 압승이 점쳐졌지만 122석에 그쳐 원내 2당으로 떨어졌다.

정국진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13일 저녁 국회도서관 안에 있는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높은 지지율에 취해 있는데 2016년 새누리당과 2020년 민주당 사이에는 평행 이론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정국진 연구위원은 2016년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실패했듯이 민주당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그 근거는 ①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높은 지지율에 도취돼 있다 ②야당의 낮은 지지율에 안도하고 있다 ③청와대의 장악력을 바탕으로 친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문(문재인 대통령)이 선거에 뛰어들고 있다 ④총선 승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⑤직전 대선에서 현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들의 여론조사 응답이 과대 대표돼 있고 안 찍은 사람들은 응답을 안 한다 등 5가지다. 

정 위원은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40% 중후반대)이 조금 더 높긴 한데 2016년 박근혜 정부(40% 초반대)도 비슷했다”면서 ③과 관련 “친박은 공천 학살을 자행했고 친문은 선거에 직접 출마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때는 친박과 비박이 있었지만 지금은 민주당 자체가 뭔가 살생부를 만들만한 친문과 비문의 구별이 무의미하다. 서로 다들 친문하겠다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라고 관측했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강력한 대통령에 대한 연예인적 지지를 하는 지지층들이 분포해 있고 그 당에서 주류를 형성하고 있어서 그렇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은 ⑤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강원도민일보 신년 특집 여론조사(강원도민일보가 여론조사기관 ‘디오피니언’에 의뢰해 12월28일~29일 강원도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82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응답률 16.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4%.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를 사례로 들었다.

2017년 대선에서 강원도의 실제 득표율은 △문재인 34.2% △홍준표 30% △안철수 21.8% △유승민 6.9% △심상정 6.6% 순이었는데 위 여론조사에 응한 응답자들은 △문재인 49.75% △홍준표 16.7% △안철수 7.19% △유승민 2.9% △심상정 1.46% 순으로 지난 대선에서 누구를 찍었는지 조사됐다. 랜덤으로 전화가 갔다고 했을 때 문 대통령에 표를 준 강원도민들만 적극 반응하고 다른 후보에 표를 준 강원도민들은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정 위원은 “일반적으로 여론조사의 표본이 엄밀하려면 실제 득표율과 비슷한 수치가 나와야 하는데 문 대통령은 34%에서 50% 정도로 뛰었고 홍준표와 안철수는 엄청나게 낮은 숫자로 줄었다”며 “야당 지지자들이 응답을 회피하는 현상이 있고 이게 유난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2016년과 지금 서로 비슷하다”고 정리했다.

민주당이 노리는 것은 여론조사에 무응답하고 있는 야권 지지층이 투표장에 덜 나오는 것일텐데 정 위원은 “2016년에도 결국 야당 지지자들이 투표를 해서 새누리당을 2당으로 밀어냈다”며 “한국 민주주의의 특징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표현대로 죽창드는 투표를 한다. 최선을 뽑기보다는 최악을 심판하는 투표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당이라는 최악을 피하려는 투표도 존재하지만 민주당이라는 최악을 피하려는 투표도 있다. 현재 정치 흐름으로 봤을 때 서로 다른 두 최악들 사이에서 덜 최악들을 놓고 경쟁하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 여론조사의 흐름을 보면 양당 다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그런 답이 제일 많이 나온다”고 밝혔다. 

양당 다 싫은 정서가 강하다면 제3지대에서 대안 세력이 각광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인데 마침 12일 대안신당이 창당했다. 새로운보수당이 한국당을 포함한 보수통합을 노리고 있다면 대안신당은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 있는 제3지대(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무소속) 통합을 꿈꾸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 위원은 호남 세력과 전국적인 청년 세대의 결합이 이뤄진다면 이번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 위원은 “지금 제3지대에는 다 고만고만한 도토리 키재기의 낮은 지지율을 타개하려는 명분을 갖고 있다”며 “이 사람들은 사실 4년 전에 안철수라는 강력한 대선 주자와 같은 당이라는 게 영향력을 미쳤고 이번에는 그런 대선 주자가 없다. 이들 입장에서는 지금 독자적 생존을 도모하기 어려운 형편이고 다른 명분으로 이들을 하나로 묶어줘야 하는데 그게 세대 교체”라고 부각했다.

