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논란으로 3주째 출근 저지당해
노조는 낙하산 방지 약속 등 반발
외부 인사라도 낙하산 아닌 기준
당정청 나서거나 토론회 개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취임한지 3주가 되어가는데도 서울 을지로 본점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지 못 하고 있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출근 자체를 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정부 철학에 따른 인사권을 강조했지만 노조 입장에서 계속 내부 승진 인사가 은행장이 됐다가 갑자기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이 왔기 때문에 반발할 수밖에 없다.

윤 행장이 취임 18일째인 20일 아침에도 집무실로 들어가지 못 했다. 노조는 “낙하산 행장 반대”를 내걸고 당정청의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가 강경하지만 윤 행장이 노조와의 대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지난주 내에 대타협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는데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18일째 출근 저지를 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갈등은 노사 모두에게 좋은 일이 결코 아니다. 하지만 이미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출구전략이 마땅치 않다. 윤 행장은 노조와의 적극적인 대화로 타개책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당정청 차원의 재발방지책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 쪽에서 커리어를 쌓은 윤용로 전 행장이 퇴임한 2010년부터 10년 동안 내부 승진(조준희 →권선주 →김도진)으로 올라온 인사를 수장으로 선임해왔다. 그 이전에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 많았는데 윤 행장은 청와대 정무직을 맡았기 때문에 단순히 관료 출신이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고 그런 맥락에서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윤 행장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과 경제수석, IMF(국제통화기금) 상임이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특명전권대사 등을 역임했다.

특히나 노조가 비타협적인 배경에는 2017년 대선 정국에서 문재인 대선 후보 더불어민주당 캠프가 금융노조와 정책 협약을 맺고 “낙하산 인사 근절”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낙하산의 개념이란 게 무조건 외부 인사는 다 낙하산이라는 것인지 아니면 관련 경력이 부족할 때에만 해당되는 것인지 구체적이지 않지만 여권과 사측은 당연히 후자라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 때 “기업은행은 정부가 출자한 국책은행이고 정책 금융기관이다. 일종의 공공기관과 같다”며 “인사권이 정부에게 있다. 우리가 변화가 필요하면 외부에서 수혈하는 것이고 안정이 필요하면 내부에서 발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냥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토하는 것은 옳지 못 하다고 생각한다. 노조들도 다음에는 내부에서 발탁될 기회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기업은행의 발전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라든지 이런 역할들을 얼마나 더 활발하게 할 수 있느냐 이런 관점에서 인사를 봐줄 것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기업은행 노조는 출구전략을 찾지 못 하고 강경한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노조에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면 조금 누그러졌을 법한데 원칙적으로 법적인 인사권을 거론한 만큼 노조가 출구전략을 찾기 더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 노조는 일단 지속적으로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하에서 당시 민주당은 허경욱 전 기재부 차관이 행장으로 낙점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낙하산 인사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실제 낙마시켰다. 외부 인사라고 무조건 낙하산 인사가 아니고 허용할 수 있다면 경제관료 출신인 허 전 차관은 낙하산이고 윤 행장은 낙하산이 아닌 이유가 뭔지 설명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21일 예정된 한국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차기 위원장 선거가 주목된다. 기업은행 노조가 한국노총 소속인데다 현재 모든 후보들이 기업은행 노조의 투쟁에 동참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사무금융노조와 한국은행 및 금융감독원 노조 등도 현장을 찾는 등 금융노조 전체가 기업은행 노조를 백업하고 있는 모양새다. 

노조 내부에서는 당정청이 직접 찾아오지 않더라도 제3자의 중재로 토론회를 열어서 윤 행장의 경영 능력을 검증받는 자리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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