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 담론 뒤집는 일
청년들에게 도전의 기반
기본소득당은 이색 정당 아니야
재원 마련책과 총선 출마
기본소득당만의 명절 메시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기성세대는 청년에게 도전정신을 가지라고 하면서도 막상 도전하면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이나 보라고 힐난한다.

김준호 기본소득당 대변인은 1월29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당사에서 기자와 만나 “(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사회적으로 고정된 표준화된 삶의 틀을 강요하면서도 그렇게 살 수 없는 조건들을 재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년들에게 열정적으로 도전하라고 하는데 그걸 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지 못 하고 있고 청년들의 다양한 꿈 자체를 재단하고 있다”며 “쓸데없는 일 하지 말고 빨리 취업하라고 한다”고 밝혔다. 

김준호 대변인은 청년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도전의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 기본소득 정책이라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기본소득의 근간인 보편적 복지 철학에 대해서 “부자 아들에게도 현금 복지를 줘야 하는가”라는 식의 선별적 복지론에 입각한 비판이 가해지곤 한다. 기본소득은 그런 지배 담론을 뒤집는 일이다. 

김 대변인은 “사실 그런 질문들이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지만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어떤 이데올로기나 담론들”이라며 “일자리 중심의 복지정책 사고, 청년들의 좋은 직장 선호에 대한 비아냥, 결혼과 출산을 통과의례로 보는 선입견, 선별적 복지론, 복지 수혜자에 대한 혐오 등 이러한 지배적인 선입견이나 담론들 하나 하나가 한국 사회의 문제점들을 다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김 대변인은 “이런 사회적 편견들을 다 바꿔내야 하고 이를 위해 창당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결국 국민에게 직접 소득을 안겨주는 것이 아닌 기업 일자리를 통한 간접 루트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기울었다.

김 대변인은 “일자리 정책도 구직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지원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게 기업에게 지원되는 돈”이라며 “청년 고용하면 얼마 지원해준다는 이런 건데 사실 그렇게 해서 청년 일자리 창출이 얼마나 됐을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작년 일자리 증가율만 봐도 많이 늘었다고는 하나 그게 대부분 17시간 미만의 초단기간 일자리나 알바에 불과하다. 플랫폼 노동과 같은 불안정적이고 위험하고 저임금의 일자리다. 그런 일자리들이 실제 일하고 있는 그 사람들에게 얼마나 삶의 질 변화를 안겨줬는지 의문”이라며 “그런 일자리도 없던 분들이 있겠지만 일자리 정책을 말하는 사람들의 원래 구상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 스스로가 1994년생 한국 나이로 27세다. 

작년까지 경기도 청년 기본소득(경기도에 주소지가 등록된 만 24세 청년에게 분기별 25만원씩 연 100만원 지역화폐로 지급)의 수혜자였던 김 대변인은 “기본소득은 당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기반을 국가가 제공하겠다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사실 사회가 청년들에게 원하는 삶을 고민하게 할 기회를 제공해준적이 있을까 싶다. 물론 현재 사회구조 속에서도 계속 도전하고 성공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분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대다수에게는 매우 어렵다. 그런 소수의 월등한 청년들이 TV에 나오고 책에 나온다”며 “(국가가 기본소득을 통해) 도전할 수 있는 삶의 기반을 제공해주는 것이 필요하고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가능해질 때 각자가 원하는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런 방식으로 살아야지 정상적인 삶이라고 하는 정답이 있는 이런 사회가 아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국가가 은연중에 복지정책으로 강요하는 것들이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본소득당은 1월19일 중앙당 창당대회 개최를 끝으로 창당 절차를 마무리했다.

김 대변인은 “(창당 절차가 정말 쉽지 않았지만)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잘 됐다고 생각한다”며 “그만큼 많은 분들이 호응을 해준 덕이라 생각한다. 가입한 분들이 당원이 된 이유를 한 마디로 남겨줬는데 그것만 봐도 지금 당장 기본소득이 정책적으로 필요하구나 느껴졌다”고 표현했다.

이어 “(5개 서울·경기·인천·광주·부산 창당대회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게 진행했는데 당원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콩트를 하거나, 당원들의 여러 재능기부들로 공연이 열리기도 했다”며 “중앙당이든 지역당이든 생애 첫 정당 가입을 한 분들이 어떻게 해야 편하게 참여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춰서 기획한 것이 공통의 목표였다. 주요 인사들 위주가 아니라 대다수 당원들의 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고 덧붙였다.

보통 기본소득이라고 하면 미래의 막연한 이상처럼 받아들여진다. 