정 위원은 “수도권과 동남권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젊은 세대와 호남권의 제3지대가 결합해서 마크롱(프랑스 대통령)과 같은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고 “현재 호남당이라는 한계 때문에 그게 안 되지만 4년 전에 국민의당은 호남당이지만 호남당으로만 묶이지 않았던 게 안철수라는 존재 때문이었다. 전국 정당이라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에 지역민들이 국민의당에 표를 줬다. 호남 사람들은 전국 정당이 안 될 것 같으면 절대로 지역 정당에 표를 안 준다”고 역설했다.

세대 교체를 명분으로 결합한다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전국 정당화의 역할을 했듯이 제3지대 통합 정당이 호남당으로만 남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줄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정 위원은 “(제3지대에) 비호남 지역의 젊은층들이 주도하는 세력이 붙는다면 한 번 해볼만하다”고 전망했다. 

이밖에도 정 위원은 8일 단행된 검찰 고위급 인사에 대해 논평했는데 “(조 전 장관 관련/송철호 울산시장 공천 개입/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등과 관련한)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인 것을 누구나 다 알 수 있듯이 그게 검찰 인사의 핵심”이었다며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대권 욕심이 작용했고 그 결과 민주당 내 586 주류세력(1960년대생으로 1980년대에 민주화 운동을 했고 현재 대부분이 50대)이 혜택을 봤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은 이번 검찰 인사가 “대통령 측근들을 지키고 조국을 수사한 검찰에 본떼를 보여주기 위한 지지층을 만족시키기 위해 진행됐다”며 “조 전 장관은 여전히 대권 욕심이 있고 민정수석 그만두고 나서 법무부장관 임명되기 전까지 임명이 확정적이었던 상황에서 SNS에 올렸던 사진이 화제가 됐다”고 환기했다. 

조 전 장관은 작년 8월3일 페이스북을 통해 고등학교 동창들과 술자리를 가진 상황을 설명하면서 ‘대선 진로 좋은데이’라는 각각의 술병을 찍은 사진을 업로드했다. 6일 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을 지명했고 이후 조국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진=조국 전 법무부장관 페이스북)
'대선 진로 좋은데이' 술병 3개를 올려놓고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린 조국 전 장관. (사진=조국 전 법무부장관 페이스북)

정 위원은 “조 전 장관 스스로가 차기 대선에 욕심이 있고 그 징검다리로 장관직을 염두에 뒀고 그렇기 때문에 중간에 사퇴할 수 없고 어떻게든 하려고 했고 그 명분을 노무현 정부 때부터 나왔던 검찰개혁에 뒀다”며 “수많은 혐의들이 점차 사실로 밝혀져도 (586 세력과 극렬 친문 그룹이) 말도 안 되는 쉴드를 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조 전 장관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 위원은 “조 전 장관이 (12일에) 故 박종철 열사와 故 노회찬 의원의 묘역(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 묘역)을 찾았는데 그게 전형적인 대선 주자의 행보”라고 해석했다.

무엇보다 정 위원은 추 장관에 대해 “대권 욕심이 있다”며 “정치적인 무게감이 올라간 검찰개혁이라는 현 정부의 과제를 이룰 수 있는 법무부장관으로 가서 조국 수사 때문에 민주진보진영의 공적이 되어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화끈하게 쳐야 추 장관도 인기를 얻고 그걸 발판으로 결국 대권까지 노릴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 정부 하반기에는 여성 총리가 한 번은 지명돼야 하는데 추 장관이 거론될 것이고 그러면 바로 다음 대통령 후보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나올 것”이라며 “추 장관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게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별로 인기가 높지 않다는 점인데 이번에 무리수를 둬서라도 검찰 인사를 단행해서 만회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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