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에 분노하는 미래당
김성태는 왜 억울한가
김의겸 전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투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서류전형이 다 끝났고 그래서 지원서를 낼수 없었던 상태에서 자신의 딸 A씨가 채용됐지만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1월17일 신혁재 판사(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3부)는 KT 채용비리 관련 뇌물죄로 기소된 김 의원에 대해 입증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미래당의 청년 정치인들은 절규했다. 

김소희 공동대표와 오태양 공동대표가 인터뷰를 마치고 국회의사당역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소희 공동대표와 오태양 공동대표가 인터뷰를 마치고 국회의사당역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소희 미래당 공동대표는 1월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모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권성동 한국당 의원(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은 무죄 가능성이 좀 있다고 인지하고 있었는데 김 의원은 증인도 있고 너무 명백한 증거들이 많고 인적성 검사도 떨어지고 공채 기간이 아닌데도 들어갔기 때문에 실형은 어렵더라도 집행유예가 나오거나 그렇게 될 것이라 봤다”며 “무죄가 나올 거란 생각을 못 했다. 그래서 너무 허탈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갔던 김 대표와 최시은 미래당 정책국장은 무죄 소식을 듣고 격양될 수밖에 없었다.

김 대표는 “(김 의원이 무죄 선고 직후 법정을 나와서 항의하는 미래당을 보고 ‘저리 보내라’고 말했는데) 그때 당시 밖에 있었는데 최 정책국장이 거기에 가서 큰소리로 항의한줄 몰랐다”며 “관계자들에게 제지를 많이 당했다. 최대한 너무 논란되지 않게 하려고 했는데 최 국장이 외치고 있더라. 나도 보면서 화가 나고 그래서 같이 외쳤다”고 묘사했다.

이어 “김 의원의 지지자들이 무죄 나왔는데 어쩔 거냐. 가서 공부나 해라. 뭐 그런 말들을 하더라 그래서 더 울분에 찼다”며 “나중에 보고 너무 그쪽 지지자들에 휘둘려서 감정이 폭발했는가 싶었지만 지나고 보니까 지금 채용비리로 분노하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들의 마음을 대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신이 그렇게 노력했어도 이유를 모르고 떨어진 친구들이 많다. 불법 채용으로 인해 떨어진 친구들이 있을 것이고 이런 게 너무 화가 난다”며 “부모님 잘 만났다는 이유 하나로 대기업에 손쉽게 취업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화가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서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이야기가 나왔다.

김 대표는 “지지자들이 조국에게 가서 따지라고 했는데 나는 조국의 입시 비리에도 분노했는데 입시냐 채용이냐만 달라졌지 아빠 찬스는 똑같다”며 “(조 전 장관의 딸 사례도) 공부하는 친구들에게는 대학원 가는 것이 굉장히 큰 일인데 대학원 입시를 마치 학원 코스밟듯이 쉽게 자기 스펙을 위해 갔다. 그런 측면에서는 채용비리처럼 문제가 많다. 아빠의 정치경제적 위치를 활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와 최시은 정책국장은 김성태 의원이 무죄나왔을 때 현장에서 절규했다. (캡처사진=노컷브이)
김 대표와 최시은 정책국장은 김성태 의원이 무죄나왔을 때 현장에서 절규했다. (사진=연합뉴스)

신 판사는 작년 9월30일 이석채 전 KT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했고 ‘부정 채용’을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그게 뇌물로 인정되기에는 법률적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류영재 춘천지방법원 판사는 선고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신 판사의 판단은) 김 의원의 딸 KT 공채 합격은 특혜채용이지만 이 전 회장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는 입증부족이고 따라서 이 전 회장의 뇌물공여는 입증부족 무죄가 되는 것이라 김 의원이 이 전 회장으로부터 뇌물수수를 했다는 점도 입증부족 무죄”라며 “법원은 입증없이 유죄를 선고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신 판사가 봐줄려고 한 게 아니라 사실상 뇌물관계의 의혹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엄격한 입증의 문턱을 넘지 못 했다는 뜻이다. 김 의원이 무죄를 받은 날 이 전 회장도 보석으로 석방됐다. 일단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항소했다. 

무죄를 받은 김 의원은 기고만장해졌고 정치 검찰의 보복이자 드루킹 특검을 관철시킨 것에 대한 응징이라고 항변했다. 그럼에도 김 의원의 행태는 전형적인 채용비리 그 자체였다. 

김 의원 채용비리 의혹의 핵심사항을 살펴보면 △2018년 12월20일 김완 한겨레 기자의 단독 보도 △A씨는 2011년 KT스포츠단에 계약직으로 채용돼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뀌었다가 2018년 2월 퇴사 △당시 KT스포츠단 계약직 채용 계획은 원래 없었음 △지원서 자체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종 합격 △이미 서류 합격자 발표가 끝난 뒤라 정상적인 지원 자체가 불가능 △윗선의 압박으로 무조건 채용했다는 실무자의 증언 △A씨는 2013년 1월 정규직 임용됐다가 연수교육 중 퇴사했고 4월 KT스포츠단의 독립 법인화 이후 특채로 재입사 △김 의원은 정치권에 입문하기 전 KT링커스 노조위원장 역임 △A씨가 KT에 입사했을 때 김 의원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활동 및 2012년 환경노동위원회 새누리당 간사로 부당노동행위 의혹이 있던 이 전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 저지 △김 의원 조카도 KT의 자회사인 KTDS 과장급 경력직으로 입사 등이다.