김 대변인은 “기본소득은 저희 말고도 다른 정치인들(이재명 경기도지사/유승희·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말하고 있지만 보통 미래 정책들 중의 하나로 얘기되고 있다”며 “기본소득당에 가입한 비혼모, 주부, 청소년, 청년 등 60만원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돈일 수도 있고 그 재원을 어디서 마련하냐고 하지만 지금 당장 그 정책을 통해서 삶의 안정이 필요한 분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기본소득당은 언론에서 ‘결혼미래당’이나 ‘국가혁명배당금당’(허경영 대표)과 세트로 묶여 이색 정당 취급을 받는다.

김 대변인은 “작은 정당 입장에서 일단 언론에 나오면 좋은 일이긴 한데 아쉬운 지점들도 있다”며 “선거법 개정으로 이번 총선에 맞춰 창당한 이색 정당이자 특이한 정당이 아니라 그 이전 8월부터 (또는 2019년 초부터 용혜인 전 노동당 대표가 기본소득당 당명 개정을 추진할 때부터) 워크숍 같은 것들을 진행했고 꾸준하게 창당을 준비해왔다. 창당 요건을 다 갖췄을 때 선거법이 통과됐다. 그 시점에 창당한 정당으로만 묶이는 것이 아쉽고 그런 이색 정당을 넘어서서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대안 정당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본소득의 5대 기본전제. (자료=기본소득당)

실제 기본소득당은 탄탄한 재원 마련책과 구체적인 실현 대책을 갖고 있다. 우선 월 60만원을 전국민에게 지급하는 것(무조건성/개별성/정기성/현금)인데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2020년 기초생활급여 52만7168원을 기초로 설계했다. 60만원씩 5170만명에게 지급하려면 매달 31조200억원이 필요하고 매년 372조2400억원이 소요된다. 

막대한 재원은 아래와 같은 3+1 세원을 통해 확보한다.

①시민세(모든 소득에 15% 소득세를 부과해서 전체 재원의 50% 충당) 
②토지세(낮은 실효세율이 특징인 현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고 용도 구분없이 사유지 전체를 대상으로 비과세 감면없이 거둬들여 33% 충당) 
③탄소세(기업의 탄소배출량 1톤당 10만원 탄소세 부과해 16% 충당) 
④데이터세(데이터 기반 산업에 대한 공유 지분권 설정) 

특히 기본소득당은 ‘민주주의 배당’을 만들어 모든 국민이 정당 정치에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모든 국민에게는 매년 각각 원하는 정당에 후원할 수 있도록 10만원이 지급된다. 이 돈의 용처는 오직 정당 후원으로 제한된다. 해당 년도에 10만원을 후원할 정당을 찾지 못 했다면 그 돈은 적립되지 않고 사라지며 새로운 해가 되면 다시 10만원이 생긴다. 

중앙당 창당대회에서는 용혜인 상임대표와 함께 6명의 총선 출마자가 당원들로부터 선출됐다.  

후보들은 △신민주 서울 기본소득당 상임위원장(서울 은평을 출마) △신지혜 경기 기본소득당 상임위원장(경기 고양갑 출마) △용혜인 상임대표(비례대표) △김준호 대변인(비례대표) △박은영 광주 기본소득당 상임위원장(비례대표) △이경자 대전 기본소득당 상임위원장(비례대표) 등이다. 

김 대변인은 정당들이 말이 아닌 실제 국민들에게 정책적 권리를 안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대변인은 “6명의 후보를 창당대회에서 선출했고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선언을 했다”며 “현재는 어떤 방식으로 후보자들이 선거운동을 할지 고민하고 있다. 선거운동에도 돈이 많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를테면 “저희가 작은 신생정당이라 명함, 현수막, 공보물, 어깨띠 등 모든 것에 비용이 든다. 공보물을 전국에 뿌리려면 2억원이 든다. 다만 기존의 선거운동이 얼마나 효과적일까 싶어서 온라인 중심으로 하려고 한다. 메일 뉴스레터, 유튜브, 각 후보자들의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통해서 많이 알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김 대변인은 기본소득당의 설 연휴 현수막 설치 소식을 들려주면서 “메시지는 크게 말로만 복받으라는 정당 말고 기본소득 주는 정당, 매월 기본소득 60만원 받고 플렉스해버리지, 00아 올해는 취업할거니? 매월 기본소득 60만원 받고 음악할 거에요 등 3개”라고 정리했다.

이어 “기본소득을 통해 실현하려고 하는 삶의 모습들과 정치가 만들어야 하는 일상의 모습을 담아봤다”고 설명했다.

기성 정당들의 명절 풍경에 대해 김 대변인은 “명절이 되면 서울역 가서 악수하고 터미널 가서 인사하고 한복 입고 절하고 시장 민심을 확인한다는 명분으로 오뎅 하나 사먹고 그런 것들을 하는데”라며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정치가 해야 할 역할이 말이 다가 아니라 국민의 삶으로 실현시키고 정책으로 만들어야 된다. 그런 노력들을 실제로 얼마나 기울이고 있는지 고민을 해서 메시지를 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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