특히 김 의원은 전직 한국당 원내대표로서 2018년 하반기 국정감사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을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를 대대적으로 문제제기했다. 그 결과 당시 여야는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 채용비리 관련 국정조사에 합의했다.

오태양 대표는 김성태 의원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함께 인터뷰에 참석한 오태양 미래당 공동대표는 “채용비리 문제는 오래 다뤘다. 권성동과 김성태 이슈로 10번 이상 기자회견을 했다”며 “20대 국회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가 여야 합의로 실행하기로 약속했는데 입도 뻥끗 안 하고 있다. 들춰봤자 서로 불편한 여야 유력 정치인들의 암묵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김 의원은 너무 이율배반적이다. 권력형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실시하자는 건데 자기 이야기다. 셀프 디스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작년 7월23일 남부지검의 기소 결정 직후 현장에서 항의하고 눈물을 보였다. 왜 그렇게 억울해할까. 

김 대표는 “채용비리가 굉장히 큰 문제인데 고위공직자들에게는 곁다리였을 것이다. 메인 디시가 있고 채용비리는 에피타이저나 디저트”라며 “그니까 추정인 건데 그런 청문회 자리를 피하도록 해주는 걸 노리고 KT가 알아서 해줬을 수도 있다. 이런 게 되게 만연하기 때문에 김 의원 입장에서는 굉장히 억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보다 더한 사람들도 훨씬 많은데 왜 나만 그러냐라는 정서인데. 억울할 일이 아니라 그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맘만 먹으면 KT 한 자리 얼마든지 자기 사람한테 줄 수 있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대표는 투기와 지역구 세습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성인군자적 기준이라고 보는 우상호 의원을 꼬집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대표는 투기와 지역구 세습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성인군자적 기준이라고 보는 우상호 의원을 꼬집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두 공동대표는 기득권에 젖어 있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도 쓴소리를 했다. 미래당은 인터뷰 당일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정당 연설회를 열고 ‘고위공직자 부동산 시세차익환수법(김의겸법)’ 제정을 촉구했다. 

오 대표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도 억울하다고 했고 투자이지 투기가 아니라는 건데 투자와 투기의 경계도 모호하다. 그래서 (김의겸법은) 고위공직자가 본인 스스로 공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쉽게 말해 김영란법 같은 거다. 예전에 청탁이 오면 거절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었는데 김영란법이 도입되고 공식적인 거절의 법적 명분으로 작용해서 더 편해졌다. 김의겸법은 고위공직자 보호법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무엇보다 김의겸법이 “고위공직자의 지위와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매개로 해서 부동산 투기의 재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했을 때 이해충돌의 방지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공회전하고 있는데 청와대 참모진의 부동산이 40% 가까이 올랐다”며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있는 서울 광진구도 집값이 폭등했고 이런 이슈가 지방선거 때 확산됐고 정책적 혜택이 홍보되고 부동산 상승 요인이 됐다. 이런 메커니즘이 있고 합법화된 불공정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1월28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지도부는 (출마자 자격 심사에서) 너무 도덕적으로 엄격하면 안 된다. 평의원이나 주변의 평론가들은 엄격하게 평가를 하지만 지도부는 한 석이라도 더 얻기 위해서 욕도 먹을 각오를 해야 된다”며 “너무 도덕적으로 성인군자들만 공천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말하면 또 욕먹을 거 아는데 문석균(문희상 국회의장 아들), 김의겸 이런 분들 대하는 태도에서 엄격한 것은 좋다. 그런데 만약 의정부에 문석균 말고 당선될 사람이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하실 건가. 그런 것도 따져 봐야 된다”고 말했다. 

이런 우 의원의 발언에 대해 김 대표는 “민주당에 성인군자가 아닌 것의 기준이 있는가?”라며 “이명박 정부가 생각난다. 공직자가 있는 자리에서 도덕성을 검증받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상식적인 것 아닌가. 이분들이 평균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내 주위에 없는 분들인데 이런 사람들이 보편적인 것 마냥 착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 대표도 “우 의원의 그런 시각이 기본적으로 현재 집권세력과 586세대(민주화운동을 한 1960년대생)이 얼마나 국민의 삶과 눈높이와 괴리돼 있는가를 보여준다”며 “국민 시선으로 봤을 때 이것은 명백하게 특권이자 특혜이자 기득권이다. 쉽게 말하면 뭐가 문제인가. 왜 저렇게 난리법석이라고 하는 건데. 정말 특권 캐슬에 산다는 것을 본인들이 자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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